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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라미화장품 김혜민 팀장, SNS 입소문 하나로 왓슨스 입점까지… ‘마귀할멈 빨강앰플’로 유통망을 뒤흔들다

2016-10-06 12:58:13

라미화장품 김혜민 팀장 “SNS 입소문으로 왓슨스 입점까지 마귀할멈 빨강앰플로 유통망을 뒤흔들다”

SNS 홍보를 통한 온라인 마켓이 화장품의 주요 유통경로로 확장되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탄탄한 제품력을 앞세워 젊은 고객층에 승부수를 건 화장품 기업들의 성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흐름을 제대로 읽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 중 하나는 바로 올해로 창사 41년을 맞이한 라미 화장품. 특히 젊고 능력 있는 인재들의 과감한 마케팅이 화제다. 김혜민 온라인TF팀 팀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라미화장품은 한마디로 사연 많은 회사다. 한 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화장품 기업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에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그러던 2013년 박혜린 회장이 라미화장품을 인수하면서 대 반전이 일어났다. 국내 시장에서 라미화장품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기 시작했고, 중국에서도 ‘코리안 뷰티’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답은 바로 사람이다. 박혜린 회장은 라미화장품을 인수한 뒤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던 중 기존 직원들이 과거의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꺼내든 카드가 젊은 감각으로 무장한 ‘신입 영재’ 발굴이었다.

그 1호의 주인공이 바로 김혜민 온라인TF팀 팀장(23세)이다. 필리핀의 라쌀 대학(LA SALLE UNIVERSITY)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스펙이 없던 그 이기에 다른 이들로부터 편견 섞인 눈길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입사 후 1년 6개월 동안 내놓은 신제품의 연이은 성공은 박 회장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첫 번 째 공은 바로 라미화장품이 자칫 놓칠 수 있었던 SNS 등 온라인 유통망을 개척해 1030 젊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것이다. 또한 그가 올해 3,4월에 론칭한 헤어 오일 제품인 마귀할멈 빗자루 라인과 토털 피부 보습 제품인 빨강앰플 라인은 출시 직후 지속적인 판매고를 기록하며 올 하반기 350%, 내년에는 500%이상 성장률을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9월 12일에는 신제품 붕대 비비, 선크림을 출시하며 또다시 라미화장품의 새 역사를 쓰고자 하고 있다.

당찬 20대, 김혜민 온라인TF팀 팀장의 반짝이는 제품개발 노하우와 포부를 엿들어 봤다.

# 입사 계기 및 업무 환경

Q. 상당히 젊은 팀장이신데 입사 과정이 어땠나요?

제가 좀 어리죠(웃음). 사실 제가 라미화장품 역대 최연소 입사자, 최연소 팀장직을 역임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 스스로 엄청난 스펙을 지녔거나 특별한 사람은 아니에요. 다만 어린 시절부터 일종의 외모콤플렉스가 있어서 다이어트도 많이 하고 민감한 피부 관리에 신경을 쓰다 보니 화장품에 상당히 관심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부터 꾸준히 화장품 신제품이 출시되면 이것저것 다 써보고 테스트해보곤 했어요. 그 과정에서 대학 진로 고민을 하다가 한국 대학에 가더라도 주입식 교육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어요. 그래서 부모님께 유학을 상의 드렸고, 필리핀의 라쌀대학교에서 경영학 공부를 하게 됐습니다. 학교 규정상, 졸업요건에 6개월 이상 인턴경험이 필요해서 필리핀 내 한국화장품 회사에서 인턴활동을 하던 중 우연히 라미화장품 채용과정을 접했죠. 화장품 업계에서 일하는 게 꿈이었던 제겐 좋은 기회였고, 작년 5월에 무역부로 발령 받아 현재까지 미국, 중국, 홍콩 등 10여 국 이상의 출장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배우고 있어요. 이후 박 회장님이 회사에서 가장 어린 제게 온라인TF팀 팀장을 한번 해보라고 제안 주셨습니다.

Q. 한국 기업 특성상 최연소 팀장으로 일하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솔직히 처음에는 적잖이 부담이 됐어요. 과연 제가 잘 해낼 수 있을지 제 자신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 무엇보다 아직은 사회 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보니 여러 가지 면에서 부족한 점도 많았죠.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이 모르면 무조건 ‘물어보고 상의하기’였어요. 회사 생활이라는 것이 한 부서가 잘해서만 되는 일이 아니더군요. 각 부서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보안해야 좋은 제품이 완성될 수 있어요. 때문에 저는 제가 아이디어를 만드는 과정부터 제품 연구, 가격 결정, 유통 라인 등 모든 방면에서 각 부서장님이나 사원들에게 꼼꼼히 여쭤보는 편이에요. 그런 과정이 있기 때문에 저 역시 발전할 수 있었고 제 제품에 더 큰 자부심을 얻게 된 것 같아요. 무엇보다 회사 분들 대부분 제게 아낌없이 조언해주시고 가르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화장품 시장의 흐름

Q 최근 국내외 화장품 시장은 어떤가요?

우선 국내 화장품 시장은 보습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어요. 동안 피부와 깨끗한 피부를 중요시하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기초보습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과거와 달리 고가의 해외 유명 명품 화장품을 선호했던 예전과 달리, 똑똑한 젊은 소비자들이 늘면서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을 지닌 일명 ‘저렴이’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어요. 그 유통망으로 온라인 시장이 떠오르는 있는 것도 트렌드고요. 저희는 그에 맞춰 라미화장품이 지닌 제품 경쟁력에 톡톡 튀는 SNS마케팅으로 신제품들을 론칭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의 경우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만큼 메이크업 트렌드도 달라요. 중국의 경우, 한국인 특유의 하얗고 투명한 화장법을 따라하려는 소비자들이 많은 반면, 미국, 유럽 등은 하얀 피부보다 본인 피부톤을 최대한 살린 브라이트닝 화장 트렌드가 강세입니다. 이에 각 나라 시장 니즈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품 개발 노하우 및 마케팅 전략


Q. ‘마귀할멈 빗자루’, ‘빨간 앰플’, ‘붕대 비비크림’ 같이 독특한 제품명을 사용한 동기가 무엇인가요?

여자라면 누구나 어린 시절부터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있잖아요. 사실 원래부터 예뻤던 사람들은뭘 발라도 예쁘죠(웃음). 그런데 전 아니었어요. 예뻐지고 싶은 욕망은 있지만 어릴 때부터 민감성 피부라 트러블에 대한 고민이 늘 있었어요. 그러다 문득 예쁜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단어들을 떠올려 보다 마귀할멈이 생각났죠. 예쁘지 않은 마귀할멈처럼 푸석푸석한 머릿결도 우리 제품을 바르면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포인트로 주고 싶었어요. 일종의 공감대 형성이죠.

빨강 앰플도 기존에 라미화장품이 보유하고 있던 레드라인에서 좀 더 젊은 감성을 담아 ‘빨강’이라고 바꿨고, 가장 최근에 출시한 붕대 비비크림도 성형외과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성형수술 직후 이미지를 생각하면 흔히 붕대를 푸는 모습이 떠오르잖아요. 붕대를 푸는 순간 예뻐지는 자신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처럼 저희 비비크림만으로도 그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미지를 전달드리고 싶었어요.

Q. 제품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어느 부분인가요?

첫 째도 둘 째도 역시 제품 품질이죠. 물론 가격과 마케팅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정보력도 뛰어나고 꼼꼼하게 구매결정을 하기 때문에 아무리 저렴하고, 독특한 마케팅을 펼친다고 해도 제품성분이나 질이 좋지 않으면 바로 외면해버리죠. 어쩌면 제가 마음껏 제품개발을 할 수 있었던 동력도 라미화장품이 가진 역사와 제품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 됐기에 가능했습니다. 또한 이 밖에도 소비자들에게 어떤 제품이 필요하고, 어떤 가격대가 합리적인지 고민하는 끊임없이 소비자 입장에서 고민하려고 합니다.

Q. 1030 소비자를 공략하기 위해 온라인상에서 어떤 마케팅을 펼쳤나요?

각종 블로그나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제품을 홍보했어요. 물론 이는 비단 저희 회사만의 트렌드는 아니죠. 거대한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지닌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온라인 소통공간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톡톡 튀는 텍스트 위주의 온라인 마케팅을 했다면 앞으로는 짧은 동영상을 제작해서 온라인 홍보채널을 늘릴 예정이에요.

해외 시장의 경우 중국쪽은 이미 라미화장품 중국 공식 블로그 및 타오바오에 마귀할멈 제품들을 판매 중이고 웨이보를 통해 리뷰 작성을 진행하면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각종 해외 전시회를 통해서 지속적으로 해외바이어들에게 홍보 중입니다.

Q. 때론 온라인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의 불만도 접할 텐데요.

간혹 그런 경우가 있긴 하죠. 댓글이나 전화로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도 계세요. 초기엔 제가 직접 다 응대해드렸어요. 화장품의 경우는 한번만 써봐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귀기울여 듣고 제가 설명 드릴 수 있는 부분들은 하나하나 설명해드리고, 정확한 사용법을 일일이 말씀드렸죠. 물론 지금은 저와 팀원들만으로는 수가 부족해서 외부에서도 도움을 받고 있지만 꾸준히 소비자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보완하도록 노력중입니다.

# 미래에 대한 포부

Q. 마지막으로 앞으로 포부나 꿈이 있다면요?

그동안 저희 상품들은 대부분 방문판매나 온라인을 통해 판매됐는데요, 9월부터 Watsons 등 대형 오프라인 판매처에도 납품될 예정입니다. 단기적인 포부라면 우선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저희 상품들을 꾸준히 개발하고 더 많은 유통채널을 확보하는 것이에요. 장기적으로는 미래에 라미화장품의 한 제품라인이 아니라 ‘마귀할멈’, ’빨강앰플’ 등 제 제품의 이름을 건 고유브랜드로도 확장해보고 싶어요.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꼭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화장품이 곧 제 인생이니까요.
(자료제공: 한국경제 매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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