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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의 세계사 교재 ‘알쓸신잡3’, 유희열 히틀러를 공부하다 (종합)

2018-09-20 17:28:00

[김영재 기자] ‘알쓸신잡’이 시즌3로 돌아온다.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3(이하 알쓸신잡3)’의 제작발표회가 9월20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아모리스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나영석 PD, 양정우 PD, 유희열, 유시민, 김영하, 김진애, 김상욱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알쓸신잡3’는 시청자와 ‘잡학박사’의 세 번째 만남이 이목을 한 데 모은다.

양정우 PD와 ‘알쓸신잡3’ 공동 연출을 맡은 나영석 PD는 “잠깐 수학 여행을 가는 기분으로 ‘알쓸신잡3’ 전반부는 외국 도시 3곳을 간다. 후반부에는 우리나라 작은 도시에 가서 여러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이번 ‘알쓸신잡’은 그리스 아테네, ‘천재들의 예술 도시’ 이탈리아 피렌체, ‘태양의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를 방문해 다른 결의 잡학을 전달한다.

나영석 PD는 “국내 여행에서 역사 이야기를 하다 보면 꼭 세계사 사건과 비교했는데, 그때 (유)시민 샘이 가장 많이 언급한 게 오스만 투르크였다. 언제 기회 되면 가자고 우리끼리 농담하다가, ‘이번에 말 나온 김에 새 시즌이니까 한번 그런 곳을 가볼까?’ 한 게 시작이었다”고 유시민의 오스만 투르크 언급이 ‘알쓸신잡’을 해외로 가게 했음을 전했다.

이어 “‘이왕 가는 거면 상징성 있는 한 나라를 골라보자’는 생각에 원래는 그리스만 갔다 오려고 했다”며, “항공권이라는 게 세 나라를 가든 한 나라를 가든 가격이 똑같다. ‘일단 나갔을 때 뽑아와야겠다’고 생각해 (유)시민 샘에게 하나 더 가자고 말씀드렸다. 왕복 항공권 하나로 세 도시를 볼 수 있어서 우리로서는 흡족한 계획이었다”고 만족을 드러냈다.


그는 “외국 도시 이야기는 그것이 가치가 있을지언정 우리 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 제작진도 인지하고 있는 문제”라고 했다. 국내서 갈 데가 없기 때문에 해외를 간 건 아니라는 후문. 나영석 PD는 “‘1박2일’ 10년씩 하고 있다. 매주 돌아다녀도 나도 한 5년 했다. 도시는 있고,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했다.

나영석 PD는 “프로그램을 만들다 보면 ‘멀게 느껴지더라도 이 이야기가 한 번쯤 나올 필요가 있다’란 사명감을 느낀다. 조금 딱딱하거나 동떨어진 주제라도 즐겁게 귀 기울여 보시면 저 나라 사정에 비추어 우리나라를 이해하는 거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 고등학교 세계사 교재로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고 알렸다.

또한, 그는 “더 재밌게 만들려고 노력하겠지만 내가 볼 때 우리 프로그램은 그런(무겁고 딱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며, “재미가 부족하다고 느끼신다면 ‘신서유기’를 보셨으면 한다. 두 개 다 많은 시청 부탁드린다”고 입담을 뽐냈다.

‘신서유기4’와 ‘알쓸신잡3’를 동시에 편집하는 것에서 오는 곤란을 언급해 취재진을 박장대소하게 만든 나영석 PD다. 그는 “어제도 밤에 편집을 했는데, 앞에 편집실에서는 ‘신서유기’ 편집을 했다. 이거(‘알쓸신잡3’) 시사하다가 저거(‘신서유기4’) 시사하니까 인지부조화가 오더라. ‘이렇게 극단적인 경우가 있나’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신서유기’와 ‘알쓸신잡’의 차이점은 ‘잡학박사’의 존재다. 특히 ‘언어술사’ 김영하의 복귀가 시즌2에 아쉬움을 표한 다수 시청자를 반색하게 한다. ‘이야기꾼’ 김영하 작가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있다. 빠진 사람을 아쉬워하는 경향이 있어서 방송이 약간 안 와 닿으면 ‘빠진 사람 때문인가?’ 생각하셨던 듯하다”고 겸손을 드러냈다.

김영하 작가는 “시즌2 때는 글 쓴다고 빠졌다.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글 쓰는 사람의 숙명 같은 건데, 골방이 필요하다. 거기 들어가서 혼자 많은 시간 보내고 글을 쓴다. 나와서 사람 만나고 제작진에게 시달리다 보면 또 들어가고 싶어진다. 반복되는 것 같다. 소설이라는 게 사람 이야기다. 사람을 겪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재참여 이유를 밝혔다.

시즌1에서 경주 피자를 먹은 김영하 작가다. 그가 시즌3에선 피렌체 커피를 마신다. 나영석 PD에 이어 김영하 작가도 해외 편에 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우리랑 관련 없는 역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생각하실 수 있다”며, “우리가 계속 발전시켜오고 있는 민주주의는 아테네에서 시작됐고 현재의 문제다. 많이 배웠고 생각보다 재밌었다. 누구의 세계사 강의를 듣고 온 게 아니라 많은 재미난 얘기가 진행됐다”고 기대를 당부했다.

그는 “우리가 다큐로 풀 수도 있지만, 토론과 대화와 여행을 통해서 한다면 훨씬 많은 시청자 분들께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생각할 기회를 드리고 싶었다”고 다큐멘터리와 예능의 경계에 선 ‘알쓸신잡’의 정체성을 짚었다.


MC 유희열은 ‘잡학박사’와 시청자를 잇는 좋은 매개다. 어려운 대화가 나올 때마다 물음표를 던지는 시청자 콘셉트로 안방극장의 감정 이입을 돕는다. 공개된 영상에서 그는 수차례 “만화책”을 외치지만 끝내 외면 받은 후, “내 만화책 얘기도 들어 달라”고 소리친다.

이날 유희열은 “개인적으로 ‘알쓸신잡’은 너무 힘들다. 내 얘기를 안 듣는다. 제작진에게 계속 얘기한다. ‘나 나오지?’ 지금 너무 두렵다”는 말로 웃음을 안겼다.

그는 ‘알쓸신잡’의 매력으로 공간을 꼽았다. 그는 “여기 계신 네 분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공간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며, “순천도 공간이고, 부산도 공간이고, 여기 영등포에 대해서도 충분히 얘기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근데 이국적인 데 가서 얘기를 하니까 색다른 맛이 있더라”고 덧붙였다.


새 ‘잡학박사’의 등장이 프로그램에 신선함을 더한다. MIT 도시계획학 박사 김진애가 출연해 건축, 예술, 역사, 문학을 아우르는 잡학미를 뽐낸다. 물리학자 김상욱은 물리학을 일상으로 끌어들인다. 유희열은 “새로 합류한 두 분을 통해서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다른 시선, 다른 스타일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굉장히 흥미로웠다”고 두 ‘잡학박사’의 합류가 기존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알쓸신잡’을 완성했음을 알렸다.


‘지식 자판기’ 유시민 작가는 시즌1부터 시즌3까지 ‘알쓸신잡’의 중심을 지킨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센터는 따로 있단다. 바로 김영하 작가다. 유시민 작가는 “이번에 열흘 가까이 유럽을 다니면서 ‘김영하 선생이 센터구나’ 생각했다”며, “방향을 좌우하고 이야기 색깔과 수위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언어술사’의 귀환을 반겼다.

유희열은 “이번에 여행을 갔다 온 후에 복습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며, “내가 히틀러에 대해서 이렇게 많은 다큐멘터리를 찾아볼지 몰랐다”고 했다. 출연진이 여행 후에 히틀러를 공부하게 하는 힘이 곧 ‘알쓸신잡’의 매력 아닐까. 9월21일 첫 방송.(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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