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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인터뷰] 세계적인 조향사 크리스토프 로다미엘 “향을 만드는 것은 작곡가와 같은 일”

2015-06-04 11:06:27

[김희영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세계적인 조향사이자 ㈜아이센트 전속 퍼퓨머 ‘크리스토프 로다미엘’을 직접 만났다. 이번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시그니처 향을 디자인한 그는 향(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5월13일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의 VIP 고객을 대상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초기 향수’에 대한 클래스가 진행됐다. 평소 쉽게 접하기 힘든 약 20가지의 향수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 마련된 것. 특히 그는 직접 만든 향수와 자료를 함께 공유해 향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bnt뉴스와의 인터뷰는 뷰티 클래스가 진행된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 서초 전시장에서 진행됐다. 강렬하면서도 섬세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인터뷰에 응한 그는 자신을 아티스트라 부르며 ‘공간 향기’에 대한 예술적 면모를 숨김없이 보여줬다.


Q.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와의 협업 계기는?
브랜드만의 고유 향기가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고급스러운 이국적 가죽 향과 더불어 독일의 장인 기술, 럭셔리함과 모던함을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향에 대한 고민이 지금의 협업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다.

Q. 차량용 향수를 만들 때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만의 품격과 정신을 그대로 담기 위해 노력했다. 유구한 제조 역사와 정통성을 표현하기 위해 자스민에서 추출되는 파라다이손을 비롯 독일산 카모마일과 대황을 블렌딩해 풍부하고 깊이 있는 향을 만들어냈다. 특히 시승했을 때 느껴지는 안락함은 더욱 차를 타고 싶게 만든다. 이러한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 미모사를 비롯한 다양한 천연향료를 사용해 이상적인 향을 만들어냈다.

Q. 환경 향수 디자이너로 유명하다. 일반적인 향을 만드는 것보다 공간을 위한 향을 만드는 것에 더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공간에 향이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마치 공간에 영혼을 입히는 것과도 같다.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향수를 뿌리는 것보다 공간에서의 향을 더욱 잘 기억하고 많은 관심을 보인다. 나에게 공간을 위한 향은 창작을 위해 넓게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져다주며 다양한 향을 시도하게 만드는 재미있는 무대라고 생각한다.

Q. 브랜드 이미지와 공간의 느낌을 조화롭게 표현하는 ‘공간 향수’를 만든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된다. 작업하는 과정을 소개한다면?
조향사는 작곡가와 비슷하다. 작곡가가 느낌과 영감을 곡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조향사도 향기 노트 위에 향을 작곡한다고 보면 된다. 공간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행위들,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모두 고려해 공간 향수를 만든다. 특히 어떤 브랜드를 위한 공간 향수를 만들 때는 그곳의 역사와 미래의 모습을 떠올리며 향을 제조한다.

개인적으로 브랜드를 방문하는 고객들을 모두 만나볼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과 가장 많이 만나는 마케팅 담당자 혹은 브랜드 대표와의 소통을 통해 분위기와 느낌을 접하게 된다. 여러 가지 부연 설명을 하는 것보다 향을 맡았을 때 한 브랜드의 이미지를 딱 떠올릴 수 있는 ‘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Q. 향도 트렌드가 있는지 궁금하다.
실제로 향은 트렌드가 존재하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향 시장이 트렌드를 만들 수 있을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향은 개인적인 취향이 많이 반영되는 분야이기 때문에 하나의 향을 선호하는 트렌드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향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늘면서 차츰 트렌드가 생겨날 것이라 본다. 한국의 경우 브랜드 선호에 따른 트렌드가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모두에게 같은 꽃향기가 난다고 상상해보자. 단 하나로 맞춰져 가는 것보다 자신만의 개성과 색을 부각시킬 수 있는 ‘자신만의 향’을 갖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맞다고 본다.

Q. 한국의 향을 표현하자면?
조금 어렵다. 일적인 부분 이외에 아직 한국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여행해 보지 못했기 때문(웃음).

지금까지 본 한국은 극적인 부분이 많다. 빌딩 숲을 이루는 곳은 빌딩만 있고 자연은 또 따로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향기로 표현하기엔 공간, 의미적인 부분 등 나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한국의 갓 지은 쌀밥 냄새는 정말 좋다. 이 냄새를 향수로 만드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도전해보고 싶다.

Q. 엘튼 존, 미쉘 오바마 등 많은 사람들의 향을 만들어왔다. 또한 유명 브랜드들의 특색 있는 공간 향수를 만들었다. 자신의 향에 대해 고민한 적은 없는가? ‘크리스토프 로다미엘’이란 사람의 향기가 궁금하다.
향기에 대한 고민은 늘 하고 있다. 어떤 공간 혹은 사람을 만났을 때 느껴지는 향이 좋을 때는 그 향을 만들어 버린다. ‘이 향이 좋아!’라고 느끼는 것에 내 취향과 성격, 가치관, 개성 등 모두 반영되기 때문에 내가 만드는 모든 향이 나의 향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 가지 향으로 정의할 수 없는 다양한 향을 가진 사람이다.

Q. 한 인터뷰에서 전시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후각 아트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도전하고 싶은 전시 혹은 준비하고 있는 후각 아트가 있는가?
향기 문화를 알리기 위해 2003년 마이애미에서의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뉴욕, 베를린에서 향 전시회를 꾸준히 열고 있다. 그림 전시를 하듯 텐트를 설치해 그 공간에 향을 가득 채워 두려움, 행복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후각 아트를 경험해 볼 수 있도록 연출했다.

좋아하는 향이기 때문에 만들었지만 막상 맡을 수 없다면 무용지물. 다양한 콘셉트와 도구를 이용해 향을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고 한다.

요즘 도전하고 있는 후각 아트는 미래의 향을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적 표현이 가능한 느낌의 단순함이 아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을 향으로 표현하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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