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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s pick②] ‘직립 보행의 역사’ 양혜지, 인복이 많은 행복한 사람

2017-12-06 14:00:26

[김영재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됐으면”

영상 기반의 웹 콘텐츠는 파편화된 시청층에 주목한 격변의 적자(嫡子)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기존 미디어의 전략이었다면, 웹 콘텐츠는 시청자 일부를 만족시키는 데 의의를 둔다. 만인의 만족을 낮추고, 개인의 충족을 높인 것. 특히 웹 콘텐츠의 주요 타겟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젊은 세대, 주요 장르는 드라마, 인기 소재는 사랑이다.

청춘의 사랑은 ‘좋아요’를 모았고, 여러 갈래로 변주된 사랑 중 특히 짝사랑이 큰 인기를 얻었다. 웹 드라마 ‘전지적 짝사랑 시점(이하 전짝시)’은 격변 속 슈퍼 스타다. 그간 총 재생횟수 약 1억 2천만 회를 기록한 ‘전짝시’는 웹 콘텐츠의 가능성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 가운데 주연 양혜지는 시즌2 공개 이후 페이스북 1천 개 이상의 친구 알림을 받은 ‘전짝시’ 흥행 주역이다. 최근 무엇에 행복을 느꼈는지 묻자 그는 여름에 여행을 떠난 것이 행복했다고 답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행복감으로 길게 남아있어요.”

인터뷰에서 만난 양혜지는 행복에 젖은 사람이었다. ‘전짝시’의 기록적 흥행, tvN 단막극 ‘직립 보행의 역사’ 출연, 키이스트 자회사 콘텐츠와이와의 전속 계약 등 세속적 요인이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어떤 수식도 필요 없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행복은 전염됐고, 기억은 행복감으로 길게 지속됐다. 행복한 배우 양혜지를 bnt뉴스가 만났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bnt's pick①] ‘전짝시’ 양혜지, 1981년 버글스를 잇는 시대의 선봉장 (기사링크)
[bnt's pick②] ‘직립 보행의 역사’ 양혜지, 인복이 많은 행복한 사람 (기사링크)


양혜지는 성균관대학교 연기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재원(才媛)이다. “어렸을 때부터 영화나 연극 보는 걸 좋아했어요. 사람들 앞에서 뽐내는 것도 좋아했죠.”

영화 ‘편지’와 연극 ‘갈매기’는 그가 배우를 꿈꾸도록 만든 감성의 촉매였다. “본격적으로 배우를 꿈꾼 건 고등학교 때였어요. 1학년 때 ‘편지’란 영화를 봤는데, 심장이 뭉클해지는 감정을 느꼈어요. 2학년 때 연극 ‘갈매기’에서도 같은 감정을 느꼈죠. 무대에서 배우의 에너지를 직접 확 느끼고 나니까 ‘아, 배우를 해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스치더라고요.”

양혜지는 배우이면서 학생이다. 그는 웹 드라마에서는 인기의 주역이었고, 캠퍼스에서는 학과 수석을 차지했다. “사실 성적을 잘 받아야 된다는 강박이 있던 적은 없어요. 도리어 즐겁게 하는 편이에요. 교양이나 전공이나 재밌고, 즐겁게 수업을 들었죠.”

수줍게 웃는 그에게 천재라고 한 마디 덧붙이니 노력도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물론 도서관에서 밤새기도 하고, 공부도 하죠. 즐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노력도 해요. 대신 스트레스 받으면서 하진 않아요. 노력도 재밌게 하는 편이에요.”


연기 전공자 15학번 양혜지는 연출 수업을 들으며 시각이 트이는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각본, 시나리오, 조명 등 웬만한 연출 수업은 거의 다 들었어요. 듣다 보니까 우선 용어나 다루는 방법을 빠삭하게 알게 되고, 덕분에 현장 말이 들리더라고요. 귀가 트이는 기분이랑 비슷한 거 같아요. 덕분에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학과 수석뿐만 아니라 연출 수업도 열심인 양혜지. 그는 신입생 때부터 참여 중인 학과 공식 스터디를 통해 최근 연극 ‘이혈’에 출연했다. 작품은 30분 만에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그는 “학과 공연이었는데도 많이 보러 와주셔서 감사했다”라며 운을 뗐다. “연극을 하고 싶어서 배우를 꿈꿨어요. 그래서 연극은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하고 싶어요. 연극이 쌓아올린다는 개념이면, 매체는 순간의 집중력이 굉장히 필요하죠.”

그렇다면 양혜지의 첫 무대는 어디였을까.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무작정 무대에 서고 싶다는 마음에 대학로 극단에 들어갔죠. 첫 공연을 올렸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처음에는 설렜지만, 공연 직전에는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다는 그는 “소극장이다 보니까 관객들 표정이 다 보였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기분이 들었다”라며 첫 무대를 추억했다. 극작가 안톱 체홉이 쓴 ‘청혼’의 나탈리아 스테파노브나. 양혜지의 첫 역할이었다.


‘전짝시’로 인정받은 양혜지에게도 고민이 있단다. 블랙콜TV 웹 예능 ‘어예들’ 시즌1 사전 인터뷰에서 그는 “솔직히 제일 큰 고민 중에 하나는 ‘뭐가 될까?’이다. 배우가 되고 싶은 게 무조건적인 꿈이다. 그런데 그만한 자질이 없는 것 같다”라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아직은 확실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가장 컸어요. 그때는 특히 더. 그래서 갑자기 관심을 받았을 때 그만큼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굉장히 크게 다가왔고요. 어떻게 해야 될지 고민이 컸어요.” 그는 배가 바다 위에 떠 있는데 나침반도 없고, 노도 없는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촬영 이후 앙혜지는 결론을 내렸단다. “‘당장 할 수 있는 부분을 시작하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때야 고민이 해소된 거 같아요.”


차기작은 tvN 단막극 프로젝트 첫 주자 ‘직립보행의 역사’다. 인터넷에 친숙한 이뿐만 아니라 안방극장에도 배우 양혜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또래 친구들과 촬영을 했어요. 교복을 입고 촬영을 했는데, 룰루랄라 걸어가는 것만으로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서 행복했어요. 촬영 날이 설렐 정도였죠. 인복은 타고 났는지 같이 찍은 배우들과 촬영 끝나고도 자주 만나요. 만날 때마다 다들 왜 단막극이냐고 아쉬워하곤 해요.”

그는 10월 배우 박서준 등이 소속된 키이스트의 자회사 콘텐츠와이 소속 배우가 됐다. 매니지먼트 회사와 어떤 교감을 나눴는지 물으니 “사람들이 좋은 회사를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회사 대표님이랑 이야기를 나눴어요. 회사에 계신 배우 분들 한 명 한 명에 대해서 정말 세세하게 알고 계시더라고요. 애정이 느껴졌어요. 교감이 됐고, 그게 인연으로 이어진 거 같아요. 좋은 사람들을 놓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범한 대학생이다. 맛있는 음식 먹는 것 좋아하고, 놀러 다니는 것 좋아하고, 애들이랑 수다 떠는 것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스물둘 양혜지는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 뭐든 쉽게 얻으려고 하지 않는 이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무자비한 사람은 안 됐으면 좋겠어요. 심장이 멈추지 않은 마음이 끝까지 따뜻한 사람이 됐으면 해요.”

더불어 그는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랑 같이 자랐어요. 엠마 왓슨보단 헤르미온느, 다니엘 래드클리프보단 해리가 더 친숙하죠. 친구처럼 친숙해요. 왜냐하면 2년에 한 번씩 꼭 만났으니까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친숙하고, 편안하고, 애정이 가는. 챙겨주고 싶은 내 친구, 내 사람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어떤 사람을 꿈꾸는지 묻는 것과 무슨 배우가 되고 싶은지 묻는 것. 둘은 분명 시작점이 다르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시작이 다르기에 탄생한다. 질문이 다르면, 대답도 다르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미래 지향적 의지만큼은 동일하다. 양혜지는 끝까지 따뜻한 사람이 되길 희망했다. 더불어 내 친구 같은, 내 사람 같은 배우를 이상(理想)했다.

서로 다른 두 답에 담긴 의지는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다. 타인의 인정과 사랑을 받는 앞날을 꿈꾸는 양혜지. 인복을 타고 났다는 그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 좋은 사람 주위에는 그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마찬가지의 좋은 사람만 모이는 법. 인복이 많은 그의 특징은 대중에게도 통할 것인가. 의지가 현실로 거듭날 그때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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