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bnt’s pick] 가수 김엘리, 데뷔 10년차의 시작

2018-01-12 21:08:10

[임현주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송다연]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었죠.”

아버지 손을 잡고 뮤지컬을 보러간 한 고등학생 소녀가 소위 말하는 연예인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쥬얼리 확정멤버로 연예계에 발을 들인 가수 김엘리는 KBS2 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2008)을 시작으로 영화 단역부터 뮤지컬 주연까지 연기 생활을 해오면서도 가수무대만을 꿈꿔왔다.

데뷔무대만을 앞두며 밤을 지새웠던 10년의 세월을 보낸 김엘리. 그는 지난 2017년 싱글 ‘잊어’로 애절한 감성을 보였다. 노래방에 갈 때면 손을 떨면서 노래를 부른다는 김엘리는 카메라만 켜지면 신기하게도 떨림이 없어진다고 했다.


Q. 원래 쥬얼리 ‘one more time’ 때 김은정 씨와 함께 들어갈 새 멤버였다고 들었어요.

(김)은정이랑 보컬로 들어가기로 확정된 상태에서 1년 반 정도 연습생 시절을 함께 했어요. 그러다 데뷔 한 달을 남겨놓고 래퍼가 필요하시다면서 (하)주연이가 저 대신 들어오게 된 거죠. 이 자리 때문에 미국 진학도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가라는 통보를 받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때 제가 19~20살 때였는데 어린나이에 큰 상처였죠.

Q. 많지 않은 나이에 큰 상처를 받았네요.


쥬얼리 포함해서 걸그룹 준비를 4번이나 했었어요. 정말 별의별 일이 다 있었죠.(웃음) 한번은 데뷔만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회사 사정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데뷔를 못한다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허탈한 상태였는데 데뷔 의상을 준비해놨으니 저희보고 사비를 내라고 했던 곳도 있었어요. 그런 일들을 계속 당하니까 연예계 생활이라는 게 너무 두렵더라고요.

Q. 어떻게 다시 일어설 수 있었나요?

뉴질랜드에 좀 있다가 오기도 하고 그만 두려고 했던 적도 많았어요. 그런데 제가 뮤지컬을 알아보고 있고, 연극을 알아보고 있더라고요. 이쪽 일은 이제 그만하려고 했는데 다른 쪽은 알아보지도 않고 있는 거죠. 그때 생각했어요.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활동해보자.’


Q. KBS2 드라마 ‘내 사랑 금지옥엽’부터 시작해서 뮤지컬 ‘듀엣댄싱’ 주연까지 특이하게도 연기를 먼저 시작하셨더라고요.

오디션 보고 뽑히는 건 참 잘돼요. 결실이 그래서 그렇지.(웃음) ‘듀엣댄싱’ 때는 그간 뮤지컬 경력이 없었는데 오디션을 보고 주인공의 기회를 얻었어요. 리딩 현장에 오니까 연출자 분께서 5초 안에 울어보라고 시키시더라고요. 경험없는 제가 어떻게 하나 궁금하셨던 것 같아요. 리딩 때라 배우들 모두 있는 자리였는데 제가 옆에 있는 남자 배우의 다리를 잡고 펑펑 울었어요. 그 뒤로 저에 대한 믿음이 조금 생기셨던 것 같아요.

Q. 요리방송 계획도 있다고 들었어요.

요리 하는 것을 워낙 좋아해요. 요리 방송 MC도 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따놨어요. 백종원 선생님같은 실력은 절대 안 되지만.(웃음) 예전에 쥬얼리 연습생 시절당시 아리랑 TV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방송 진행을 처음 해봤었어요. MC를 해보며 프로그램 리드하는 역할이 저랑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말주변도 있고 제 성격이 리드하는 성격이라.(웃음) 또 그 일을 할 때 밝은 제 모습이 보기 좋더라고요. 이번에 연예인 농구대회하는 프로그램의 MC도 맡게 됐어요.(웃음)


Q. 올해 새 싱글 앨범도 준비 중이시라면서요.

PK헤만 씨와 함께 작업하고 있어요. 어쿠스틱 풍 발라드와 트렌디한 R&B 곡 준비중이예요. 피처링 계획도 있고요.

Q. 노래, 연기, 방송진행까지. 올해 많이 바쁘시겠어요.

데뷔하려고 연습했던 지나간 시간이 참 많아요. 준비만 계속 했던 것 같아요. 이젠 보여드려야죠. 그렇다고 얼굴이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은 절대 아니에요. 다만 제 실력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 롤모델이 엄정화 선배님과 임창정 선배님이에요. 노래면 노래, 연기면 연기, 예능 그리고 센스까지 너무 좋으시고 대단하신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다재다능한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웃음)


울고 웃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준비했던 10년 정도의 시간을 압축해서 듣자니 인내심이 대단했다. 허나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란 말이 있지 않나. 사는 것도 그렇다. 고독한 추위가 지나 곧 따스한 햇빛같은 보답이 갈 것이다. 그러한 자양분을 김엘리는 만들고 있기 때문에, 예외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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