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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s pick] 배우 하경, 신인답지 않은 묵직함으로

2017-12-01 13:38:35

[임현주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불려 다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2016년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갈매기’ 연극으로 데뷔 후 돋보이는 연기력으로 주목받는 신인 반열에 합류하게 된 배우 하경. 연극 ‘안녕 여름’에 이어 드라마 ‘안단테’ ‘시카고타자기’ ‘크리미널 마인드’ ‘돈꽃’ 등의 작품 속 크지 않은 역할이지만 그의 에너지와 광기어린 연기에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불러오고 있다.

“가고자하는 목표치가 높아서 그만큼 채우기 위해 연습을 계속 할 수밖에 없어요. 타고난 사람이 아닌 이상 하는 만큼 나온다고 생각해요. 무에서 유를 계속 창조해가는 거죠. 여기에 좋은 회사도 만났고 좋은 선배님들도 만나면서 운이 좋게도 인복이 있어요. 은혜를 받았으면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게 제 삶의 신조거든요. 저만 잘하면 돼요. 잘해야 하고요.”

2018년1월에 방영될 tvN 새드라마 ‘마더’ 출연까지 확정했다는 하경. 신인들이 넘쳐나는 연예계에서 쉬지 않고 일이 생길 수 있는 건 노력을 당연시하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간절함이 만든 노력의 가치가 빛나는 신인배우 하경과 bnt뉴스가 만났다.


Q. ‘시카고 타자기’ 속 유아인 스토커 역에 이어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사이코패스 역까지. 시청자들에게 배우 하경의 존재를 강렬하게 알렸어요.

이런 평들을 들을 때나 볼 때 너무 기분 좋아요. 밖에서 티는 못 내고 집에서 소리 지르면서 신나하죠. 사실 촬영에 앞서서 겁이 났었거든요. 연극으로 데뷔해서 카메라 촬영이 낯설기도 하고 현장이 어색하니까... 여기에 상대역이 유아인 선배님이시고.(웃음) 판은 이미 깔렸는데 겁을 많이 먹었죠.

Q. 맡은 역할이 쉽지 않은 캐릭터라 긴장이 많이 됐겠어요.

촬영들어가기 전에 심장이 벌렁벌렁하고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어요. 그럴 때마다 속으로 되뇌는 말이 있어요. ‘믿을 사람은 나랑 상대배우밖에 없다. 주변에 뭐가 있던 나랑 상대배우만 믿자. 상대배우 눈만 보자. 이것만 생각하자.’ 이렇게 연기하면 어느 순간 집중이 되면서 긴장이 풀려요.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좋은 배우랑 같이 연기하면 끌어내주기 때문에 잘할 수밖에 없다고. 유아인 선배님이 그걸 처음 느끼게 해주신 분이죠.

Q. 유아인 씨와 함께 호흡해보니 어떤 선배였어요?

선배님이 연기에 딱 들어가는 순간 눈빛이랑 분위기가 확 바뀌는데 ‘와 저 사람은 진짜 배우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번은 취조실에서 같이 촬영을 하는데 제가 연극에서 스크린으로 막 넘어왔을 때라 사운드도 겹치고 연기 템포도 그렇고 적응이 잘 안됐었어요. 그런 저를 보고 선배님께서 조언을 해주시더라고요. 덕분에 다음 작품인 ‘크리미널 마인드’ 때 잘 찍을 수 있었어요.

Q. 연이어 공중파 드라마인 ‘안단테’ 엄용기로 첫 조연을 하게 됐어요. 방송으로 데뷔한지는 1년 채 안됐는데 비법이 뭐예요?

비법이 있다기보다 제가 미움 받는 걸 싫어해서 좋게 봐주셨던 것 같아요.(웃음) 현장에서 최대한 NG를 안내려고 해요. 제작진분들에게 피해주지 않기 위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려하고요. 또 암기력이 특출난 편이 아니라서 항상 대본을 보면서 연습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신인이 열심히 하는구나’ 하시면서 감사하게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Q. ‘안단테’의 엄용기는 반항아로 나오잖아요. 전작들에 이어 밝지 않은 톤의 역할들만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우선 제 인상이 사납게 생긴 편이잖아요.(웃음) 평소에 말을 하기 보다는 듣는 편에 속하고 좀 어둡게 다니는 편 같아요. 대학교 입시준비 때도 ‘보이첵’이라는 어두운 작품을 가지고 자유연기를 했었거든요. 저랑 연결되는 키워드들이 센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대학 다닐 때부터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는 역할들을 해왔던 것 같아요. 그런 경험들 때문에 ‘시카고 타자기’나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맡았던 역할들이 큰 부담을 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저도 로맨틱코미디 속 밝은 역할들 좋아해요.(웃음)

Q. 로맨스 장르를 함께 해보고 싶은 배우는요?

서현진 선배님과 함께 연기해보고 싶어요. ‘사랑의 온도’를 보면서 선배님과 연기하면 어떨까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선배님이 웃으실 때 느낌이 확 와요. 상대배우연기까지 살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Q. 원래 연극으로 데뷔했잖아요. TV와 무대 둘 중 어느 쪽에 더 애정이 가나요?

무대가 너무 좋아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어요. 데뷔작인 ‘갈매기’를 찍고 완전 소원 성취했죠. ‘헤드윅’도 좋아하고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는 제 인생뮤지컬이에요. 자유로운 게 매력적인 연극이 좋았는데 드라마를 하면서 촬영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말의 억양부터 눈빛 하나까지 카메라가 섬세한 것들을 다잡아주니까 감정을 다 다르게 표현할 수 있죠. 배우들은 욕심이 있으니까 그런 점들이 배우로서 좋더라고요. 어느 무대가 더 좋다기보다 황정민 선배님처럼 왔다갔다하면서 다 잘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롤모델이 있나요?

원래 되게 많이 있었어요. 그중 박해일 선배님의 연기를 정말 좋아했었어요. 선배님 작품들을 찾아보면서 따라서 연습해보고 그랬었는데 어느 날 ‘크리미널 마인드’ 감독님께서 ‘너 박해일같다. 얄밉게 잘하네’ 하시더라고요. 정말 최고의 칭찬이었죠. 근데 롤모델을 정해놓고 나니까 그 사람처럼 하는 게 아니면 잘 안되더라고요. 그 사람이라는 틀 속에 갇혀버리는 느낌? 아직 배울게 많은데 흡수를 못하면 안 되잖아요. 지금은 롤모델이 없는 상태예요.(웃음)


롤모델이 없다는 배우 하경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이에 그는 “항상 불려 다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누군가가 찾는다는 건 믿음이 있고 좋은 사람이라는 거니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에 목표를 두는 것 같아요”라 말했다. 좋은 사람이, 좋은 배우가 되어 향후 신인배우들의 롤모델로 꼽히는 배우 하경이 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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