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물괴’ 김명민, 그럼에도 연기한다

2018-09-23 16:08:08

[임현주 기자] “잡초같이 자라온 환경이 김명민만의 저력을 만들었죠.”

‘캐스팅 1순위 배우’라는 수식어를 어느 배우가 싫어할까. 하지만 김명민은 다르다. 배우가 내세울 수 있는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그에게는 기회였다. “어떤 배우가 고사한 작품이 저한테 오잖아요? 고사해줘서 땡큐죠. 이런 점에 대해 자존심 전혀 없어요. 자존심은 그럴 때 세우라고 있는 게 아니에요.”

김명민의 부모님에게, 그는 영화한다고 하는 딴따라였고 같은 예체능계인 피아노 치는 누나는 잘 나가는 피아니스트였다. 그 누구에게도 지원받지 못하고 내놓은 자식 취급받던 시절을 보냈던 과거 덕분에 배우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단다. 어지간한 수모나 모욕, 차별 대우에도 아무렇지 않다고.

‘금시빠(금방 시나리오에 빠지는 스타일)’. 김명민에게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을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오직 사니리오만 본다는 그가 선택한 이번 영화는 ‘물괴(감독 허종호)’다. 김명민은 극중 물괴 수색대의 수색대장 윤겸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은 물론 부성애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기대한 것에 대한 좌절을 반복하다 보니까 크게 기쁜 일이 생긴다 해도 설레발 떨지 않는다”고 하는 그에게 ‘물괴’는 어떤 의미일까. 9월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명민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영화를 본 소감은?

너무 재밌게 봤다. 물괴가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후반 작업을 한 제작진들이 정말 고생 많았다. CG작업 때문에 밤새기 일쑤고. 정말 공포스럽고 혐오스럽게 잘 나왔더라. 개인적으로 내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물괴가 워낙 연기를 잘해서 꿀리는 느낌도 들더라. 연민도 느껴지게 하는 물괴의 연기에 놀랐다. 하지만 난 액션을 잘했기 때문에 괜찮다. 액션으로 퉁쳤다.(웃음)

Q. 결과물에 만족스러운가?

솔직히 내 영화에 후한 편은 아닌데 괜찮은 것 같다. 오락 영화로서 추석에 볼 영화로 너무 괜찮다. 사극에 크리처를 조화시키는 게 어렵더라. 영화의 톤도 그렇고, 물괴가 등장해야하는 시점이 언제가 되면 좋을까 고민도 되고. 시사회 때 영화를 보는데 사람들이 화장실을 안가서 좋았다. 관객들이 영화 보는 중간에 화장실을 가면 대부분 재미없는 영화더라. 진짜다.

Q. 배우들 간의 호흡이 좋았다.

사극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은데 요즘은 퓨전사극이 많지 않나. 대사도 현대극이랑 비슷하고, 툭툭 던지는 톤이다. 하지만 역사를 기반으로 하는 거니까 정통 사극 톤도 필요하다. 우리영화에서 그건 내가 하니까 나머지 배우들은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하면 된다. (최)우식이와 (이)혜리의 대사 톤 정도가 딱 좋았던 것 같다.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Q. 사극이 처음인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줬을까.

방법을 몰랐던 거니까 앞으로 또 다른 사극을 한다면 더 잘할 친구들이다. 후반으로 가면서 더 잘하더라. 조언이라고 해봤자 지나가다가 한마디 툭 던지는 정도였다. 너무 말하면 약간 꼰대 같지 않나. 한 마디만 건네도 받아들이는 센스가 있는 친구들이니까 귀신같이 잘 알아듣더라.


Q. 물괴와의 액션 신은 어땠나.

정말 민망했다. 약간 없어 보인다고 할까? 물괴가 나오는 타이밍부터 모든 걸 내가 혼자 계산해서 해야 하니까 얼마나 민망하겠냐.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그야말로 원맨쇼다. 민망하지만 슛 들어가면 딱 한다. 대신 모니터링은 절대 못한다. 내가 연기한 것을 사람들과 보는 건 정말 민망하다. 감독님이 ‘오케이’하면 믿고 가는 거다. 또 모니터를 보는 순간 잠재워진 욕망이 생긴다. 잘하고 싶은 욕망으로 한번 더하면 과해지고 더 이상해진다.

Q. 크리쳐 액션 사극 영화에 도전했다. 기대했던 바가 있을까?

도전이었다. 사람이 도전 없이 사는 것은 정말 재미없는 것 같다. 사실 과정보다는 결과로 판단하는 사회 아닌가. ‘물괴’에 투자할 돈이면 더 잘될 수 있는 영화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한국 영화 장르가 다양해지지 못한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마어마한 모험을 하고 있는 분들을 보며 적극적인 참여를 했다. 난 거의 숟가락만 얹는 느낌으로 가고 싶었다. 오로지 한국의 기술로 크리쳐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한국 사람으로서 뿌듯하다. 숭고함까지 느껴진다.

Q. 시나리오 선택 기준은?

기준은 아예 없다. 예를 들어 액션은 안 된다거나, 이 시나리오 감독이 누군지, 제작사와 배급사가 어딘지 전혀 개의치 않다. 오로지 책, 시나리오 자체가 중요하다. 스토리가 마음에 들면 어느 감독인지 어느 제작사인지는 그 다음이다.


Q. 유명인과 배우, 어느 타이틀이 더 좋나?

‘돈을 쫓아갈래? 명예를 쫓아갈래?’ 이 질문 아니냐.(웃음) 난 확고하다.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한 사람이다. 작품이 많지 않을 때도 이상한 작품이 들어오면 하지 않았다. 쥐뿔도 없었던 시절인데도 괜찮은 가정에서 태어나 돈 욕심 전혀 없었다. 진짜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근데 유명도가 곧 출세가 된 세상이다 보니까 무시할 수는 없지만, 각자 자신만의 기준을 만들어놔야 하는 것 같다.

Q. 배우들이 가져야하는 태도가 있다면?

현장에 대한 애정? 솔직히 배우들을 보면 현장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딱 보인다. 차에만 있다가 촬영 시작할 때가 되면 나오는 배우도 꽤 많다. 주연 배우는 단순히 연기뿐만 아니라 할 게 많다. 나 또한 항상 ‘이 작품이 내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며 작품에 임한다. 거의 한시간정도 일찍 현장에 가는 편인데, 현장에 미리 가서 스태프 얼굴을 살피며 낯빛이 어두운 사람이 있으면 같이 이야기하면서 풀어준다. (이)혜리가 그러더라. 사람들을 두루두루 살피면서 챙긴다. 이런 자세는 쭉 간다. 는다고 느는 자세가 아니다.(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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