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권남기의 맛있는 영화 이야기] 오늘의 요리 <봄날은 간다>①

2009-08-08 10:44:37

주방장 : 권남기
오늘의 추천 메뉴 : <봄날은 간다>
요리 종류 : 한국 영화, 멜로 영화
주재료 : 소리, 사랑, 라면, 할머니, 실연

에피타이저
<8월의 크리스마스>로 데뷔한 허진호 감독은 <봄날은 간다>, <외출>, <행복> 등의 작품을 통해 ‘허진호표 멜로’ 라고 불릴 만큼 자신 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연출 감각은 보는 이로 하여금 부드럽게 주인공들의 심리에 빠져들게 한다.

이 영화에는 <순정만화>, <황진이>, <야수>, <올드보이> 등 여러 영화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보여준 배우 유지태와 <공동경비구역 JSA>, <친절한 금자씨>에서 열연한 이영애가 출연했다. 유지태는 2003년에는 단편영화를 직접 연출, 감독 신고식을 치뤘는가 하면 2005년에는 두 번째 단편으로 국제영화제 수상과 해외 각국 초청을 받았고, 그의 4번째 연출작인 단편 영화 '초대'는 2009년 8월31일 홍콩에서 개막하는 제5회 인디판다국제단편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됐다.


메인 요리
나는 가끔 취중관람을 즐긴다. 정말 보고 싶은 작품을 취중관람을 하기 위해서는 나릉대로의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영화가 개봉해도 일단 참는다. 그러다 정말 인내력이 한계에 도달한 시기가 오면 극장을 찾는다. 나에겐 취중관람은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첫 번째는 혼자 간다. 극장에 가서 두 시간 정도 후의 표를 끊는다. 그러면 마음이 말한다, 이 영화를 볼 수 있어 참 고맙다고… 그런 후 난 작은 술집을 찾는다.

두 번째는 술을 마신다. 딱 한 병만 마신다. 물론 소주다. 절대 그 이상은 안 마신다. 왜냐하면 한 병이 내 주량에서 느끼는 최고의 기분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안주는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미 예매해 놓은 영화에 대한 기대가 다른 안주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술과 함께 내 감정이 최고조가 되었을 때 극장을 향한다.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고, 내 몸의 모든 감성들이 예민하게 작동할 때쯤 극장불이 꺼지고, 눈앞에 열망하던 세계가 열린다.


‘봄날은 간다’도 그렇게 취중관람을 한 영화중 하나다. 인내하고, 기대했던 것만큼 나에게 많은 것을 남겨준 영화다. 풍경소리, 대나무 숲의 바람소리, 파도 소리, 시냇물 소리… 그리고 사랑! 상우가 말한다. "너 나 사랑하니?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이 대목에서 속절없이 눈물이 흘렀다. 얼굴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을 틈도 없이 변한 사랑의 얼굴이 뇌리를 스쳤다. 참 많이 고맙고, 미운 사람.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섰을 때 술은 이미 깨어있었고, 가슴은 감정의 느낌들로 충만했다. 멀어진 사랑으로 가슴이 메마른 분들에게 취중관람은 한번 권해보고 싶은 아이템이다.

여기 처음 사랑을 시작한 남자가 있다. 녹음 기사 상우(유지태), 그는 세상 소리를 담아 두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그 반대로 이미 사랑을 해본 여자가 있다. 지방 방송국 PD 은수(이영애), 그녀는 담겨진 소리를 세상에 퍼트리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상우와 은수는 소리를 담고, 퍼트리기 위해 만나 녹음 여행을 떠난다. 둘은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자신의 사랑을 주체 못하는 상우와는 달리 은수는 그런 상우의 사랑이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혼 경험이 있는 은수는 상우와 결혼할 생각이 없다. 그런 은수 앞에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던 상우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다. 은수는 그저 "헤어져" 라고 담담히 대답한다.

은수의 변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우는 방황한다. 은수의 새 차에 흠집을 내는 아주 유치한 방법으로 복수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치매에 걸린 할머니의 한마디 “떠난 버스와 여잔 잡지 않는다”. 상우는 할머니의 말처럼 시련의 아픔을 이기고 마음을 굳힌다.

■ 글 : 권남기 (영화배우&시나리오 작가
■ 일러스트 : 권경민 (남서울대학교 애니메이션 교수)

한경닷컴 bnt뉴스 조은지 기자 star@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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