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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코미카’ 미란 부원장 “다시 태어나도 헤어 디자이너 선택, 힘들어도 시간 가는 줄 몰라”

2019-10-25 14:18:33

[나연주 기자] 헤어 디자이너는 단순히 머리만 손질해주는 직업이 아니다.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옷을 선물하는 것.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잘 입은 옷은 그 사람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러니 고객들에게 적합한 스타일링을 선물하는 것은 새로운 자신감, 그리고 새로운 내일을 선물할지도 모르겠다.

코코미카의 미란 부원장은 그렇게 한다. 고객들에게 스타일링을 하기 전 가장 먼저 묻는 게 ‘평소 스타일이 어떻냐는 것’이다. “그 사람이 그날만 예뻐서는 안 된다”라고 말하던 그는 고객들이 그 순간뿐 아니라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순간에도 늘 아름답기를 바라고 있다.

언제나 진심은 닿는다. 그렇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열정과 고객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을 여과 없이 보여준 그. 고객들은 그를 믿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예뻐 보이고 싶은, 가장 중요한 순간들을 위해 그를 찾는 설레는 발걸음은 계속될 거다.

Q. 자기소개

“미용을 시작한 지 13년 된, 코코미카의 부원장 미란이다. 20살 때 대학교 입학해 6개월 후 조기 취업해 서울에 와서 그때부터 계속 일하고 있다. 빨리 일하고 싶었는데 교수님께서 해 볼 사람 신청하라고 하셨다. 내가 부과대여서 과대 친구와 둘이 하게 된 거다”

Q. 미용을 시작하게 된 계기

“사실 고등학교 때 다른 전공에 진학하려고 공부했다. 미용 쪽은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학원도 못 다니는 상황이었다. 부모님을 설득하려고 편지를 쓰기도 했다. 나중에는 부모님이 해보라고 하셔서 미용 학원도 다니고 대학교에서 전공하며 시작한 거다”

Q. 스타 헤어를 주로 담당하는데, 요즘 맡은 스타는?

“예전에는 엔터테인먼트테인먼트 쪽을 많이 하다가 여러 가지를 다 하고 싶었다. 웨딩도 하고 싶고 일반 고객들을 맡고 싶었다. 세 가지 토끼를 다 잡기가 쉽지 않더라. 어느 한 부분은 포기해야 해서 엔터테인먼트테인먼트 쪽을 놓았다. 지금은 원래 하던 분들인 투맥스, 장현승을 맡고 있다. 출장이 많이 필요한 분들은 다른 분들에게 맡겼고 지금은 일반 고객들과 웨딩을 주로 맡고 있다”

Q. 엔터테인먼트테인먼트, 웨딩, 일반 고객들을 스타일링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

“재미는 조금씩 다르다. 웨딩은 가장 중요한 날을 내가 꾸며줄 수 있다는 기쁨이 있고 일반 고객들은 나를 200% 믿고 계속 와주시는 분들이라 오히려 가장 많이 신경 쓰인다. 엔터테인먼트테인먼트는 결과물을 보는 게 재미있다.

“그렇지만 다 장단점이 있다. 웨딩은 주말에 굉장히 바쁘다는 것, 일반 고객들은 소개나 입소문을 통해 늘어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으기는 힘들다. 엔터테인먼트테인먼트는 스케줄에 올인하다 보니 사생활이 없어진다. 나는 예전에 엔터테인먼트 쪽을 많이 해서 다른 두 가지를 더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Q.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긴 건가

“그렇다. 그것도 웨딩을 맡으면서 또 힘들어졌다. 그런데 이 직업이 어쩔 수 없으니까. 남들 쉴 때 더 바쁘다”

Q. 헤어 디자이너의 일과

“정상 출근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웨딩이나 아나운서분들을 맡고 있어 새벽에 많이 하고 낮에는 일반 고객들을 맡는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bnt 인터뷰라서 그런 건 아니지만 예전에 bnt와 화보 작업을 많이 했는데 다 재미있었다(웃음). 요즘에는 일반 고객들을 맡는 게 굉장히 재미있다. 한 번 믿음을 드리면 정말 나만 믿으시더라. 나 외에 다른 사람에게는 못하겠다는 얘기를 들을 때 굉장히 뿌듯하다”

Q. 직업병이 있다면?

“너무 많다(하하). 밥을 제때 못 먹기 때문에 위장병은 모든 미용인이 가지고 있을 거다. 하지정맥류. 계속 서 있다 보니. 그리고 손이 정말 못생겨진다. 그게 가장 싫은데 물도 많이 닿고 하다 보니 여자인데 손이 안 예뻐진다. 모두가 공감할 거다(웃음).

Q. 그런데도 이 직업이 매력 있는 이유는?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할 거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나는 무조건 ‘그렇다’고 했다. 어떤 일이든 꿈을 꾸다가도 막상 직업이 되면 싫어지기 마련이다. 지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나에게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다. 얘기하는 것도 좋아해서 고객과 얘기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내가 생각한 스타일을 연출해줬을 때 고객들이 만족하면 희열감이 들어 너무 좋다. 다시 태어나도 할 거다”

Q. 헤어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

“기술은 배우고 계속하다 보면 늘 수 있다. 후배들, 스태프들에게 항상 얘기하는 게 있다. 예쁜지 안 예쁜지 구별할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게 중요한 거다. 기술이 늘면 예쁘다고 생각하는 걸 따라 할 수 있어 무한하게 발전할 수 있다. 만약 예쁜지 안 예쁜지, 남들이 봤을 때 예쁠까 안 예쁠까 판단을 못 하면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 중요한 건 커뮤니케이션. 이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지하지 못하면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을 거다”

Q. 감각적인 부분은 어떻게 기르고 있나

“나는 옷, 액세서리, 화장품도 다 좋아한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에는 모든 잡지를 구독했다. 스마트폰이 생긴 이후에는 외국 셀럽들이나 트렌드북 같은 것도 다운받거나 사서 본다. 공부라기보다 보고 싶어서 보는 거라 자연스레 얻는 것들이 많다”

Q. 일반인을 위한 헤어 관리 팁

“기본은 머리를 잘 감고 잘 말리는 것. 그걸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시는데 다 머리를 감고 안 말린다고 하시더라. 아침에 말릴 시간이 없다고 하시는데 일단 머리를 안 말리면 머릿결이 많이 상한다. 젖어있는 상태에서는 모발 손상도 훨씬 빠르다. 그럼 두피도 안 좋아지고, 모발도 얇아져 부스스해지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감고 말리는 것. 요즘 미세먼지도 많아서 저녁에 감고 다 말리고 자는 게 가장 좋다”

Q. 본인만의 셀프 스타일링 노하우

“나는 무조건 옷이나 가야 하는 장소, 그날의 분위기, 메이크업에 다 맞는 스타일을 하려고 한다. 나에게 잘 어울릴 만한 걸 찾는 게 중요하다. 손님들을 스타일링 하기 전에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평소에 어떻게 입으세요?’, ‘메이크업은 짙게 하는 편이세요?’, ‘내추럴한 걸 좋아하세요?’다. 그 사람이 그날만 예뻐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도 스타일링을 할 때 내게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하는 거고 다른 손님들도 그렇게 해드리는 편이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이번 시즌 헤어 트렌드

“이너뷰티. 이건 올해, 내년뿐 아니라 점점 더 트렌드화 될 것 같다. 사람들이 피부를 관리하는 것만큼 헤어를 관리하진 않았는데 이제는 그런 시대가 왔다. 얼굴이 쳐지는 건 두피부터 쳐지는 거다. 사람들이 그걸 알고 관리하는 게 더 트렌드화 되지 않을까”

Q. 헤어 디자이너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TV에 워낙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나오고 재미있어 보여서 하려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런데 무슨 일이든 다 똑같겠지만 정말 쉽지 않다. 3개월에 한 번씩은 그만두고 싶은 순간이 오더라. 우리는 웨딩, 엔터테인먼트 쪽을 다 같이 해서 다른 곳보다 두세 배로 더 힘들 거로 생각한다. 개인적인 시간도 없을뿐더러 몸이 너무 피곤하다. 각오는 무조건 열정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자기 관리를 하면서 해야 오래 할 수 있다. 또 예쁘고 멋진 걸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보는 눈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기에 많이 공부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Q. 그만두고 싶을 때는 어떻게 버텨냈나

“예전에는 정말 그만두고 싶어서 그만뒀다. 스태프 때 그만두고 한 달 정도 쉬다가 다른 데서 다시 일했는데 결론은 쉬면 또 일하고 싶더라. 이제는 ‘내일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생각한다. 그럼 정말 괜찮아지더라. 그래서 영원히 그만둘 수 없을 것 같다(웃음)”

Q. 최종 목표

“남들이 들으면 어떻게 이런 게 최종 목표냐고 할 수도 있겠다. 어릴 적부터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이자 꿈인데 그게 정말 어렵더라. 평범하고 행복하려면 일이 잘돼야 할 테니 늘 이 패턴대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13년을 하다 보니 몸도 많이 지치는데, 지치면 고객 앞에서 웃을 수가 없다. 나는 웃으면서 일하는 게 좋다. 요즘엔 지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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