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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리뷰]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완벽한 리부트를 위한 지독한 성장통(스포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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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윤 기자] 기사 시작 전 괄호 열고 ‘스포주의, 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본 리뷰를 읽지 말고 브라우저 창을 서둘러 닫으시기 바랍니다’ 쓴 후 닫기할 필요도 없다. 개봉 후 일주일이 지났고, 이미 300만 관객이 넘었다. 리뷰 기사를 굳이 찾아서 본다는 건 다른 해석에 대한 호기심 정도일 것이다. 스포일러 위험이 크지만, 그렇다고 ‘식스센스’처럼 반전을 알면 영화의 결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스포를 당하고, 오기에 기존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실사영화 전부를 보고 가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번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감독 존 와츠, 이하 노 웨이 홈)’은 2002년부터 개봉한 7편을 보지 않고서는 그 재미를 반에 반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스포일러 리뷰를 아무리 많이 본다고 하더라고 미리 알아서 김이 빠지는 지점은 딱 한 군데 뿐이다. ‘노 웨이 홈’은 그야말로 역대급으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텍스트로 구성된 영화이자 21세기 엔터테인먼트가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쾌감을 전해주고 있다. 

‘노 웨이 홈’은 ’스파이더맨 : 파 프롬 홈’(2019)에서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렌할)의 계략으로 정체가 탄로 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의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멀티버스가 열리게 되고, 이를 통해 닥터 옥토퍼스(알프리드 몰리나) 등 각기 다른 차원의 숙적들이 나타나며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게 된다.

기사 서두에 언급한 대로 ‘노 웨이 홈’은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를 모두 섭렵하는 게 필수다. 정말 다 안 보면 안 되는 거냐고 반문한다면,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말할 순 있다. 그런데, 많이 보면 볼수록 재미는 곱절에 곱절을 더한다. 진짜로 시간이 안 되는데 한 편만 꼽아달라고 한다면, 개인적으론 2002년 셈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을 꼽겠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최고 명대사인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대사가 나온 첫 영화고, 이번 ‘노 웨이 홈’은 이때부터 시작된 스파이더맨 특유의 도덕성을 환기하고자 하는 의지가 무척 강하기 때문.



예고된 대로 역대 빌런들이 모두 등장하는 가운데, 빌런들의 반격으로 영화 흐름에 큰 전환점을 주도하는 캐릭터가 2002년 스파이더맨에 등장했던 그린 고블린이다. 그리고 자유의 여신상에서 펼쳐지는 ‘삼파이더맨’과 빌런드의 최후의 결투에 종지부를 찍는 것도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과 그린 고블린의 대결이다. 

윌렘 대포가 연기하는 그린 고블린은 2002년 ‘스파이더맨’에서 히어로의 도덕성을 테스트한 적이 있다. 영화 후반부 큰 다리로 스파이더맨을 오게한 그린 고블린은 한 손에는 MJ(커스틴 더스트), 한 손에는 시민들이 타고 있는 트램을 들고 있다가 동시에 떨어뜨린다. 아직 히어로서 사상이 확고하지 않은 스파이더맨의 도덕성을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것.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히어로는 사적인 감정보다 대의에 따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MJ쪽으로 먼저 향해 구한 후 트램을 잡아 시민들도 구해낸다. 

다른 시리즈, 그리고 이번 영화 세계관으로 보자면 다른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특유의 도덕성은 톰의 피터 파커가 닥터 스트레인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과 싸우다가 죽을 운명’인 빌런들을 구해주려고 하다가 결국 사상 최고의 비극을 맞게 된다. 



마블이 소니와 극적으로 타협하고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을 MCU에 끌어들이면서 기존 시리즈와 몇가지 설정을 바꾼다. 우선 메이숙모의 나이를 급격하게 낮추고, 앞선 두 시리즈에서 직접적으로 다뤘던 삼촌 벤 파커의 죽음을 빼버렸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서 메이 숙모의 죽음은 ‘어벤져스3: 엔드게임’에서 토니 스타크의 죽음과 무척 유사하게 연출이 됐다. 의도적이었다면, 스파이더맨에게 부모와 같던 두 사람의 죽음을 연달아 겪게하면서 다른 시리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큰 파워를 가지고 더 큰 무대(심지어 우주)에서 그 힘을 마음껏 발휘하던 스파이더맨은 상대적으로 더 큰 책임을 지게 된 셈이다. 

이런 면에서 ‘노 웨이 홈’의 스파이더맨은 그야말로 역대급 비극을 맞게 된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학연, 지연 모두 잃게 된다. 삼촌 역할이었던 토니 스타크의 죽음 이후 물심양면 지원해주던 해피(존 파브로) 기억에서 지워진다. 스파이더맨의 연인이었던 MJ와 절친 네드도 마찬가지. 닥터 스트레인지 주문으로 세상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지워졌으니 고아도 이런 고아가 없다. 

비극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위한 리셋이기도 하다. MCU 합류한 이후 스파이더맨 영화에 향한 비판 중 하나는 주인공이 독립적이지 못하고 주변 도움, 특히 토니 스타크의 도움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앞서 두 편에 나온 빌런들도 결국 토니 스타크의 서사에서 파생된 캐릭터들이었다. 어벤져스 시리즈를 시작하고 마블영화들이 다른 시리즈 캐릭터를 끌어들여 한 영화에서 다수의 히어로가 출연하는 게 빈번해져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오리지널 팬들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터.

‘노 웨이 홈’은 모든 사람들의 기억에서 피터 파커를 지움으로써 스파이더맨은 다시 원점에 서게 됐다. 마블은 ‘캡틴아메리카 : 시빌 워’(2016)에서 스파이더맨을 합류시킨 후 ‘어벤저스:인피니티워’ ‘어벤저스:엔드게임’, 그리고 두 편의 스파이더맨 단독 영화에서 충분히 활용한 후 새 출발할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만들어 준 것이다. 



모든 사건을 겪고 피터가 새 보금자리에 찾아가서 방문을 닫을 때 월세를 제 때 내라는 대사가 나온다. 샘 레이미 감독 시리즈에서 등장했던 그 악덕 집주인을 연상케하는 대목. 그리고 사건이 터졌다는 라디오를 들은 피터 파커, 스파이더맨은 눈 오는 도시를 배경으로 출동하는데, 그 장면은 ‘플레이스테이션4’ 스파이더맨 게임의 오프닝과 무척 흡사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첫 번째 쿠키영상에 소니의 단독무비 두 편에 출연했던 베놈 톰 하디가 나온다. 자유의 여신상에서 ‘삼파이더맨’과 결전으로 각자 치료제를 맞은 빌런 중 일렉트로(제이미 폭스)는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 실제 얼굴을 보고 이런 얘기를 한다. “약자를 잘 돕길래 난 네가 흑인인 줄 알았어.” 소니가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에서는 실제 흑인 스파이더맨이 등장한다. 그동안 소니가 만들어온 스파이더맨의 세계관이 마블을 거친(혹은 계속 함께 하게될) 스파이더맨과 펼칠 그림은 상상만으로도 벅찰 지경이다.

소니와 마블 양쪽 모두 향후 스파이더맨 시리즈에 대한 계획이 있고, 서로 적극적으로 협력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톰 홀랜드는 이번 ‘노 웨이 홈’이 자신의 마지막 스파이더맨 영화가 될 거라고 했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법. 톰은 ‘스파이더맨 : 홈 커밍 데이’ 후 소니와 마블의 심각한 갈등으로 다음 영화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직접 중재에 나서 극적으로 타협하는 데 결정적인 공을 세운 바가 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일 수도 있겠지만, 톰 홀랜드만의 독립적인 스파이더맨 매력을 ‘노 웨이 홈’ 한 편으로 맛보기에 끝나는 건 배우 본인에게도 아쉽지 않을까(라고 톰 홀랜드를 설득하고 싶다. 아마 이 기사를 보는 다른 팬들도 그렇겠지?).

(사진제공: 소니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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