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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코미카’ 정민 부원장 “성실함 가장 중요해, 꾸준히 연습하고 트렌드 파악 노력 필요해”

박찬 기자
2020-02-19 12:04:18

[박찬 기자] 겨울 바람이 조금씩 저물어가는 어느 날, 신사동에 위치한 샵 ‘코코미카’에서 그를 만났다. 개그우먼과 신인 연기자를 주로 맡는다는 그는 메이크업에 대한 진지함으로 가득했다. 차분하게 말을 건네는 그 모습에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 그런 그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평소에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메이크업이라는 장르는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자신을 ‘치장’하는 것이 메이크업의 한계였다면 최근의 메이크업 개념은 그 시기의 세대별 트렌드를 정의할 수 있는 기준이 된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방법이나 돋보이는 포인트를 습득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 그러한 과정을 조금 더 편하게 도와줄 수 있는 직업이 바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너무 과하게 그 사람의 이미지를 수정하지 않는다. 단점을 없애기보다는 장점을 부각해 그 이미지를 표현해주고 싶다” 직업에 대한 가치관은 그 사람의 성향을 곧바로 판단할 수 있는 수단. 정민 부원장의 가치관은 굵고 곧게 자라져 있었다. 환경에 따라 좌우하지 않으며 자신만의 길을 꿋꿋이 성취하는 그 모습 앞에 귀가 기울여지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창작해나가는 ‘메이크업 아티스트’ 코코미카 정민 부원장은 메이크업 아티스트 그 자체였다.

Q. 자기소개

“코코미카에서 현재 신인 연기자들과 개그우먼들을 담당하는 정민 부원장이다. 메이크업 담당으로”

Q.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

“처음에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미술 쪽으로 진로를 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색채에 대해 관심이 생기고 신기하게도 메이크업으로 빠지게 됐다(웃음). 보통 메이크업을 가장 먼저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학창 시절에는 오히려 그림 쪽에 관심이 많았다”

Q. 크리에이터와 스타 메이크업을 주로 담당하는데, 요즘 맡은 스타는?

“같이 작업해오던 분은 개그우먼 김영희 씨와 김민경 씨. 연기자 쪽으로는 이번에 새롭게 드라마에 출연하게 되는 신인 배우 최배영 씨와 엄기준 씨를 맡고 있다”

Q. 대표 참여 프로젝트로 Mnet ‘슈퍼스타K 2016’을 담당하기도. 생방송 무대에서의 메이크업 작업은 더욱 힘들 것 같은데

“특별히 작업 자체가 어려웠다기보다는 그 친구들이 아무래도 연예인이 아니기 때문에 스타일을 잡기 힘들더라. 그런 스타일의 ‘결’을 다듬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다(웃음)”

Q. 김민경, 김영희, 김준현 등 코미디언과의 작업이 돋보인다. 촬영장 안에서도 에너지를 전달받을 것 같다.

“보통 연기자분들은 차분하신 반면에 코미디언분들은 에너지 넘친다. 예민한 부분도 상대적으로 덜하신 것 같다(웃음)”

Q. 엔터테인먼트, 웨딩, 일반 고객들을 메이크업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면?

“웨딩 메이크업도 정말 많이 진행하고 있다. 일단 평소에 특별한 메이크업을 받지 않았던 분들을 작업하게 되는 것이다 보니 현실과 이상의 차이가 하긴 한다. 그것을 잘 조율하는 역할이라고 해야 될까. 간혹 성형 수술 결과 같은 메이크업 효과를 원하시는 분들도 있어서 그 중간 점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웃음). 그래서 소통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Q. 웨딩 사진 담당과 결혼식 현장 메이크업 담당이 따로 있다고 들었는데

“웨딩 메이크업도 종류가 되게 다양하다. 장소와 콘셉트에 맞게 스타일링도 해드려야 된다는 점이 중요하다”

Q.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일과

“대부분은 실무적인 메이크업을 한다. 그 외로는 사무적인 업무도 있긴 하다. 사실 처음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자 했을 때는 이런 업무까지 할 줄은 몰랐다. 예약을 점검하는 일도 있고 서류를 작성하는 일도 있다(웃음)”

Q. 출근 시간

“정해져 있는 출근 시간은 오전 10시인데 새벽 출근이 많다 보니 정말 유동적이다. 마찬가지로 퇴근 시간은 오후 6시인데 출장 스케줄이 있으면 더욱더 늦어지는 편이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업이 있다면?

“패션 애플리케이션 관련 촬영이 있었는데 그 친구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메이크업해주는 작업이 있었다. 그때 내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서 되게 인상적으로 기억이 남는다. 연예인이 아니다보니 꾸밀 수 있는 포인트를 발견하는 게 정말 재밌었다”

Q. 메이크업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고른다면?

“메이크업에서 제일 중요한 부위는 피부라고 생각한다. 기본이 탄탄하게 받쳐줘야 나머지 분위기가 예뻐 보이는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눈썹과 눈 화장. 공동 2위다(웃음). 세 번째는 입술. 입술 화장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는 분도 있지만 나 같은 경우는 피부 톤 화장을 가장 먼저 생각한다”

Q. 화장품 냄새가 강하지 않나. 그 냄새를 종일 맡으면 머리 아플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웃음). 요즘엔 향이 강한 제품이 별로 나오지 않는 추세다.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될까. 물론 예전에는 그런 제품이 종종 있었다”

Q. 이외 직업적인 애로사항이 있다면

“메이크업 작업 때 항상 왼쪽 손등 위에 제품을 바르는 편이다. 그렇다 보니 왼쪽 손등은 항상 촉촉한데 오른쪽 손은 핸드크림조차 못 바른다. 아무래도 작업을 하다 보면 오른손은 계속 쓰게 되니까(웃음). 비스듬히 허리를 숙이는 작업이 많아 통증도 다소 있는 것 같다”

Q. 그런데도 이 직업이 매력 있는 이유

“성취감이 크다는 점. 남을 예쁘게 꾸며준다는 일이 보람차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다”

Q. 원래 남을 꾸며주는 일에 대해 흥미 있었나

“친구가 내 앞에서 화장할 때는 적극적으로 도와주지만 지금은 고향을 떨어져 나와서 그럴 기회가 별로 없다(웃음). 스태프 때는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고, 자리 잡게 됐을 때는 이제 다들 결혼한 친구들이 많아져서 잘 못 만나게 되더라”

Q. 성취감도 두 종류로 나뉘는 것 같다. 남을 꾸며줬다는 성취감과 자기만의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성취감. 이런 감정도 느끼는 편인가

“물론 나중에 나의 결과물을 보면 뿌듯한 감정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연예인 화보 작업 때 이런 느낌을 많이 받는다. 콘셉트에 맞게 우리가 무언가를 창작해나간다는 느낌”

Q. 잡지 촬영도 많이 진행했는데 샵에서 하는 기본적인 작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샵에서 하는 메이크업은 일상적인 측면이 강하다면 잡지 화보 촬영 때는 ‘맞추어 간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아무래도 잡지 촬영은 더욱 결과물적인 면을 보게 되니까”

Q. 반대로 일을 하면서 제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언제인가?

“지금은 아니지만 스태프 때 힘들었다. 메이크업뿐만 아니라 모든 직업이 힘들 때가 있지 않나. 그 시기마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라는 생각을 하면 이겨낼 수 있는 것 같다(웃음)”

Q. 어떤 부분이 힘들었나

“새벽에 출근해서 퇴근 후 내 생활이 없다는 점. 출퇴근 시간이 불안정했지만 잘 견딜 수 있었다”

Q.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

“성실함. 생각보다는 꾸준히 연습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공부도 중요하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이번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

“이번 트렌드 컬러가 블루지 않나. 그래서 조금 청량감 있는 느낌의 메이크업을 연출한다. 피부 톤도 그에 맞춰서 촉촉하고 가벼운 질감으로 맞춘다”

Q. 출근 준비하는데 보통 걸리는 시간

“우리 샵 직원들은 거의 다 이 근처에 산다(웃음). 준비하는 것부터 샵에 도착하는 것까지 1시간 정도 걸리는 것 같다. 메이크업 시간은 10분이다(웃음)”

Q. 출근길 직장인들에게 추천하는 퀵 메이크업

“코랄 피치 컬러 느낌의 립스틱 하나로 입술, 볼 터치, 눈을 다 칠한다. 피부는 쿠션으로 매만져주고 마스카라만 간단하게 연출해준다. 정말 쉽지 않나(웃음). 가볍게 한 메이크업이라 오히려 긴 시간 동안 망가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Q. 한 사람에게 ‘변신’을 주는 직업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가치관이 있다면

“너무 과하게 그 사람의 이미지를 수정하지 않는다. 단점을 없애기보다는 장점을 부각해 그 이미지를 표현해주고 싶다”

Q.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택하지 않았다면 무슨 일을 택했을 것 같나

“분위기가 정말 다른 일이긴 하지만 떡볶이 가게를 차리고 싶었다(웃음). 평소에 떡볶이를 좋아한다. 나중에 차리게 되면 꼭 와주셨으면 좋겠다(웃음). 메이크업 교수직에도 관심이 많았다. 물론 교수직은 연륜이 쌓이고 나서 도전해도 된다는 생각에 아직 저버리지 않고 있다”

Q. 그만두고 싶을 때는 어떻게 버텨냈나

“그만두고 싶을 때가 가끔 찾아오게 되면 친구들보다는 선배들에게 조언을 많이 받는 편이다. 친구들은 생각이 거기서 거기다(웃음). 당장 닥친 것만 생각하지 않고 초심으로 돌아가서 ‘내가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를 생각한다. 일하면서 어떤 보람을 가질 수 있었는지도 다시 되돌아본다”

Q. 언제까지 이 일을 하고 싶나

“60살까지는 하고 싶다(웃음). 트렌드도 열심히 파악하고 자기 관리도 저버리지 않는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할 수 있지 않을까?”

Q. 메이크업 아티스트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정말 보람찬 직업이다.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목표했던 대로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

Q. 최종 목표

“예전에는 나만의 화장품을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실무에 꾸준히 임하는 것이 목표다. 앞으로 고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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