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케어

야근녀,망가진 피부 살리기

김경렬 기자
2010-02-05 11:48:39

하루 종일 컴퓨터 업무를 하다 보면 어느새 화면에 수많은 파일들이 창을 열고 닫으며 꽤 해비한 다운로드를 기다리게 되고, 그만 마우스도 화면도 다 정지해버리는 렉(lag) 현상에 걸릴 때가 많다.

두들겨보고 사정도 해보지만 컴퓨터 비명소리를 환청으로 느끼면서 두 눈 질끈 감고 파워를 강제로 끄는 경우가 대부분. 초조한 마음으로 다시 컴퓨터 화면을 기다리지만, 이미 심혈을 기울였던 나의 모든 작업은 과부하가 걸린 과도한 업무와 여유 없는 조급함으로 다 날라가 버리고 난 후이다.

렉이 컴퓨터에만 걸린다면 그래도 다행이다. 컴퓨터의 수명에 치명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 발생하는 렉을 풀기 위해선 강제로 끄거나 부품을 갈아야 한다.

렉이 걸리기 전에 컴퓨터 작업의 속도가 느려지고 말을 안 듣는 것처럼 피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랙에 걸리기 전에 신호를 보낸다. 평소에 늘 바르던 화장품이 신통치 않아지고, 하룻밤 정도의 이른 귀가로 이내 풀리던 다크써클이 유난히 오래가곤 한다. 눈가의 잔주름이 화운데이션이나 컨실러로 가려지기는커녕 더 두드려져 보이거나 각질이 유난히 많이 올라오더니 파우더가 들뜨기 일쑤이다.

이른 아침 잠이 덜 깬 피부 위에 무겁고 거친 피그먼트들이 얇은 눈가와 얼굴에 여러 겹 올려 진 후, 피지와 먼지로 범벅된 모공위로 쉴 새 없이 콤펙트의 입자들이 두들겨 다독여 진다. 메이크업의 무거운 가루들과 숨막히는 담배연기에 황사먼지만큼 독한 매연, 먼지 그리고 가시처럼 치명적인 자외선에 터무니 없이 부족한 잠으로 꽤 참을성 있는 피부도 그만 정신줄을 놓고 그 기능을 정지해버린다.

사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다양하고 빡빡한 스케줄로 가득 찬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피부의 참을성에도 그만 렉이 걸릴 수 밖에 없다.

불행히도 피부에 랙이 걸리면 젊음의 불씨가 꺼져버리고 피부의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게 된다. 아기피부로 되돌리는 '다시 시작하기'의 버튼도 없고, 오류를 신고할 대상도 없다. 오히려 랙 걸린 피부의 ‘재부팅’은 10년 후에나 서서히 시작될 피부의 자연적인 노화를 급속하게 당겨버린다.

현명한 '멀티 액티브 우먼(multi active woman)'이라면 렉이 걸려 젊음의 파워를 강제로 꺼버리기 전에 유난히 회복 속도가 느려진 피부의 변화를 감지하고 대비해야 한다. 많은 일정과 약속, 업무들의 창을 조금씩 닫는 여유를 가질 수 없다면, 부담스러운 메이크업의 뚜껑을 닫고 피부 속 내실을 위한 에센스와 크림으로 느슨해진 피부를 단단히 해야 한다.


비록 4시간밖에 눈을 붙이지 못하는 짧은 밤이지만, 8시간의 달콤한 휴식의 효과가 있는 나이트 크림으로 재생 툴바를 설치하고 바이러스들을 쓸어버리게 하자.

재부팅도 안되는 컴퓨터는 새학기 특별할인에 할부혜택에 덤으로 받을 수 있지만, 하나밖에 없는 나의 피부는 재부팅의 흔적만 굵은 주름으로 남게 될 뿐이다.
(칼럼: 클라란스 교육부 이윤경 부장/ 일러스트: 진도하)

한경닷컴 bnt뉴스 김경렬 기자 beauty@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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