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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조저택 살인사건’, 2017년에 소환된 1955년의 우직함 (종합)

2017-04-26 19:52:49

[김영재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우직한 스릴러 한 편이 개봉한다.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감독 정식, 김휘)’의 언론시사회가 4월26일 오후 서울시 성동구 CGV 왕십리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휘 감독, 고수, 김주혁, 문성근, 박성웅이 참석했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유일한 증거는 잘려나간 손가락뿐인 의문의 살인 사건에 경성의 재력가와 과거를 모두 지운 정체불명의 운전수가 얽히며 벌어지는 서스펜스 스릴러.

고수가 정체불명의 운전수 최승만을, 김주혁이 경성 최고의 재력가 남도진을, 문성근이 사건을 무마하려는 변호사 윤영환을, 박성웅이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사 송태석을 연기했다. 그 외에 임화영이 정하연 역을 맡아 극에 힘을 보탰다.

영화 ‘이웃사람’을 통해 한국 특유 정서와 이웃 사람의 이중성 그리고 스릴러의 미학을 완벽히 담아냈던 바 있는 김휘 감독은 “아무래도 원작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 때문에 본래의 재미를 훼손하지 않은 채 영화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며, “편집 과정에서도 원작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의 틀을 잘 옮기는 것에 집중했다”고 연출 소감을 밝혔다.

먼저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사라진 사체, 남겨진 증거’라는 광고 문구가 눈길을 끈다.

여기서 사라진 사체란 시체를 태운 흔적과 핏자국을 뜻하며, 남겨진 증거는 잘려나간 누군가의 손가락을 의미한다. 20세기 최고의 서스펜스 소설로 손꼽히고 있는 빌 S. 밸린저의 1955년작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두고 있는 영화답게 예고편 속 모호한 피의자와 피해자의 구분, 물과 불처럼 대립하는 변호인과 검사 등은 진범이 누구인지 진실의 향방을 쫓게 만드는 상황. 과연 재력가는 석조 저택에 운전수의 피를 흩뿌렸는지 궁금증이 집중된다.

더불어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27위에 오른 영화 ‘공조’에서 차기성 역으로 악역 변신에 성공한 김주혁의 2017년 두 번째 영화이자 브라운관의 ‘구탱이 형’을 벗어난 또 하나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관심을 불러 모은다. 또한, 2월 개봉작 ‘루시드 드림’에서 누적 관객수 10만 2,170명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던 고수가 이번에는 흥행이라는 두 글자를 그의 필모그래피에 아로새길 수 있을지 이목이 한 곳에 쏠린다.

#운전수가 된 ‘고비드’와 사이코패스가 된 ‘차기성’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고수는 운전수 최승만을 연기한다. ‘고비드’라는 별명과 어울리지 않는 극중 인물의 누추한 행색은 스크린을 마주한 관객이 그의 공연에 온전한 집중을 하도록 만든다. 더불어 김주혁은 재력가 남도진을 연기한다. 영화 ‘비밀은 없다’ ‘공조’에 이어 다시 한번 악역을 맡은 그의 선택에 피로감이 누적될 법 하지만, 김주혁이 표현하는 1940년대의 냉혈한은 분명 이전과 다른 색의 악역이었다.

이와 관련 고수는 “아무래도 최승만은 이번 영화에서 심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변화가 있는 인물이다”며, “변화가 전체 흐름에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감정이나 느낌들을 잘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번 영화는 작품을 끝까지 볼 때 뭔가 답이 나오는, 해결이 되는 영화다. 그래서 그런 것들을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때로는 복잡하게 전달하는 데 고민도 하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또한, 고수는 “최승만은 어떻게 보면 판을 짜는 인물이다”며, “그리고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가지고 가야 하는 캐릭터기 때문에 그 부분을 많이 염두하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주혁은 “이번 영화는 ‘공조’보다 먼저 찍은 작품이었다”며, “차별화를 둔다면 여기서의 역할은 조금 사이코패스적인 부분이 있다는 생각 아래 역할을 만들었고, ‘공조’ 같은 경우 그 친구를 혁명가라고 생각하고 역할을 꾸몄다.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다른 역할과 차별화를 둔다는 것은 등장인물이 살아온 환경을 생각하면서 이유를 떠올려보면 정리가 되는 것 같다. 남도진은 어떻게 보면 자기 목표를 향해서 행하는 일에는 죄의식이 없는 친구다. 그래서 사이코패스 부분을 설정했다”고 이야기를 덧붙였다.

#살인 사건에는 빠질 수 없는 하나...법정 신


영화를 관통하는 것은 바로 손가락만 있고, 사체는 없는 살인 사건이다. ‘전대미문’ ‘일촉즉발’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문제의 사건을 둘러싼 공방의 장소는 단연 법정으로, 문성근이 연기하는 변호사 윤영환과 박성웅이 공연하는 검사 송태석은 최승만과 남도진이 채울 수 없는 극의 공백을 능글과 정의라는 각자의 개성으로 훌륭해 채워낸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고수와 김주혁의 영화지만 동시에 문성근과 박성웅의 영화였다.

이와 관련 문성근은 “법정 신은 교차 구성으로 등장한다”며, “중간 중간 들어갈 때마다 긴장이 유지될지, 편집에 잘 붙을지를 당연히 생각해야 됐다. 빈틈없이 갈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면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고, 말의 속도도 동시에 느려진다. 윤영환이 가지고 있는 그런 특징들을 따라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박성웅은 “법정 세트장을 2주 밖에 못 빌렸다”며, “그래서 거의 연결하다시피 촬영을 했고, 마지막에 고수 씨랑 김주혁 씨를 받으니까 그제야 같이 영화를 찍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그는 “아무래도 문성근 선배님이 오전부터 오후까지 촬영이 진행됐기 때문에 체력이 떨어지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사탕을 드린다거나, 음악을 틀어드린다거나, 선배님의 컨디션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큰 일이었고 다른 것은 어려움이 없었다. 합이 잘 맞았고, 잘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33년 차 배우 문성근이 이야기하는 ‘악역론’


’석조저택 살인사건’에서 선(善)은 최승만과 검사 송태석 그리고 악(惡)은 남도진과 변호사 윤영환이다. 그리고 대중은 ‘비밀은 없다’부터 줄곧 악역을 도맡고 있는 김주혁의 필모그래피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배우의 이미지를 걱정 혹은 집중해야 하는 쪽은 김주혁 아닌 문성근이다.

안경을 쓰고 있는 지식인 이미지가 강했던 문성근이지만, 언제부턴가 ’실종’ ’부러진 화살’ ‘남영동1985’ 등의 모습은 문성근과 악역을 이퀄 기호에 묶이게 만들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문성근은 돈을 최선으로 여기는 탐욕스러운 변호사를 연기하며 전형적이지만 문성근만의 변호사 연기를 선보였다.

이와 관련 문성근은 “연기를 가끔 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다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며, “예전으로 돌아가자면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굉장히 올바른 사람이고, 늘 고민하는 사람으로 대중에게 알려졌다. 이미지와 상반되는 색다른 것을 해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15년 전에는 나쁜 역을 하면 상업 광고 요청의 수가 떨어졌다. 그러다 보니까 배우들이 악역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배우로서 불쾌했다. 구분이 불쾌해서 거리낌없이 하다 보니까 ‘저 사람은 불편한 역을 주문해도 하는구나’라는 소문이 퍼졌고, 다른 분들보다 많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문성근은 “작가가 글을 쓸 때는 처음부터 배우를 떠올리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 오랫동안 연기를 안 하고 있었다”며, “가끔 하다 보면 늘 신인 같은 심정이 된다. 인물을 만들어내는 도전이라든지, 현장의 기분이라든지. 새로 다시 시작하다고 그럴까? 서사 구조 속에 역의 비중이 서운하더라도 배우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는 신고의 의미에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옆에 세 분 모두 처음 같이 연기했지만, 화면에서 볼 때 느낌이 참 좋아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다”며, “한참 먼저 지나왔기 때문에 각자가 느끼는 배우로서의 갈등이나 심적인 고통을 느끼곤 한다. 민망한 이야기지만, 마음을 주고 받는다고 할까? 그럴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서 정말 좋았고, 앞으로는 차분히 많은 역할을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출연진의 맺음말이 이어졌다. 먼저 김주혁은 “이 앞에서 여러분을 보고 있으니까 어떤 단어를 쓰고 계신지 생각이 많다. (웃음) 그 단어 하나하나가 응원이 된다”고 호평을 소원했다.

또한, 문성근은 “재밌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고, 작품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얼마나 반전하고 있는지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고 관람을 당부했다.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제목 속 석조저택이 석조주택과 헷갈리는 것과 달리 서스펜스 스릴러라는 장르만큼은 확실한 영화다. 사극마저도 미디어 소비층의 입맛에 최적화된 퓨전이 유행하는 현대에 이만큼의 뚝심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1955년작 ‘이와 손톱’이 가지고 있는 시대 배경과 한계가 맞물린 결과겠지만, 세상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있다. ‘올디스 벗 구디스(Oldies but Goodies)’. 구관이 명관, 오래된 것이 좋다는 뜻이다.

영화는 우직하게 최승만의 뒤를 쫓는다. 그리고 서사를 완성시킨다.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남도진의 최승만 살해 여부는 언제든지 눈치챌 수 있는 결과지만, 무엇이든 과정은 결과에 우선한다. 어떤 것이든 제일 중요한 것은 이유에 대한 물음이다. 그런 의미에서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우직함과 뚝심 속에 등장인물 간의 핑퐁을 “왜?”라고 물으며 집요하게 파헤치는 영화다.

1940년대 경성. 2017년의 관객은 그곳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까. 그리고 과연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어떤 의미로서 대중의 품에 자리매김할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흥행은 시간의 몫이지만, 배우가 소원한 이야기가 하나 있어 기사의 말미에 소개한다. 언론시사회를 마무리하며 고수가 이야기했던 한 단락이다.

“이번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관객 분들에게 이야깃거리를 선사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5월9일 개봉한다.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편 영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5월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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