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터뷰] ‘나의 20대’ 준케이, 간절하게 간절하다

2017-12-01 15:45:15

[김영재 기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요”

가수 준케이(JUN. K)의 꿈은 작곡가였다. 고등학생 시절 그는 일주일 용돈 삼천 원을 쪼개고, 또 모아서 두 달 후 화성학 책을 샀다. “노란색인 그 책을 공부하려고 샀는데 봐도 아무 것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럴 때가 있었죠.” 이후 준케이는 가수 임정희와의 듀엣곡 ‘가지마’를 통해 싱어송라이터로서 첫 발을 내딛었고, 그룹 투피엠(2PM)의 타이틀곡 ‘미친 거 아니야’까지 빚어냈다. 꿈을 이뤄낸 준케이. 그가 새 미니 앨범을 발표했다.

준케이의 솔로 앨범 공개는 스페셜 앨범 ‘77-1X3-00’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그는 “지난해 첫 번째 한국 솔로 앨범 ‘미스터 노러브(Mr. NO♡)’ 이후 두 번째 앨범이다”라며, “제목은 ‘나의 20대’다. 20대를 돌아보면서 그때 느꼈던 감정을 곡에 담아봤다. 회상이 아닌 20대의 마음을 담았다”라고 신보를 소개했다. 인터뷰 중간 준케이는 “무엇이든 물어봐 달라”라는 말로 더 많은 질문을 갈구했고, “난처한 질문도 괜찮다”라는 너스레로 웃음도 모았다.


준케이가 전곡을 프로듀싱하고 작사, 작곡에 참여한 신보 타이틀곡은 ‘이사하는 날’. 추억이 깃든 집을 떠나면서 옛 사랑이 주는 상실감과 그리움을 표현했다. JYP엔터테인먼트 정욱 대표는 노래를 듣고 눈물을 찔끔 흘렸다는 후문. “정말 이사를 겪으면서 쓴 노래예요. 5년 정도 산 집에서 하나둘씩 짐이 나가고 텅 빈 공간을 보는데 추억마저 사라지는 거 같아서 마음이 허무하더라고요. 그때 마음을 썼어요. 이사를 연인과의 이별에 비유했죠.”

‘이사하는 날’은 에어컨, 침대를 매개로 연인을 떠올리는 가사가 흥미를 모은다. 준케이 본인의 경험이 아닌지 묻자 그는 “경험담이 될 수도 있지만 추가한 것이 많다”라고 손사래를 쳤다. “에어컨이 집에서 나가니까 여름만 되면 그 앞에 붙어있던 때가 생각났어요. 그걸 연인의 입장에서 생각한 가사예요. 물론 저의 얘기가 아니라고 할 순 없죠. 상상력을 보탰어요. 이사를 하면 공간에 녹아든 추억마저 사라지잖아요. 허무함을 표현했어요.”


‘나의 20대’는 준케이 20대의 대미를 장식하는 앨범이다. 하지만 타이틀곡은 그의 20대를 웅변하는 트랙 대신 어쩌면 평범할 수 있는 사랑 노래. 이에 준케이는 박진영이 그에게 건넨 조언 하나를 취재진에게 알렸다. ‘씽크 어바웃 유(THINK ABOUT YOU)’로 대변되는 준케이의 음악적 도전을 지지한 박진영이지만, 한편으로는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을 했단다. “가사를 쓰는 데 공을 많이 들였어요. 대중과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거든요. 음악적 고집을 버렸어요. 편하게 듣는 것에 집중했어요.”

대중과 덜 타협하고, 그만의 음악을 추구하는 것은 다른 타 아이돌 가수와 대비되는 솔로 가수 준케이의 장점이다. 아쉬움은 없었을까. 그는 “음악적 욕심을 다 버렸다고 말씀은 못 드린다”라며 그만의 음악 스타일 안에서 협의점을 찾고 있다고 타협안을 밝혔다. “첫 번째 앨범을 음악하시는 분들은 정말 많이 칭찬해주셨어요. 유희열 형님도 극찬해주셨고요. 사실 그런 말을 들으면 위로가 되죠. 하지만 결국 얼마나 많은 대중이 이 음악을 듣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는 가사에서 공감대를 찾으려고 많이 고민했죠.”

가사에 노력을 기울였다는 그의 말처럼 첫 번째 트랙 ‘솔직히 말할게’는 고백을 다짐하는 남자의 마음이 공감을 모으고, 소미가 참여한 두 번째 트랙 ‘11월부터 2월까지’는 겨울이 연인을 데려갔다는 비유가 옛 연인을 회상케 한다. “‘11월부터 2월까지’는 원래 솔로곡으로 썼던 노래예요. 사랑을 시작했을 때 설렘이 담겨있는 노래죠. 소미가 부르면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미의 비타민 같은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곡이에요.”


‘나의 20대’라는 신보 제목에 걸맞게 인터뷰 현장에서는 그의 20대에 관한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노래 만드는 사람이 된 것 외에도 투피엠의 데뷔, 첫 1위, 대상 수상을 20대의 빛나는 경험으로 꼽은 그는 만 스물아홉을 떠나 서른을 향하는 것에 슬픔보다 감사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20대 동안 경험을 계속 해왔어요. 안 좋은 경험이든, 좋은 경험이든 많이 해봤죠. 그거에 감사함을 느껴요. 왜냐하면 옆에서 얘기해줄 땐 잘 몰랐는데, 경험해보니까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20대 때는 부딪히면서 많은 경험을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후회되는 것은 능숙하지 못한 인간 관계였단다. “저는 지금도 힘들어요. 그 사람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과 제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두 가지를 구분하는 것이 아직도 좀 힘들죠.” 이 가운데 투피엠은 준케이에게 후회 대신 용기를 안긴 20대의 동반자였다. “일단 저는 투피엠 친구들을 만난 게 정말 행운인 거 같아요. 사회 생활에서 자신과 맞는 사람을 만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저에게 투피엠은 인생을 함께하면서 서로 의지도 할 수 있는 동반자 같은 느낌이에요.” 또한, 준케이는 다른 아이돌 동료들이 어떻게 그렇게 서로 사이가 좋은지 물어볼 정도라며, “진짜 가족이에요”라고 끈끈함을 자랑하기도.


‘나의 20대’로 얻고 싶은 성적을 묻자 “사실 그런 것에는 기대가 많이 없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성적을 떠나서 준케이에 대한 선입견 없이 음악을 접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제 20대 이야기를 여러분과 공감할 수 있게 쓴 노래들이에요. 20대인 친구들은 20대의 마음으로, 30대인 분들은 20대로 돌아가서 들어봐 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이와 관련 준케이는 한일 양국의 온도차가 확연한 가수다. 이번 신보로 대중과의 공감대를 얻고 싶다며 다른 무엇보다 편하게 듣는 것에 집중한 준케이. 동시에 그는 일본에서 뚜렷한 입지를 자랑하는 싱어송라이터다. 일본 데뷔 앨범 ‘러브 앤드 헤이트(LOVE & HATE)’는 일본 오리콘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콘서트 투어도 세 차례나 진행했다.

“사실 한국에서도 성적이 좋으면 정말 좋죠. (국내에서의 저평가는) 준케이라는 사람이든, 준케이가 하는 음악이든 앞으로 사람들이 저에 관해서 알고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더불어 그는 성적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안 했다며, “대중과 공감대를 가지는 노래를 만들되, 나중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지는 음악은 만들지 말자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라고 했다. 인기 가수보다 좋은 가수가 되고 싶은 준케이였다.


12월2일 신보 전곡을 선보일 국내 콘서트를 계획 중인 준케이. 콘서트 및 일본 솔로 활동 이후에는 군 입대를 계획 중이라고. 준케이는 30대에 이루고 싶은 것으로 다시 한 번 음악을 언급했다. “30대에 이루고 싶은 건 역시 음악이에요. 20대 때는 밤에 스케줄 끝나고 와서 (옥)택연이 안 깨우려고 막 조용히 음악 작업하고 그랬어요. 제 안에 간절함이 있어서 그랬던 거 같아요. 그리고 그 간절함을 떠올리면 음악에 대한 열정이 생겨서 또 작업대 앞에 앉게 되고요. 당시의 간절함을 최대한 쭉 가지고 열심히 음악을 하고 싶어요.”

또한, 지금 가장 간절한 것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간절한 무엇 역시 음악과 무대라며, 그래서 현실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데뷔 초에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연습생 친구들이 겪고 있는 것처럼 마음이 정말 간절했어요. 그런 것을 자꾸 끄집어내려고 해요.” 음악이란 간절함을 위해 인생 최고로 간절한 순간을 기억하는 준케이는 간절하게 간절하는 가수다. 음악을 위해서 간절함을 안고 사는 그의 30대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한편 준케이(JUN. K)는 11월27일 오후 6시 타이틀곡 ‘이사하는 날’이 포함된 두 번째 솔로 정규 앨범 ‘나의 20대’를 공개했다.(사진제공: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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