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궁합’ 바르다 이승기

2018-03-15 21:15:55

[김영재 기자] 2월28일 개봉작 ‘궁합’ 서도윤 役

“‘무한도전’ 종영에 발맞춰 여러 가지가 바뀔 거 같아요. 예능 출연자로서 앞으로의 흐름을 예측한다면?” 취재진은 인터뷰이에게 2018년 예능 판세 예측을 부탁했다. 이에 현장 주인공은 “주제가 명확해야 한다”라며 그만의 답을 전달했다.

예능 제작발표회 문답이 아니다. 3월8일 서울시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승기와의 문답이다. 영화 ‘궁합(감독 홍창표)’ 홍보차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뿐만 아니라 TV 드라마, 예능, 심지어 음악까지 아울러야 했다. 그는 만능 엔터테이너의 실존이다.

우스갯소리 ‘승기의 국방부 시계는 더디게 간다’는 그의 공백을 메울 이가 흔치 않다는 증거였으리라. 이승기가 돌아왔다. 역술가 조언에 따라 2015년 9월9일 오전 9시 9분 9초에 촬영을 시작한 ‘궁합’과 함께. “정말 시계를 보고 있었어요. 딱 그 시간에 액션을 외쳤죠. 사주나 궁합은 해석하기 나름이에요. 뒤늦게 해석하자면 저희 영화는 많은 분들의 우려에도 불구 좋은 스코어로 출발했어요. 그때 액션 외친 덕이 큰 거 같아요.”

‘궁합’은 역술가 서도윤(이승기)이 궁합 풀이로 조선 팔자를 바꿀 최고의 합을 찾아가는 역학(易學) 코미디. 주연 배우는 ‘궁합’이 최단 기간 내 관객수 100만을 돌파한 로맨스 영화라고 했다. “엄청난 영화라서 여러분 오감(五感)을 사로잡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진 않아요. 다만 ‘궁합’은 젊고, 따뜻한 영화예요. ‘이 영화 왜 봤지?’란 느낌도 전혀 안 드는 짜임새 있는 영화고요. 이 봄에 연인이든 가족이든 실망하지 않을 영화입니다.”


역술가 서도윤은 본래 날카롭고 예민한 태도의 인물이었다는 후문. 하지만 이승기는 서도윤에게 그만의 해석을 입혔다. “보통 명리학 캐릭터가 허허실실 대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실제 사주 궁합 풀이하는 분들도 보면 날카로우실 때가 많고요. 감독님과 상의 아래 유머를 넣었어요. 사람이라는 게 아무리 진지해도 자기만의 유머와 유쾌한 부분이 있으니까요. 말이나 눈빛에서 인간적인 터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부탁드렸어요.”

영화 ‘오늘의 연애’(2015)로 영화계 데뷔를 알린 이승기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진중한 기조를 가지고 간 작품은 ‘궁합’이 처음이었다고 했다. “늘 ‘로코’ 요소가 섞였는데 이렇게 무게감 있게 갔던 건 처음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이승기가 무거운 느낌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관객 분들께서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이승기 영화는 볼만하다’란 믿음도요.”

이승기의 필모그래피는 평범을 거부한다. 입헌군주제를 다룬 MBC ‘더킹 투하츠’, 제목으로 모든 것이 설명되는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그 자신이 구미호를 연기한 MBC ‘구가의 서’, 서유기를 각색한 tvN ‘화유기’까지. ‘궁합’도 평범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판타지를 좋아해요. 캐릭터가 주는 카타르시스가 강하니까요. 일반 시민이 주인공인 드라마는 시청자 분들께서도 잘 안 보시더라고요. 더 신선하고 더 많은 능력을 보여줘야 하니 외계인 혹은 제가 연기한 (‘화유기’) 요괴까지 가는 거 같아요. 땅에 붙어 있는 우리들 이야기로 뭔가를 줄 수 있는 작품이 있다면 꼭 해보고 싶어요.”

장래 희망으로 무조건 사업가를 적은 소년 이승기는 아버지의 뒷모습에서 “최고의 성공”을 읽었다. 남자로서 가장 멋진 길이라고 생각했단다. 이후 2004년 ‘내 여자라니까’로 데뷔한 이승기는 가수, 배우, 예능인으로서 최고의 성공을 맛봤다. “어어어어 정신 차려보니 이름이 유명해졌고, 어쩌다 보니 ‘1박2일’이란 프로를 했고, 어쩌다 보니 드라마를 했어요. 그저 약간의 재능과 끊임없는 반성이 절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 앨범의 기조는 발라드다. 힙합, 댄스는 아니다. 댄스에 늘 트라우마가 있다”라는 말로 취재진을 웃게 한 이승기에게 노래, 연기, 예능은 희열의 근원이다. 그래서 손에서 놓을 수 없는 보물이다. 만능 엔터테이너는 셋 중 원하는 한 가지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이게 나인 것 같다”라는 현답을 전했다.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계속 전부를 하는 게 전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각 분야 정점을 찍지 못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 같은 캐릭터도 있는 거고, 한 우물만 파는 캐릭터도 있는 거 같아요. 이제는 하나를 정해야겠다는 고민보다 셋 다 깊이 있게 들어갈 방법을 고민해야죠. 산술적으로만 봐도 곱하기 3의 시간이 필요한 거니까요.”

‘바르다’. 이승기를 떠올릴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이미지다. 물론 장점이다. 그가 유명 압력 밥솥 모델로 재발탁된 이유는 그의 바른 이미지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다층의 얼굴을 외모에 덧씌워야 하는 배우 입장에서 이는 단점이다.

“이미지 프레임을 신경 안 써요. 수년간 제게 바르다고 말씀하시지만 전 한 번도 ‘바르다’를 의식했던 적이 없어요. 더 중요한 건 열정과 의지니까요. 하고 싶은 걸 해야 돼요. 바르든 안 바르든 갇히지만 않으면 의외성이 튀어나옵니다. 제 이미지가 핸디캡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만약 핸디캡이 돼서 ‘이 역할은 너랑 안 어울려’ 하면 안 하면 되는 거고요. 물리적으로 다 못하겠더라고요. 하고 싶은 것만 해도 시간이 벅차서. (웃음)”

대중이 이승기에게 기대하는 ‘바르다’는 아마 ‘착하다’ ‘정직하다’로 요약되는 선함이 아닐까. 올바르고, 착하고, 도덕적 기준에 맞는 데가 있는 것 말이다. 스스로를 “빡센 병장”이라고 소개한 그는 21개월간의 군 생활 끝에 듬직한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1년마다 작품을 해도 40대까지 여덟 작품밖에 못 찍는다며 욕심을 경계했다.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모든 것을 가진 이승기는 하고 싶은 것이 많다. 열정과 의지를 입에 올린다. 여전히 뜨거운 이승기에게 이미지 프레임을 덧씌우고자 한다. 그는 여전히 바른 배우다.

바른 배우 이승기가 출연한 영화 ‘궁합’은 2월28일부터 상영 중이다. 12세 관람가. 손익분기점 230만 명. 순제작비 63억 원.(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