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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20, 가죽 재킷이 여전히 살아남는 이유

박찬 기자
2020-10-30 14:37:30

[박찬 기자] 시대가 바뀌었다. ‘클래식하다’라는 표현은 더이상 한 가지 노선만을 지칭하지 않는다. 예컨대 독불장군처럼 그 자리를 고수하는 것만이 클래식은 아니라는 거다. 20년 전만 해도 대담하게 보였던 반바지나 스니커즈도 충분히 고전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하나의 장르가 되어 그 가치를 탈바꿈하기도 한다.

가죽 재킷 또한 우리에게 그런 의미다. 80년대 ‘MTV’ 속 록스타들만이 입을 것 같았던 재킷은 시간이 흐르고 흘러 누구에게나 친숙한 아이템으로 변신했다. 어딘가 모르게 반항아적 이미지와 센슈얼한 실루엣은 대중들의 눈길을 이끌기 당연했던 것. 물론 그 과정 한가운데에는 패션계 셀럽들의 입김이 컸다.

90년대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와 드류 베리모어(Drew Barrymore)의 파파라치 사진은 그중 대표적 예시. 어느새 진부해져 버린 레드카펫 위의 패션을 뒤로하고, 실생활에 유용하면서도 쿨한 아웃핏을 찾아다닌 그들이었다. 가죽 재킷은 이러한 ‘셀럽 황금기’에 힘입어 대중들의 관심을 거머쥘 수 있었다.


1994년에 약혼해 3년 후 파혼할 때까지 조니 뎁(Johnny Depp)과 천생연분을 이뤘던 케이트 모스(Kate Moss). 비록 그 만남이 오래가진 못했지만 이들의 스냅샷은 헤어진 이후에도 진가를 발휘한다. 얇은 롱스커트와 화이트 톱, 데님 진과 블랙 톱으로 각자 다른 스타일링을 선보이면서도 이토록 세련된 시밀러룩을 보여줬다.

가죽 재킷이라는 교집합은 데이트 코스에서도 빈번히 이루어졌다. 그 둘의 차이가 있다면 조니 뎁은 플란넬 셔츠, 선글라스, 비니 등의 아이템과 함께 그런지 패션을 선보인 반면에 케이트 모스는 스키니 진과 미디스커트를 활용해 시크한 믹스 매치를 완성했다는 점.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태껏 ‘바람직한 커플룩’으로 자주 회자되는 이유다.


1996년 영화 ‘로미오+줄리엣’에서 함께 발맞춘 클레어 데인즈(Claire Danes)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지금은 담백하고 완숙한 이미지의 대명사이지만 90년대 사진을 들춰보면 그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른다. 무려 25년 전의 이들은 푸릇푸릇하면서도 산뜻한 스타일링을 자랑하기 때문.

클레어 데인즈의 경우 98년 ‘레 미제라블(Les Misérables)’ 속 ‘코제트’로 분해 순백의 피부와 요정 같은 눈매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싱그러운 금발과 더불어 자주 착용했던 가죽 재킷은 화두에 오르기 충분했으며, 군데군데 실버 네크리스 같은 액세서리를 곁들여 완성도 높은 캐주얼 룩을 연출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를 철저히 구분하고 수용하는 배우. 97년 ‘타이타닉(Titanic)’에서 ‘잭 도슨’ 역을 맡아 열연한 디카프리오는 판타지 스타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당시 풋풋한 모습은 가죽 재킷을 입은 모습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나 셔츠 위에 가볍게 걸친 브라운 컬러 재킷은 댄디함 그 자체.


2010년대에 들어선 후 수많은 모델들이 런웨이에 섰지만 켄달 제너(Kendall Jenner)의 영향력만큼 두드러지지는 못하다. 2017, 2018년 모델 수입 1위를 달성한 켄달 제너는 현재 가장 ‘핫’한 셀럽 중 하나. 그런 그가 촬영장 밖에서 즐겨 입는 아우터는 다름 아닌 가죽 재킷. 평소 과감하면서도 아이코닉한 스타일링을 추구하는 만큼 그 디테일과 종류 또한 다양하다.

때로는 레깅스와 함께 크롭 톱을 매칭해 핏한 에슬레져 룩을 완성하는가 하면, 때로는 블랙 코팅 진과 롱슬리브를 필두로 라이트 그린 재킷을 덧대며 트렌디한 듀티 룩을 선보이기도. 그뿐만이 아니다. 레드 컬러 프린징 재킷과 코르셋 팬츠를 꺼내 들거나 영화 ‘매트릭스(The Matrix)’에서 나올듯한 블랙 컬러 롱 재킷을 입었을 때 모두 그 생경함은 빛을 발했다.


켄달 제너의 가죽 재킷 스타일링이 러프하고 대담한 느낌이라면, Z세대 대표 모델 카이아 거버(Kaia Gerber)의 스타일링은 명민함에 가깝다. 직선적인 실루엣의 가죽 재킷과 쭉 떨어지는 데님 진, 그 안에 화이트 톱을 밀어 넣은 게 주요 포인트. 깔끔하긴 하지만 자칫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옷차림에 뉴스 보이 햇을 걸쳐 프레피함을 곁들었다.

팬츠와 슈즈를 고르는 안목 또한 인상 깊다. 스키니핏 팬츠와 롱부츠를 택했다가도 넉넉하고 가벼운 와이드 팬츠, 컨버스 스니커즈를 착용해 그 반경을 조금씩 넓혀간다. 더욱더 특별한 점은 네크리스를 무심하게 티셔츠 위로 걸쳐 유니크한 캐주얼룩을 달성한다는 것. 어머니의 명성에 걸맞게 런웨이 위에서도, 밖에서도 끊임없이 주목받는 그다. (사진출처: 보그, 허핑턴포스트, W 매거진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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