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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甲’ 조진웅 & ’첫 악역’ 송승헌...‘대장 김창수’ 김구 실화 잘 전달할까? (종합)

2017-10-12 18:59:05

[김영재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청년 김창수가 스크린에서 되살아난다.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의 언론시사회가 9월27일 오후 서울시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원태 감독, 조진웅, 송승헌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대장 김창수’는 연기력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조진웅과 이번작을 통해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 송승헌의 만남이 관심을 모은다. 더불어 이원태 감독은 스포일러를 걱정했지만, ’대장 김창수’에서 김창수는 백범 김구의 젊은 시절 이름이다. 조진웅과 송승헌은 김구의 실화를 토대로 재구성된 역사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이번 영화에서 조진웅은 사형 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를 연기했다. 대중에게 김구의 외면은 환하게 웃는 얼굴과 뿔테 안경으로 기억되지만, 실제 그는 180cm가 넘는 장신의 거구였다고. 이에 못지 않게 거대한 풍채를 자랑하는 조진웅은 흡사한 외양으로 우선 몸으로서 김창수를 표현했다. 또한, 조진웅은 혈기가 넘치는 청년을 관객에게 전달했다. 가슴에 끓어오르는 힘을 언뜻 언뜻 의도치 않게 흘리는 캐릭터는 조진웅의 전매 특허다.

“처음에는 고사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봤더니 천하고 평범한 사람이 우리나라 구국의 초석이 될 수 있는, 그 과정의 청년을 그린 이야기더라. 나에게도 필요한 의지인 것 같고, 누구에게나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구 선생님이 되는 과정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부담을 안 가져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많이 어려웠다.”


조진웅은 김창수라는 인물이 따라갈 수 없는 큰 어려움으로 다가왔다고 밝혔다. “배우가, 광대가 책 읽고 이 속에 들어가서 동료들과 지지고 볶고 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느꼈다. 뭘 준비한들 그분의 십 분지 일, 백 분지 일을 따라갈 수 있겠나.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작업 속에, 그 현장에, 빗물에, 그 땅에, 흙에 좀 더 젖어 들어가는 것이 어떨지 고민했다. 부딪혔던 것 같다. 조금 더 붙여서 말씀드리자면 사실 감당이 잘 안 됐다.”

조진웅은 “마흔이 넘었다 벌써. 당시 청년 김창수의 나이는 20대고, 내가 곱절을 더 먹었다”라는 말로 취재진의 웃음을 모았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감당이 안 되는 역할이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내가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을 것이고, 그리고 무서운 것도 더 봤을 것이고, 더 많이 했는데 막상 감당이 안 되는 것 같아서 조금 창피했다.”

이원태 감독은 “이 두 배우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라는 말로 조진웅과 송승헌 모두의 노고를 치하했다. 우선 그는 “시작 날부터 마지막 촬영 날까지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말로 취채진에게 조진웅을 소개했다. “어떤 날은 슬픈 신을 찍어야 되는 날인데 평소보다 우스갯소리를 너무 많이 하더라. 감정 조절을 하고 있었다. 눈물이 고여 있는 상태에서 연기를 할 수 없으니까, 감정이 올라오면 농담을 던지는 식으로 유지를 하더라.”


송승헌이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는 동갑인 조진웅이 건넨 도발적 질문 하나를 소개해 현장의 관심을 모았다. “모든 배우가 처음 리딩을 하고 단합 대회 식으로 가볍게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진웅 씨가 ‘너는 이 작품을 왜 하는 거니?’라고 질문했다. 그 질문이 어떤 감독님께서 신인에게 ‘너는 연기를 왜 하고 싶니?’라고 묻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질문 했을 때 ‘이게 뭐지? 뭘 나한테 답을 원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황도 했다. ‘너는 뭔데? 너는 왜 하려고 하는 건데?’ 그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이어 송승헌은 “알고 봤더니, 나중에 듣게 된 것인데 (조)진웅 씨는 2년 전, 3년 전부터 시나리오를 고사했더라. 무게감이나 부담감 때문에. 그때의 질문을 풀이하자면 ‘감히 나는 이 작품을 할 수 없는데, 너는 어떤 자세로 와 있느냐’였다”라며, “같은 배우지만 몰입도와 그런 진정성에 사실 배우로서 반했다”라고 그의 왼편에 앉은 조진웅을 칭찬했다.

송승헌은 감옥을 지옥으로 만든 소장 강형식을 연기했다. 사실 송승헌은 연기를 잘한다고 손꼽히는 배우가 아니다. 그렇기에 악역 도전에 의문을 가진 이가 많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악역은 배우의 연기를 한 단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대장 김창수’에서의 송승헌이 그랬다. 현장에서 취재진이 지적한 것처럼 그는 이마를 드러낸 평소와 똑같은 외양으로 강형식을 표현한다. 그 멀끔함이 악행과 결합됐을 때 주는 매력이 참 재밌다. 적어도 욕이 부자연스럽진 않았다. 그러나 이정재를 비롯 많은 배우가 악역으로 이름 석 자를 재각인시켰던 과거를 돌이켜보면 연기의 파괴력에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송승헌은 “강형식이라는 인물을 선택하기까지 고민스럽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다양한 캐릭터를 향한 갈증이 있었고, 굳이 이분법으로 따지자면 정의롭고 선한 사람 편에 서 있는 착한 인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배우로서 다양한 시도와 도전 생각이 있었다.”

또한, 송승헌은 강형식을 영화나 드라마 속 평면적이고 단순한 친일파로 그리고 싶지 않았다는 이원태 감독의 생각을 간접 전달한 뒤, “나도 그 시대에 같은 조선인을 억압하고 힘들게 하는 조선 사람이 실제 존재했다면 어땠을지 고민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률적으로 죄수를 악하게 다뤄야 할지 걱정했다”라고 악역 해석의 고민을 전달했다.


마지막으로 이원태 감독은 “너무 큰 인물을 다룬 영화다 보니까 질문도 그렇고, 대화도 그렇고 사실 조금 진지해진 느낌이 있다”라며, “‘대장 김창수’는 김구 선생님의 독립 운동이 아니다. 한 젊은이가 절망의 끝에서 살아나오는 이야기다. 가벼운 마음으로 관객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영화가 가지는 무게감을 걱정했다.

홍보 자료를 포함한 많은 글에서 ‘대장 김창수’는 ‘감동 실화’로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대장 김창수’는 ‘감동 실화’이기 이전에 실화를 바탕으로 그 위에 이원태 감독의 연출과 송승헌, 조진웅 두 배우의 연기가 쌓아올려진 하나의 허구였다. 기자는 서두에 역사를 잘 전달할 수 있을지 물었다. ‘대장 김창수’는 우리가 희망하는 이상향 김창수를 잘 전달했다.

한편 영화 ‘대장 김창수’는 10월19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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