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근영의 ‘유리정원’, 욕망의 상처로부터 치유하다 (종합)

2017-10-18 18:10:49

[임현주 기자]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

영화 ‘유리정원(감독 신수원)’ 언론시사회가 10월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에서 진행됐다. 현장에는 배우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신수원 감독이 참석했다.

‘유리정원’은 홀로 숲 속의 유리정원에서 엽록체를 이용한 인공혈액을 연구하는 과학도를 훔쳐보며 초록의 피가 흐르는 여인에 대한 소설을 쓰는 무명작가의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세상에 밝혀지게 되는 충격적인 비밀을 다룬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데뷔 18년 차로 영화와 드라마, 연극 무대까지 섭렵하며 연기력에 대한 신뢰감을 쌓아온 배우 문근영이 ‘유리정원’에서 미스터리한 사건의 중심에 선 과학도 재연 역을 맡아 극단의 열연을 펼친다.

이날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문근영은 감정주체가 안돼서 기자간담회의 시간이 조금 지체될 정도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이와 관련해 문근영은 “전에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먼저 봤었는데 그땐 제 연기가 못한 부분은 없는지만 봤다. 이후 오늘 두 번째로 영화를 보니 전체적으로 다 보게 됐다. 이야기가 너무 아름다워서 마음이 아팠고 촬영을 하면서 재연으로 살았던 시간들이 오버랩 되면서 그때의 감정들이 생각나서 울컥했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의 주요 배경은 숲이다. 숲이 또 하나의 캐릭터라 할 수 있을 만큼 영화 속 비중을 꽤 차지한다. 자연이라는 소재로 연출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유리정원’을 연출한 신수원 감독은 “욕망과 공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간의 욕망이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현상이 점점 심해지고 있지 않나. 이와 달리 식물은 산소와 물과 태양만 있어도 정지해 계속 순환을 하면서 천년, 이천년을 살아가는 게 신기했다. 나무라는 존재가 동물적인 인간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서 선택”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독보적인 소재와 독창적인 스토리, 그 안에 촘촘하게 짜인 빈틈없는 전개로 오랜만에 만나는 웰메이드 미스터리 드라마의 탄생을 알린 ‘유리정원’. 출연했던 배우들은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준다고 생각할까.

문근영은 “상처에 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같은 상처에 대해서 모든 사람들이 생각하는 건 다르지 않나. 어떤 사람은 이런 부분에서 상처를 받고 또 어떤 사람은 상처를 받지 않고, 어떤 사람은 치유를 하고 변하는 이런 상처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 담은 영화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영화를 보고 나서는 치유가 아닐까 싶다. 그게 자연이 주는 위대한 힘일 수도 있고 순수에 가까운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위안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며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이처럼 영화는 현실적인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에 의해 좌절을 맛보면서 일상이 파괴되어가는 과정을 심도 깊게 그린다. 특히 문근영은 슬픔과 분노, 열망 등 다양한 감정들이 뒤섞인 복잡한 재연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는데 그 힘은 문근영의 눈빛에서 나온다.


이에 신수원 감독은 “30대 중반 정도의 여자 배우가 필요했고 그중에서 (문)근영 씨가 잘 어울릴 거라 생각했다. 우연히 드라마 ‘신데렐라’를 본적이 있는데 정말 놀랐다. 영화 속에서 소녀이미지였던 (문)근영 씨가 많이 성숙해진 느낌이었다”며,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다른 것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문)근영 씨가 순수하면서도 섬뜩한 느낌을 잘 살릴 거라 생각했다”고 재연 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신수원 감독은 “(문)근영 씨는 생각과 달리 털털했다. 평소 여리여리한 이미지지만 현장에서 제작진들하고 격 없이 잘 어울리는 모습이 소년 같았다”며 “영화에 대한 이해력이 굉장했고, 현장에서 본능이 강한 동물적인 배우”라며 촬영 소감을 전했다.

이와 관련해 문근영은 “감독님과 작업하면서 행복했고 재밌었다. 어떤 작품이든 연출가와 배우는 계속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 작업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을 때쯤 감독님을 만났다. 감독님과의 소통 작업이 정말 좋았다. 또 촬영을 하면서 저를 믿어주신다는 느낌이 있어서 감독님을 믿고 마음껏 연기를 했다. 그런 시간들이 행복했고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그런가 하면 ‘유리정원’은 2017년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올 가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최근 영화제를 다녀온 문근영은 ”부산국제영화제에 몇 번 참석은 했지만 제 작품으로 간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멋진 작품으로 가게 돼서 정말 뿌듯했고 설레었고 기쁘고 좋은 시간이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영화의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영화 이야기 속에서도 “순수한 건 오염되기 쉽죠”라는 말이 반복된다. 이에 신수원 감독은 영화의 전체를 관통한 것이라 말한다. 관객들이 어떤 시각으로 영화를 보면 좋을까.

“4대강 문제도 그렇고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순수한 것들이 오염되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타인에게 과연 어떤 태도를 취할까’하는 생각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요즘 다양한 영화가 나오고 있는데 ‘유리정원’을 한 편의 소설을 읽는 것처럼 봐주셨으면 좋겠다.”

한편, 웰메이드 미스터리 드라마의 탄생을 알리는 영화 ‘유리정원’은 오는 25일 만나볼 수 있다.(사진제공: bnt뉴스 DB, 리틀빅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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