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재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김동욱과 고성희가 결혼하는 척 한다.
영화 ‘어쩌다, 결혼(감독 박호찬, 박수진)’의 제작보고회가 1월9일 오전 서울시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 개최됐다. 박호찬, 박수진 감독, 김동욱, 고성희, 황보라, 한성천이 참석했다. 이와 관련 ‘어쩌다, 결혼’은 ‘신과함께’ 시리즈로 그 입지를 다진 김동욱과, 최근 다수 TV 드라마 출연을 통해 안방극장에서 활약 중인 고성희가 만난 작품이다.
그간 영화 ‘김종욱 찾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숨바꼭질’ ‘장산범’ 등에서 스크립터로 활약한 박수진 감독은, “너무 훌륭한 스태프 분들, 배우 분들과 현장에서 함께 일했다.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박호찬 감독은 ‘퍼펙트 게임’ ‘허삼관’ 조감독으로 내공을 쌓아왔다. 그는 “배우 분들께서 시나리오에 있는 캐릭터를 더 입체적이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셨다. 너무 감사드린다”고 공을 출연진에게 돌렸다.
‘어쩌다 결혼’이 타 작품과 차별화되는 요소는 두 가지다. 하나는 탄생 배경이고, 둘은 제작 과정이다. 먼저 ‘어쩌다 결혼’은 영화 ‘터널’ ‘범죄도시’ ‘성난황소’ 등을 연이어 흥행시키며 충무로 유명 제작자로 자리매김한 장원석 대표를 비롯한 충무로 여러 스태프들이 한국 영화의 다양성 확대 및 신인의 발굴-지원을 위해 마음을 모아 탄생시킨 작품이라는 후문.
신인 감독과 배우에게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의미 있는 기획답게, 이날 현장에서 박수진 감독은 “좋은 취지에 공감해주신 많은 분들께서 애정으로 참여해주셨다”며, “그분들의 힘 덕분에 영화가 마무리 될 수 있었다. 존경하고 사랑하고 감사드린다”고 했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 박호찬, 박수진 감독은 주인공 성석과 해주를 각각 자신만의 시선으로 그려냈다는 전언. 그간 충무로에 공동 연출 사례는 많았으나, 남녀 감독이 캐릭터를 배분해 시나리오를 쓰고 하나의 결로 영화를 완성한 건 기존에 없던 새로운 시도다.
김동욱은 결혼을 계획하는 항공사 오너 2세 성석을 연기한다. 성석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지만, 아버지의 반대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인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버지는 성석이 결혼을 하지 않을 경우 남은 재산을 모두 새엄마와 이복동생에게만 상속하겠다고 엄포를 내려 아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돈이 필요한 성석은, 이에 해주에게 딱 3년간의 계약 결혼을 제안한다.
김동욱은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한 첫 번째 이유는 재밌는 대본이었다. 그리고 기획 취지(신인 영화인 지원)를 들었을 때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배우는 “나 역시 관객 분들께서 ‘재벌 2세’ 설정에 공감을 보내주실지 고민을 했다”며, “우리 영화는 특정한 상황과 직업군에 대한 공감과 미화 대신 다양한 사람들의 결혼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해 남주인공 배경에 쏠린 세간의 걱정을 불식시켰다.
‘신과함께’ 시리즈로 일명 ‘쌍천만 배우’에 등극한 김동욱이다. 그는 “‘신과함께’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영화 찍을 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어쩌다, 결혼’이 개봉하는 이 시점 전에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럽다”고 했다.
재벌 2세 반대편에는 ‘육상 요정’이 있다. 고성희가 전직 ‘육상 요정’ 해주를 공연한다. 해주는 한때는 나가는 대회마다 메달을 쓸어 담는 육상 선수였지만, 지금은 부상 후 선수 생활을 접고 계약직 체대 조교수로 일하고 있는 인물. 그는 엄마와 세 오빠의 결혼 압박에 못 이겨 나간 선 자리에서 3년만 결혼하는 척 하자는 성석의 발칙한 제안을 듣는다.
‘척’으로 맺어진 두 사람이 ‘사랑’으로 발전되기 위해선 조력자가 필수다. 황보라가 해주의 척 하는 결혼을 도와주는 베스트 프렌드 미연을 표현한다. 그는 해주와는 초등학교 때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는 ‘베프’ 중의 ‘베프’. 필사적으로 결혼을 피하려고 하는 해주와 달리, 어린 나이에 결혼했다가 신혼여행에서 파격적으로 이혼을 결정한 인물이다.
황보라가 ‘어쩌다, 결혼’에 출연한 이유는 캐스팅 보드였다. 그는 “‘이렇게 훌륭한 배우 분들과 함께 언제 또 호흡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고 했다. 다른 영화에서도 조력자 역을 다수 경험했다고 밝힌 그는,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 꼭 이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출연 열망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계약으로 맺어진 두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는, 꼭 어느 한 쪽의 변심이 극의 윤활유 역할을 한다. 박호찬 감독은 “계약 결혼을 소재로 하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는 남녀 캐릭터가 끝에 가서 서로 잘 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우리 영화는 티격태격 긴장감을 유지한다. 또한, 서로 간의 우정을 확인하는 선에서 영화가 마무리된다. 그게 차이점”이라고 답했다.
현(現) 충무로는 로맨틱 코미디의 불모지다. 두 선남선녀는 핸디캡에도 불구,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 영화 ‘어쩌다, 결혼’은 2월1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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