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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없는리뷰] ‘데드풀2’ 웃음은 100 신선함은 50

2018-05-21 20:06:33

[김영재 기자] 5월16일 ‘데드풀2’가 개봉했다. 개봉 후 첫 주말 맞이. 이번 주말 극장을 찾을 관객들의 선택으로 ‘데드풀2’는? 물론, 결말 ‘스포’는 없다.

★★★☆☆(3/5)

영화 ‘데드풀2(감독 데이빗 레이치)’는 그간 개봉한 ‘엑스맨’ 시리즈 중 최고 수익을 거둔 ‘데드풀’의 속편입니다. 20세기폭스가 ‘엑스맨: 다크 피닉스’와 ‘뉴 뮤턴트’의 개봉일을 각각 2019년 2월과 8월로 연기한 가운데, ‘데드풀’과 ‘로건’을 잇는 또 하나의 ‘19금’ 영화에 영화 팬의 관심은 실로 상당했죠.

히어로를 부정하는 슈퍼 히어로, 즉 안티 히어로는 새로울 것 없는 부류입니다. 같은 세계관에 묶인 매그니토 역시 안티 히어로 아니던가요? 하지만 주인공 데드풀의 정체성은 안티 히어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신조어 ‘구강 액션’. 그것이 곧 데드풀이죠. ‘데드풀2’ 역시 ‘구강 액션’이 쉴 새 없이 관객의 귀를 자극합니다.

“곪아터진 아보카도와 성교한 아보카도처럼 생긴” 외모의 반대 급부로 어떤 상처든 치료 가능한 ‘힐링 팩터’를 소유한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은, 여전한 사랑꾼입니다. ‘스타 워즈’와 ‘제국의 역습’을 구분할 줄 아는 바네사 칼리슨(모레나 바카린)은 데드풀이 죽음마저 감수할 수 있는 세상 단 하나의 연인이죠. 그리고 케이블(조슈 브롤린)이 데드풀 앞에 나타납니다. 시간 여행이 가능한 용병인 그는 가면을 벗은 데드풀에게 말합니다. “난 케이블이다. 저 아이를 죽이러 왔다.” 불을 다루는 아이 러셀(줄리안 데니슨)을 지키기 위해 데드풀은 엑스포스를 결성합니다.

‘데드풀2’는 속편의 미덕을 충실히 이행하는 작품입니다. 전편에 비해 선정성이 줄었을 뿐 모든 면에서 ‘더 크게!’와 ‘더 세게!’ 그리고 ‘더 많이!’를 실천하고 있어요. 전작에서 데드풀은 밴드 림프 비즈킷, 영화 ‘블레이드2’ ‘에이리언3’ ‘스타 워즈’, 애니메이션 ‘볼트론’, 남성 듀오 왬! 등을 언급했던 바 있죠. 이번에도 주인공은 팝 컬처를 끊임없이 관객에게 쏟아냅니다. ‘더 많이!’요.

시작부터 그는 제4의 벽을 뚫고 어떤 영화 하나를 언급하는데, 슈퍼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이라면 누구나 웃을 수 있는 보편성을 띄고 있습니다. 하지만 슈퍼 히어로에 집중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DC 유니버스의 직접 언급 혹은 간접 언급이 다양히 분포되는데, 이는 팝 컬처를 즐긴다는 인상보다 슈퍼 히어로 장르를 또 한 번 음미하는 인상을 줍니다. 앞서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개봉한 상황. 같은 마블 계열이라도 웃음 뒤에는 왠지 모를 피곤함을 안깁니다.

마블과의 연관은 아주 작은 흠일 뿐입니다. 더 큰 흠은 각본에 있죠. 전작에서 ‘우리가 진짜 영웅이지’로 소개된 각본 팀은 이번작에서 정반대의 존재로 지칭됩니다. 중의적 표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말 ‘데드풀2’의 각본은 영웅 아닌 빌런(악당)이 쓴 듯합니다. 2016년작 ‘데드풀’은 완벽했습니다. 고속도로 위 액션 신과, 왜 주인공 데드풀이 악당을 썰고 쏘고 다니는지 가르쳐주는 전사의 1 대(對) 2 배합은 관객이 로맨티시스트 데드풀에게 집중케 하는 황금 노선이었죠. ‘영국인 악당’ 에이잭스(에드 스크레인)와의 전투 그리고 미녀의 구출은 클리셰였지만, 적은 제작비가 만들어낸 액션의 응축은 오히려 ‘데드풀’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습니다.

반면 ‘데드풀2’는 전편의 영광을 반복하지 않습니다. 사실 반복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을 겁니다. 영웅의 탄생과 사랑의 결실은 이미 그 자체로 완성된 서사니까요. 빨간 스판은 완성됐고, 그의 집에는 연인 바네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데드풀2’는 케이블을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가정의 달 5월에 어울리는 “가족 영화”를 강조합니다. 요염한 자세로 뒤를 돌아보는 ‘데드풀’ 포스터와 다르게 ‘데드풀2’ 포스터에는 데드풀, 케이블 그리고 도미노(재지 비츠) 세 사람이 관객을 노려보고 있습니다. ‘귀막히는 팀플레이!’라는 태그 라인은 덤이고요.

문제는 배합입니다. 전편이 데드풀 한 인물에게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총 세 인물 혹은 네 인물에게 카메라를 비춥니다. 영생에 대한 데드풀의 고민, 러셀을 죽여야 하는 케이블의 의지 등이 약 2시간여 러닝 타임 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합니다. 현실을 바꾸기 위해 미래에서 온 살인 기계는 이미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사용했던 바 있는 오래된 클리셰죠. 1편이 클리셰 위에 ‘데드풀’만의 색을 덧입혔다면, 2편은 그렇지 못합니다. 정신없이 스쳐 지나갑니다. 데드풀은 여전히 온갖 대중 문화를 입으로 떠벌리고, 케이블은 총을 쏘고, 러셀은 애답게 철부지처럼 행동하고, 도미노는 누구에게는 썩 맘에 들지 않겠지만 홍일점 역할을 합니다.

1편 감독 팀 밀러는 한 인터뷰에서 ‘데드풀2’에서 하차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1편과 같은 캐릭터를 위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답했습니다. 확실히 ‘데드풀’은 주인공 데드풀에게 집중된 영화였어요. 그 덕분에 사랑, 고뇌, 복수, 성취 등의 감정은 데드풀에게 감정이입한 다수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됐죠. 하지만 2편은 아닙니다. 관객은 지루함 없이 데드풀, 도미노 등이 가족이 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익숙한 제목, 캐릭터, 80년대의 음악이 나오는데 지루할 리 없죠. 여기에 데드풀의 농과 코드가 맞는다면, 어쩌면 ‘데드풀2’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보다 더 재밌는 영화일 것입니다. 호평의 배경에는 인용과, 반복이 있습니다.

라이언 레이놀즈는 ‘데드풀2’의 속편은 ‘엑스포스’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도미노 등이 출연을 확정했다는 후문이 있죠.

순간 영화 ‘아이언맨2’가 떠오릅니다. ‘어벤져스’로 가는 모든 것을 쑤셔 넣는 바람에 이도 저도 아닌 작품이 된 그 영화 ‘아이언맨2’는 참 재밌는 작품입니다. 또한, 안 좋은 속편의 전형입니다. 아이언맨의 활약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역할의 싱크로율을 구경하러 온 관객은 불확실한 ‘어벤져스’에 현재를 저당 잡혀야 했습니다. 제작사의 과욕이었죠.

물론 ‘데드풀2’는 ‘아이언맨2’와 다릅니다. 블랙 위도우에 비하면 도미노는 최적의 출연이에요. 1편을 뛰어 넘는, 시쳇말로 ‘똘끼’ 가득한 신도 두 신이나 있고요. 그렇지만 ‘데드풀2’는 분명 캐릭터를 위한 영화는 아닙니다. 캐릭터 분장이야 할리우드 영화답게 멋지고 훌륭하죠. 그런데 코믹스(만화)의 영상화에는 닮은꼴 여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개성의 부여입니다. 어려운 과제였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집중해야 하는 캐릭터가 세 배 혹은 네 배로 늘었으니까요. 영화 ‘존 윅’을 연출한 데이빗 레이치에게 이는 힘든 과제였을 겁니다.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이 관용구로 사용되는 배경에는 실제로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잘 없다는 현실이 있습니다. ‘데드풀2’와 비슷한 맥락의 ‘터미네이터2’는 전편을 비트는 것으로 동어 반복을 오히려 새롭게 했죠. 그러나 ‘데드풀2’는 그렇지 못합니다. 웃긴 영화입니다. 재밌고요. 그러나 겉만 확장된 웃음입니다. 특히 본편보다 인상적이라고 칭송 받는 쿠키는 재밌지만 동시에 익숙합니다. 마른 수건을 쥐어짠 엑기스 한 방울을 맛본 기분이라고 할까요.

피강자보(彼强自保)라는 말이 있습니다. ‘상대가 강하면 나를 돌아보라’, 즉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뜻하는 사자성어입니다. 부디 다음 ‘데드풀’은 2보 전진한 새로운 ‘데드풀’이길 바라봅니다. 구체적으로 소원하자면 보다 강력한 빌런이 나타났으면 합니다. 케이블에게는 ‘영국인 악당’만큼의 악랄함이 없었어요. 다른 이도 마찬가지였고요. ‘엑스포스’로 팀플레이 노선을 굳힐 계획이라면 제작사는 더 악한 빌런을 내세워야 할 것입니다. 유머는 충분합니다. 이미 웃음 점수는 100점이니까요.(사진출처: 영화 ‘데드풀2’ 메인 예고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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