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트렌드

훨훨 나빌레라, 윙드 아이라인의 귀환

2022-01-12 11:34:00
LIKE A BIRD,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나갈 아이라인 컬렉션.

[박찬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에 선언된 지 어느덧 3년 차.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 삶 앞에 또렷이 남아있다. 확 달라진 생활 패턴에 지루함을 느끼던 찰나 국민 대다수는 자기 표현으로 일상을 꾸미는데 방향을 틀었고, 곧이어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열망으로 굳혀졌다.
이 반향은 패션, 메이크업 씬에도 유효했다. 각 브랜드 하우스의 캣워크 위에는 과감한 색깔과 영감을 걸친 쇼피스가 등장했고, 이에 맞춰 헤어&메이크업 또한 실험적인 변화를 꾀했다. 시대적 수요에 따라 변동하는 미의 가치를 알 수 있는 부분.

그 흐름 때문이었을까, 2022년 새해 컬렉션에는 날개를 단 듯 위로 쭉 올라간 아이라인이 대거 등장했다. “60년대에서 영감을 받은 쇼피스를 한층 신선해 보이게 하고 싶었죠. 모든 사람에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에요” 디올 뷰티(Dior Beauty)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필립스(Peter Phillips)는 브랜드 쇼에 활용한 더블 윙드 메이크업이 키치한 마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본인이 원한다면 그사이 공간에 부드러운 색감과 질감 또한 가볍게 이입할 수 있다는 그.
실제로도 그 예상은 적중했다. 모델의 눈꼬리에 평행한 두 개의 선을 그려, 마치 올드 할리우드 시절 속 배우가 뛰쳐나온 듯한 상황을 연출해낸 것. 이중 날개를 통해 속눈썹으로부터 검은 공간인 ‘그림자’를 만들어내고, 그 시각적인 효과로 눈의 길이를 점차 늘려줄 수 있었다는 의견이다.
디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도 이 ‘윙드 아이라인(Winged Eyeline)’ 열풍에 가세했다. 물론 브랜드 하우스 컬렉션에서 긴 눈꼬리의 아이라인이 등장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시즌 메이크업 포인트가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기장&형태가 이전과 크게 다르기 때문.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모델들의 눈꼬리를 실제 눈보다 최소 1.5배 연장해 아이라인을 그렸으며, 끝에 갈수록 뾰족하고 날카로워지는 형태를 공통으로 보여준 것.
Alexander McQueen

그 대표적 예시로 알렉산더 맥퀸의 새 컬렉션을 꼽을 수 있는데, 신비롭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을 담은 콘셉트답게 강렬한 디테일의 아이 메이크업이 동반했다. 특히 숏컷 헤어 스타일의 모델들 위주로 우선 적용해 훨씬 쿨한 인상을 심어준 모습.
Valentino

피엘파올로 피촐리(Pierpaolo Piccioli)가 전개한 발렌티노 컬렉션은 그들의 범시대적 유산을 재정의했다. 발렌티노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1968년 컬렉션을 오마주한 것. 이를 위해 줄무늬 맥시 코트, 플라워 프린트 원피스 등 올드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변주해 모던한 오트 쿠틔르 웨어를 완성했다. 그중에서도 돋보였던 요소는 역시 윙드 아이 라인. 정교하고 날카로운 쉐입이 꽤나 인상적이다.
Missoni

그런가 하면 미쏘니는 글래머러스한 마력으로 컬렉션을 장식했다. 끈 달린 스틸레토 힐, 손바닥만 한 비키니 웨어, 실루엣이 훤히 드러난 롱 원피스 등 각 쇼피스들을 통해 마치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화려함을 연출한 것. 한편 이번 담당 디렉터인 알베르토 칼리리(Alberto Caliri)는 과도한 레이어링보다는 아이템의 간소화를 중점적으로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가벼운 의상을 걸친 모델들에게 윙드 아이라인은 극적인 존재감을 선사했다.
Fendi

킴 존스(Kim Jones)가 전개한 두 번째 펜디 컬렉션엔 한껏 강렬하고 자유로운 감성이 고조됐다.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기 전, 펜디에 남은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의 유산을 살펴보며 그를 탐구했다는 킴. 이와 함께 그는 브랜드 하우스의 미래와 과거를 오가며 레디 투 웨어를 그렸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선보인 쇼피스들은 유려하고 다채로웠다. 모피, 새틴, 시퀸, 레이스 등 다양한 소재를 가감 없이 활용한 모습. 이에 단정하고 깔끔한 헤어 스타일, 각진 눈매를 살린 아이라인 메이크업으로 컬렉션의 상징성을 극대화했다.
Balenciaga

뎀나 바잘리아(Demna Gvasalia)의 묘수는 친근하고도 유쾌했다. 그는 가짜 레드카펫 무대 콘셉트 위에 모델들을 게스트로 삼아 명확한 쇼피스들을 차차 전개해나갔다. 스키니한 보디슈트, 각진 로퍼, 트랙 팬츠, 그 이후엔 늘 그랬듯 발렌시아가의 혁신적인 아이템들이 등장했다. 그와 더불어, 모델마다 정교하게 그려낸 윙드 아이라인은 컬렉션 속 무드를 표현하는 데 힘껏 일조했다. (사진출처: Peter Philips, Pat McGrath, Smashbox Cosmetics, Dior Beauty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보그 US 공식 홈페이지)
bnt뉴스 기사제보 parkchan@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