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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감독이 힘 빼고 만든 ‘사랑하고 있습니까’…김소은x성훈, 코로나19로부터 韓 영화계를 구하라 (종합)

2020-03-17 18:02:54

[김영재 기자 / 사진 김혜진 기자]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한창인 가운데, 영화계는 2월 중순부터 신작 가뭄에 목마름을 호소 중이다. 그리고 여기 그 가뭄을 해갈할 단비 같은 영화 한 편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연을 맡은 김소은과 성훈은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마스크와 장갑을 철저히 갖출 것을 부탁하며, 부디 이 밝고 가벼운 영화를 영화관에서 함께 즐겨 달라고 적극 호소했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감독 김정권)’의 언론시사회가 17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개최됐다. 이날 현장에는 김정권 감독, 배우 김소은, 성훈, 김소혜, 이판도가 참석했다.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사랑의 해답을 알려주는 기묘한 책을 만난 두 청춘 남녀의 특별한 사랑을 그린 판타지 로맨스. 영화 ‘동감’ ‘바보’ 등을 연출한 이른바 ‘대한민국 멜로 장인’ 김정권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동감’으로 데뷔해 일생을 영화 생각만 하고 살았더니 어느 순간 내가 많이 지쳤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여러 시간을 갖던 차에 ‘그간 상업적 틀에 얽매여 너무 힘을 주고 연출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처럼 일상의 소중함이 담긴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 김정권 감독의 설명이다.

두 청춘의 달달한 로맨스로 착각될 수 있지만, 실은 치매 어머니와 함께 청년 가장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 소정(김소은)의 모습이 극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어머니가 치매를 앓고 있는 김정권 감독이 그의 사연을 정유 작가의 초고에 덧댄 결과다. 김정권 감독은 “현재 어머니께서 치매 요양 병원에 계시다”며, “누구나 그런 아픔 하나씩은 가지고 있지 않나. 승재(성훈)의 프러포즈를 받은 소정이 ‘사랑이 아니라 나에 대한 동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에 서로 다투는 신이 나오는데, 나도 소정과 같은 입장이다.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것이 대단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마냥 무거운 작품은 아니다. 감독은 “치매 이야기로 극이 무거워지거나 다큐멘터리화 되는 것을 경계했다”고 덧붙였다.


김소은이 아픈 홀어머니를 모시고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카페 아르바이트생 소정 역을 맡았다. 뜻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소정의 마음에 짝사랑이 싹트면서 그의 인생에도 색다른 하루하루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김소은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수줍어하고 쑥스러워하는 소정의 모습이 나와 많이 닮았다”며, “그런 점 덕에 연기가 수월했고 또 그 매력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알렸다.

성훈은 까칠한 카페 사장 승재 역을 맡았다. 특히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외모와 상반된 엉뚱함으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그가 이번 ‘사랑하고 있습니까’에서도 그 반전 매력을 이어가 화제다. 사사건건 소정의 행동이 눈에 거슬리지만, 사실은 소정을 누구보다 가장 자세히 들여다보는 ‘츤데레’를 연기하는 것.

이날 성훈은 철저한 반성으로 폭소를 모았다. 그는 “극 중 승재가 터프한 이유는 나의 연기 폭이 그것밖에 안 됐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답한 뒤, “할 수 있는 한 캐릭터를 재밌게 표현하려 했다. 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갔으면 한다”고 했다.

이 밖에 김소혜가 소정을 긴장하게 하는 걸크러시 안나 역을, 이판도가 승재와 소정에게 로맨스 시너지를 불어넣는 카페 마스코트 기혁 역을 맡았다.


한편, ‘사랑하고 있습니까’에는 사전 고지된 바 없는 배우 한 명이 등장, 관객의 어안을 벙벙하게 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갑작스러운 비보와 함께 세상을 떠난 고(故) 전미선이 소정 엄마 역으로 등장하는 것. 지난 2017년 크랭크업 후 그간 개봉 시기를 조율해 온 ‘사랑하고 있습니까’ 측은 ‘아름다운 영화인 고 전미선 님을 기억합니다’라는 자막을 엔딩 크레디트 맨 앞에 삽입하며 고 전미선을 기렸다.

전미선과 모녀 호흡을 맞춘 김소은은 “엄마의 발을 닦아 주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선생님께서 그렇게 가시고 난 후 마음이 안 좋았다. 영화 보면서 굉장히 마음이 슬펐다”고 했다. 눈물을 내비치는 김소은에게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김정권 감독은 “몇 년 만에 개봉하는 영화지만, 기뻐하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2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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