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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청춘시대2’ 박은빈의 인생은 길다

2017-10-18 22:52:53

[김영재 기자] “책임감이 나를 만들었다”

청춘(靑春).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대개 인생의 젊은 나이 혹은 그 시절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젊음은 곧 청춘이라고 정의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젊음이 청춘의 속성이라면, 이 가운데 아픔은 청춘의 과정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기쁠 때도 있겠지만, 슬플 때가 더 많을 수 있는 것이 청춘이다. 그래서 푸르고 또 아프다.

이런 청춘에 시기를 뜻하는 단어 시대(時代)가 붙었다. 그리고 숫자 ‘2’까지 더해졌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는 지난해 여름 방송된 ‘청춘시대’의 후속작이다. 비록 최고 시청률 2.508%(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했을 뿐이지만, 작품 속에 담긴 청춘을 쓰다듬는 박연선 작가의 시선은 동시기를 살아가는 청춘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벨에포크의 하메(하우스 메이트)들은 약 1년 만에 대중 곁으로 돌아와 그들의 후일담을 안방극장에 전달했다. 누군가는 후일담을, 누군가는 새로운 이야기를.

박은빈이 연기한 송지원은 갈래의 정중앙에 선 인물이었다. 시즌1에서 송지원은 신발장 귀신이란 화두로써 윤진명(한예리), 유은재(박혜수), 정예은(한승연), 강이나(류화영)의 비밀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현재는 있을지언정 과거는 없었다. 이에 박연선 작가는 못다한 송지원의 이야기를 끝내겠다는 각오를 ‘청춘시대2’ 시작 전 밝혔고, 결국 송지원은 두 번째 시즌에서 다섯 하메 중 가장 돋보이는 존재가 됐다.

송지원의 상습적 거짓말은 친구 문효진(최유화)이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겪은 아동 성폭력이 원인이었다. 결국 송지원은 목격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던 셈. ‘청춘시대2’에서 과거를 추적하고, 아픔을 발견했으며, 스스로의 이익을 버리고 진실을 추구한 송지원. 그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을 10일 서울시 강남구 한 카페에서 bnt뉴스가 만났다.

작품에 너무 몰입했던 탓일까. 박은빈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는 배우와 역할을 혼동했다. 물론 낯을 가리는 박은빈의 성향과 ‘여자 신동엽’을 자처하는 송지원의 특징은 판이했으나, 몇 회 독백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일일이 기억하는 열정은 마치 송지원의 현신이 취재진을 마주하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뷰 장소는 카페의 루프탑이었다. 어쩌면 쌀쌀할 수도 있었지만, 춥지 않았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인터뷰①] ‘청춘시대2’ 박은빈, 송지원을 애정하다
[인터뷰②] ‘청춘시대2’ 박은빈의 인생은 길다


Q. 시즌1 초반에는 송지원과의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들었다. 시즌2를 끝마친 현재는 어떤가? 서로 비슷한 점이 생겼는지 알고 싶다.

“송지원 역할을 표현하면서 박은빈이 갖고 있는 모습을 극화한 부분도 있고, 송지원의 좋은 점을 내 인생에 편입시킨 점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전혀 다르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유사해졌다. 지원이의 밝고, 편하고, 유쾌한 모습은 나 박은빈도 갖고 있던 점이다. 그래서 지원이를 사랑해주신 부분 역시 나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웃음) 물론, 19금 농담을 한다든지 할 말 못 할 말 구분 못하고 나댄다든지 그런 면은 닮지 않았다.”

7회 에필로그 ‘하메들의 묘비명’을 보면 송지원의 묘비명은 다음과 같다. ‘1995~2025 매 순간이 행운이었다.’ 여기에 13회 에필로그에서는 임성민(손승원)과 그의 아이가 벨에포크를 방문한 신까지 등장했다. 시즌1에서 송지원은 “10년 후면 서른 둘. 그때쯤엔 내가 기자 출신 작가가 돼서 방송이다 출판이다 엄청 바쁠 예정이라 시간이 나려나 모르겠네?”라고 했지만, 결국 그는 10년 후의 미래에 도달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와 관련 박은선 작가는 ‘청춘시대2’ 종방연에서 박은빈을 만나 문효진 사건을 접한 뒤 진실을 밝히고자 기자가 된 송지원이 불의를 쫓다가 악의 세력에게 죽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아이 또한 송지원과 임성민의 아이가 맞단다.

“팬 분들의 상심이 크실 것 같다. 나 또한 마음이 아프다. 그런데 죽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 않은가. 그것을 위안으로 삼고 싶다. (웃음)” 더불어 그는 시즌1 초기 시놉시스와 실제 대본을 비교해보면 설정이 달라진 부분도 있고, 시즌1 송지원 설정이 시즌2에서 달라졌던 적도 있으니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긍정을 발휘했다. “에필로그였을 뿐이고 본편으로 죽음을 예고한 것이 아니다. 얼마든지 창작의 자유가 있지 않을까. 작가님께서 ‘쏭’ 캐릭터를 애정하지 않으실 이유가 없다. 시청자 분들이 마음 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비보를 접하기 전 박은빈이 희망한 송지원의 미래는 벨에포크를 인수 받은 집주인 할머니란다. 노후를 벨에포크에서 즐겁게 보내며 아름다운 시절을 겪고 있는 청춘들을 바라보면서 사는 청사진이 있었다고. 백발로서 그가 머금은 시간을 보는 이에게 한껏 풍긴 집주인 할머니를 잇는 나이든 송지원. 최적의 조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박은선 작가의 결정이 확고하다면, 시청자는 박은빈의 바람만으로 그것을 향유할 수밖에.


‘청춘시대2’에는 시즌1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해 반가움을 선사한다. 임성민(손승원) 역시 다시 등장해 송지원과의 로맨스를 형성한다. 시즌1에서는 송지원이 임성민을 친구로서 따라다녔다면, 시즌2에서는 임성민의 마음이 돋보였다. 치킨을 한 아름 들고 과수원을 방문했지만, 하메들은 이미 서울로 떠난 신은 ‘청춘시대2’의 베스트 신 중 하나다.

“옆에서 묵묵히 중심 잃지 않고 잘 지켜준 (임)성민이를 보면서 ‘아, 송지원 인생에 임성민보다 더 좋은 남자를 만나기 어렵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서로에게 워낙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둘 사이를 파고들 사람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앞서 언급한 에필로그에 따르면 송지원은 임성민과 결혼한다. 이미 예정된 결말이 사실이라면 송지원은 ‘모태 솔로’를 벗어나더라도 한 남자와 첫사랑과 끝 사랑을 나누는 것. “첫 사랑이 마지막 사랑이길 원하는 사람도 분명히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로망과 이상을 추구하는 일 아니겠는가. (웃음) 송지원이 남자를 외쳐온 만큼 어찌 보면 송지원에게 남자는 한 명밖에 없더라도 그것이 균형 맞는 일 같다.”


시즌1에서 박은빈은 생애 첫 단발 머리를 감행했다. 박연선 작가는 ‘의도는 아멜리에를 꿈꿨으나 늙은 추사랑이 돼버린’ 헤어 스타일을 송지원이 하길 바랐다고. 하지만 버섯 혹은 딸기가 떠올랐던 송지원은 시즌2에서는 다른 모습과 함께 시청자를 마주했다. 염색도 더 짙게 하고, 푸들 머리도 하고, 반다나도 썼다.

“작가님과 감독님은 계속 단발 머리를 유지하길 원하셨다. 하지만 나는 ‘송지원은 단발 머리’라는 공식은 세우고 싶지 않더라. 송지원이라면 다양성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굳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짧은 인생 속에서 굳이 단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지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또한 뭔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박은빈은 머리가 길었기 때문에 작품 중간 변신이 가능했다며, 시즌2 송지원의 푸들 머리 히피 펌은 잘한 일이라고 자평했다. 푸들 머리는 박은빈 본인의 선택이란다. 그는 두 손으로 이마를 짚은 후 “앞머리로 정체성을 지키되,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지원이니까 히피 펌으로 결정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머리 스타일이 바뀌니 기존 보헤미안 스타일 또한 느낌이 달라졌고, 이에 더 난해한 로브를 시도해봤다며 크게 웃었다.


‘청춘시대2’ 1회에서 송지원은 유은재(지우)에게 “니가 좀 낯설다”라고 말을 건넨다. 배우 지우가 유은재 역에 새롭게 투입된 것을 소개하는 재치 넘치는 대사였다. 기자는 ‘청춘시대2’ 제작발표회 기사의 제목을 ‘축소되고 빠지고 더해져도 우리는 청춘’이라고 정했던 바 있다. 강이나 역은 축소됐고, 배우 박혜수는 빠졌으며, 지우와 최아라가 투입됐기 때문.

우선 박은빈은 “일단 ‘니가 좀 낯설다’라는 대사는 감독님께서 송지원만이 할 수 있는 대사니까 잘 소화해야 한다고 부담을 주셨다”라며 연기를 회상한 뒤, 새로운 인물이 합류했지만 낯섦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 친구들이 잘해줬다. 나랑 한예리 언니랑, 한승연 언니랑 시즌1 때 같이 연기한 입장에서 우리가 금방 적응토록 도와주고 이끌어주자고 마음을 모았지만, 막상 이 친구들이 워낙 ‘청춘시대’에 대한 애정을 갖고 들어온 친구들이었기 때문에 굳이 호흡을 맞추지 않아도 알고 있더라. 금방 녹아들어서 역할에 몰입해줬다.”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청춘시대2’는 시즌1에 이어, 아니 첫 시즌보다 박은빈의 진가를 더욱 커다랗게 깨닫게 만든 작품이었다. 이는 현실적이고, 상업적이고, 물리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감성적인 접근이 궁금했다. ‘청춘시대2’는 박은빈의 청춘에게 어떤 의미일까.

“지난해 얼굴과 올해 얼굴을 보니까 풋풋한 느낌이 달라졌더라. 변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1년간의 변한 모습을 청춘의 한복판인 ‘청춘시대’에 오롯이 담아낼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 크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상처를 받더라도, 상처를 이겨내고 나아가는 것이 청춘이란 것을 깨달았다.” 선물을 품에 안은 박은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기자가 박은빈을 처음 인지한 때는 지난 2005년이다. 그는 삼성생명의 광고 ‘딸의 인생은 길다’ 편에 출연해 소녀에서 숙녀로 거듭날 딸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내레이션을 돋보이게 만들었던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데뷔는 이보다 이르다고. 박은빈은 1996년 아동복 모델로 데뷔했고, 1997년 사전 제작돼 이듬해 방송된 SBS ‘백야 3.98’에 출연하며 연기와 연을 맺었단다. 더불어 그는 현재 ‘청춘시대2’까지 쉼 없는 활동을 해왔다.

“공백이 없었다는 것은 끊임없이 일을 해왔다는 징표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해야 된다는 책임감이 있었다. 그 책임감이 나를 만들었다.”

책임감. 맡아서 해야 할 임무나 의무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어떤 일이든 책임감을 가지고 일한다면 알아주는 이가 있을 테지만, 정답을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 가운데 박은빈은 1996년부터 셈하자면 자그마치 21년간 책임감 속에 연기를 해왔고, 결국 기회를 잡았다. 사실 ‘청춘시대’ 시즌1 역시 배우 박은빈이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도약점이었다. 더 나은 기회는 다른 작품에서 기대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운 좋게도 박은빈은 ‘청춘시대2’에서도 또 한 번의 기회를 얻게 됐다.

새삼 앞서 언급했던 소녀 박은빈의 광고가 떠오른다. 광고의 제목은 ‘딸의 인생은 길다’였다. 마찬가지로 박은빈의 연기 인생은 길다. 지금까지 길었고, 앞으로도 길 것이다. 책임감을 가지고 연기를 다져온 소녀는 숙녀가 되어 ‘청춘시대’를 만났다.

광고에서 아버지의 내레이션은 다음을 이야기한다. ‘딸의 인생은 깁니다. 어느새 여자가 될 것이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엄마가 될 것입니다.’ 박은빈은 지금 어느 과정에 서있는가. 연기와 사랑에 빠진 그가 연기와 결혼하고, 연기로써 엄마가 될 그날을 기대해본다.(사진출처: 나무엑터스, JTBC ‘청춘시대2’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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