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마이 리틀 히어로’ 예상치 못했던 보석들

2012-12-28 14:44:43

[이정현 기자] 허세와 속물근성으로 가득한 유일한은 뉴욕 맨하튼 음대 출신에 촉망받던 신예 뮤지컬 음악감독이었지만 대작 ‘영웅의 길’의 실패로 나락으로 떨어졌다. 인기 없는 아동 뮤지컬로 근근이 살아가는 신세가 됐지만 언젠가 뉴욕 브로드웨이에 서겠다는 꿈을 가지고 그는 외친다. “내 음악을 몰라주다니, 우리나라는 수준이 너무 후져”

브로드웨이와 한국 뮤지컬계 사이에서 갈 길을 찾지 못하던 그에게 한 번의 기회가 왔다. 바로 대형 뮤지컬 ‘조선의 왕’ 주인공을 뽑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심사위원 자리. ‘쩌리’ 자격으로 심사위원단의 1명이 됐지만 자신이 멘토를 맡은 아이가 우승한다면 브로드웨이에 갈 수 있다. 그런데 그 아이의 피부색이 좀 검다. 한국말은 잘 하는데 뭔가 우리나라 아이 같지는 않다. 이 아이가 과연 ‘조선의 왕’이 될 수 있을까?

12월2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마이 리틀 히어로’는 CJ문화재단의 신인 스토리텔러 지원 프로그램의 ‘CJ아지트-프로젝트S’의 1기 지원작으로 선정된 작품이다. 해외파 신인 김성훈 감독은 가식의 가면을 쓰고 있던 한 음악감독과 다문화가정의 소년을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무대 위로 함께 끌어 올려 따뜻한 온기가 가득한 이야기로 영화를 완성 시켰다.

영화는 필리핀계 어머니와 가족을 버린 한국인 아버지를 둔 혼혈소년 영광(지대한)의 뮤지컬 오디션 프로그램 도전과 그의 멘토 역할을 맡게 된 유일한(김래원)의 이야기를 그렸다. 조선의 국왕인 정조의 이야기인 ‘조선의 왕’ 역할을 혼혈인 영광이 도전하게 되면서 맞부딪히는 사회적 편견과 유일한의 내부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 축이다.

뉴욕 맨하튼 음대 출신으로 포장되어 있는 유일한은 손목시계로 상징되는 학벌주의와 황금만능주의 등 현대 한국사회 문제점으로 지목됐던 거의 모든 면들이 총망라 되어 있다. 그가 말하는 브로드웨이의 꿈도 한탕주의와 멀지 않다. 그런 그가 소년 영광을 통해 느끼는 것은 무엇일까.

“이해하는 척 하는 당신들이 더 나빠”라고 말하는 영광 어머니의 대사가 다문화가정에 대한 감독 입장을 어느정도 설명해준다. 소재가 된 다문화가정보다는 그 바깥의 고정관념에 집중했다. 그리고 가식과 허세의 가면을 쓴 우리에서 문제점을 찾았다. 그토록 아끼던 스승(?)의 시계를 벗고서야 유일한은 자유로워졌다. 영광에게 초점이 맞춰졌던 원제 ‘슈퍼스타’에서 유일한의 관점인 ‘마이 리틀 히어로’로 타이틀이 변경된 것 역시 같은 방향에서 해석 가능하다.

뮤지컬 오디션의 형식을 따르는 만큼 춤과 노래가 어우러진 참가자들의 무대가 인상적이다. 김성훈 감독은 상당히 긴 시간을 오디션 무대에 할애하며 관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야기 흐름과 유기적으로 어울리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큰 스크린에서 보는 단막 뮤지컬 무대의 만족도는 높다.


영광을 연기한 아역배우 도지한과 친구 성준을 연기한 황용연의 발견이 눈에 띈다. 실제 다문화가정의 소년들인 이 아역배우들은 첫 연기 도전에도 불구하고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댄스와 노래가 서툴렀던 도지한은 하드트레이닝을 통해 뮤지컬 배우로서 완성되어 가는 영광의 모습을 연기했다. 황용연 역시 때 묻지 않은 미소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성인 배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 아역배우들이야 말로 ‘마이 리틀 히어로’의 진짜 보석들이다.

‘인사동 스캔들’ 이후 4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래원은 기존의 번듯한 모습을 벗고 틱틱거림이 일상인 삼류 음악 감독 유일한으로 분했다. “김래원이 유일한이고, 유일한이 김래원이다”라고 김성훈 감독이 말할 정도로 놀라운 캐릭터 소화력을 보인다. 무대에 올라 화려한 모습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광(지대한)의 뒤를 받치며 변화하는 감정선을 묵묵히 그렸다. 만만찮은 존재감을 발휘하는 이성민과 감정 연기의 가능성을 보게한 이광수,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보는 조안도 반갑다. 2013년 1월 개봉예정. 러닝타임 135분. 전체 관람가. (사진제공: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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