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터뷰] 보컬학원 모래공장 김민석 대표가 전하는 K-POP의 미래

2018-12-20 22:57:43

[황연도 기자/ 사진 백수연 기자] 바야흐로 K-POP 전성시대다. 80년대 우리가 마이클 잭슨 무대를 보며 열광했 듯, 현시대엔 한국 아이돌이 빌보드 정상에 오르며 세계를 들썩이고 있다. K팝이 세계적인 호응을 얻게 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약 20년 동안 아시아, 미국, 유럽, 남미 등으로 뻗어나가며 세계화의 기틀을 다져왔다.

그렇다면 K팝이 전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창력과 칼군무, 화려한 퍼포먼스 등을 완벽하게 소화한 뮤지션들의 공이 크겠지만 뒤에서 보이지 않게 땀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조력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래공장 김민석 대표도 그중 한 사람이다. 걸스데이, 위너 강승윤, 이하이 등 셀 수 없이 많은 K팝 스타들이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일각에서는 K팝의 수명이 길지 않을 거라고 말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지금보다 더 발전할 거에요.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참아낼 수 있는 인종은 한국인 밖에 없기 때문이죠. K팝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조력자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요. 단순 입시나 오디션을 위한 음악이 아닌, 실전에 바로 뛰어들 수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에게 K팝의 비전을 묻자 제법 명쾌한 답변이 돌아왔다. 오디션, 입시를 위한 음악이 아닌 ‘필드에 적용시킬 수 있는 음악’을 알려주는 보컬 아카데미 모래공장의 수장인 김민석 대표와 나눈 K팝의 어제와 오늘, 미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보컬학원 모래공장은 어떤 곳인가

“모래공장은 2009년도에 설립했고 올해 12월에 딱 10년 차가 된다. 처음엔 13명의 제자들을 데리고 1평짜리 자그마한 홍대 지하 연습실을 빌려서 개인 레슨을 하면서 시작했다. 그곳에서 3개월 정도 하다가 6평짜리 대치동 연습실로 옮겼다. 그곳에서 30명 정도의 학생이 채워졌을 때 가로수길의 30평짜리 연습실로 이사를 갔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학생들을 늘려가던 중에 ‘슈퍼스타K1’을 보게 됐고 ‘저 프로그램은 무조건 내가 맡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작정 엠넷에 연락해서 내가 보컬 트레이닝을 맡고 싶다고 말했고 미팅을 한번 해보자는 제안을 받게 됐다. 그 제안을 받자마자 대출을 받아서 연습실이 있던 건물 지하를 임대했다. 탑 11의 인원수에 맞게 방도 11개를 만들어서 공사를 했다. PD 분들에게 보란 듯이 “탑 11을 위해 공사를 한 것”이라고 말했고 진정성이 통한 건지 ’슈퍼스타K2’의 트레이닝을 맡게 됐다.

모래공장이 방송에 노출되면서 여러 곳에서 섭외가 들어오게 됐고 홈페이지 동시 접속자가 10만 명을 찍을 정도로 주목을 받게 됐다. 또 신기하게도 1평에서 레슨을 하던 친구들이 걸스데이였다. 그 친구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했고 ‘슈퍼스타K’ 덕분에 허각, 존박, 박보람, 강승윤 등의 제자들이 생기게 됐다. 연습생들도 눈에 띄게 늘게 되면서 ‘보컬 아카데미’로서의 자리를 확실히 잡게 됐다. 2~3년 만에 모래공장이 확 뜨게 된 것이다”

Q. 원래는 역사학과 출신이라고 들었다. 반전이다(웃음).

“맞다. 원래는 인하대학교 역사학과 출신이다. 비록 다른 전공으로 학교를 가긴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수의 꿈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가수의 꿈은 포기를 한 채 지내다가 일본 유학을 갔을 때 에이벡스(Avex)라는 큰 음반 유통사에서 보컬 트레이너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다. 그 아르바이트 경험 때문에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


Q. 국내에 실용 음악 학원이 많은데, 모래공장만의 차별화된 교육이 있을까

“모래공장이 오디션 프로그램 트레이닝을 하는 학원, 아이돌 친구들을 가르치는 학원으로 유명했었다. 방송으로 노출이 많이 되다 보니까 ‘전국에서 오디션이 가장 많은 학원’으로도 유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오디션을 볼 기회가 많아도 뽑혀가는 친구들은 정해져 있었다. 열심히 학생들을 잘 가르쳐도 결국엔 잘생기고 예쁜 애들이 들어온 지 한 달도 안돼서 뽑혀가곤 하더라. 학생들에게 “열심히만 하면 돼”라고 말해왔지만, 결국 그 말은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학원은 아이들의 능력을 키워줄 뿐 데뷔를 시켜주진 못한다. 그러다 보니 남는 건 회의감뿐이더라.

아이돌 위주의 오디션 프로그램은 입시와 비슷하다. 가창력 또는 그 외의 자극적인 장치로 한방의 감탄, 감동을 전해 승리를 얻어내는 방식이다. 즉 이기기 위한 음악을 해야 한다. 난 이게 현 한국 음악 시작의 폐해라고 생각한다. 한국 음악은 아무리 서울에 좋다는 음악 대학을 나와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 학교에선 트렌디한 음악을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제작자들이 “실용음악과 느낌 빼고 와라”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하겠는가. 입시 준비 3~4년, 대학교 4년을 공부하고 왔는데, 돌아오는 말은 ‘실용음악 느낌을 빼라’는 말이니까 아이들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을 거다. 그런데 현재 음원 트렌드를 보면 가창력을 밀고 나오는 가수는 많지 않다. 물론 아이돌 시장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현재는 싱어송라이터들이 대세다. 모래공장은 싱어송라이터를 키우는 아카데미다. 우리가 가르치고 있는 교육은 입시를 위한 음악이 아닌, 바로 실전에 뛰어들 수 있는 음악이다. 음악을 직접 만들 줄 아는 능력을 키워줄 것이다.

7년이 넘은 아이돌들이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좋은 곡을 주는 작곡가들도 없고,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하더라. 그렇게 음악을 놓으려고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이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작곡을 알려줬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진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렇게 발성, 노래 실력에만 연연했을까 하는 후회가 밀려오더라. 아이돌들이 예능, 춤, 연기, 외모 이외에도 ‘작곡’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모래공장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음악을 만들 줄 아는 능력을 키워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Q.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

“당연히 제자들이 잘 됐을 때다. 데뷔해서 1위를 해도 물론 기쁘지만, 자신이 행복하게 음악을 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때 너무 좋다. 음악을 그만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봐도 좋다. 보컬 트레이너라는 직업이 노래를 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빨리 그만두게 만드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즉, 안 될 것 같은 애들은 빨리 이 꿈을 접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역시 선생이 해야 할 일 중 하나라는 말이다. 그만둔 후 미련과 후회로 가득 차서 사는 게 아니라, 더 잘 맞는 직업을 찾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Q. 대표님이 생각하는 K팝의 비전

“뭐 계속 잘되지 않겠는가. 항간에는 K팝이 4년 안에 사그라들 것이라는 말도 들려오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훨씬 오래갈 것 같다. 현재 해외 오디션 프로그램 트레이닝도 맡고 있지만 한국처럼 연습생들을 타이트하게 잡아놓고 트레이닝을 시키는 나라가 없다. 그리고 혹독한 훈련 과정을 버텨낼 수 있는 민족도 없다. 그나마 비슷한 일본조차도 이런 시스템을 버티지 못한다. 서양 쪽은 아예 마인드 자체가 맞지 않다. 성공하고 싶은 마음 하나로 힘든 시간들을 참아낼 수 있는 국민성은 우리 나라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트레이닝 시스템을 가져간다고 해도 완벽하게 적용시킬 수 있는 나라가 없는 것이다. 일본, 중국, 미국 시장에서 아무리 아이돌 문화를 따라 하려고 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음악적으로도 한국은 한국만의 색채가 확실하다. 미국 시장의 음악이 흘러 들어와 변형된 게 맞긴 하지만 한국 음악은 그보다 훨씬 다채롭다. 미국 음악을 포함해 R&B, 힙합, EDM, 일렉트로닉 등 훨씬 더 많은 장르가 믹스돼 있다. 여기에 칼군무까지 합쳐져 K-POP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K-POP은 계속 잘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내가 말하는 K-POP의 비젼은 아이돌 시장이다. 그룹으로서의 매력은 넘쳐나지만, 아직까지 솔로로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엔 부족하지 않나 싶다. 뭐 앞으로는 한국에서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싱어송라이터가 나오지 않겠나”


Q. K팝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금 엔터테인먼트의 운영진들 중에는 10~20년 전 매니저로 활동하셨던 분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본인들이 겪었던 경험과 시장에서만 바라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YG나 SM 같이 큰 회사는 전문 경영인들이 있고, 글로벌 마케팅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다양한 시선에서 음악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인재들이 영입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훌륭한 인재들이 엔터테인먼트 분야엔 잘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래가 불투명하고 체계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더 발달하려면 운영진들의 체계적이지 못한 예전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들의 재능과 가능성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데 그 시장을 이끄는 리더들의 역량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 틀에 박힌 관념이 아닌, 글로벌한 마인드가 필요할 때다”

Q. 대표님이 꿈꾸는 모래공장의 미래

“원래는 모래공장이 보컬 아카데미로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까 현재는 연기 학원, 댄스 학원, 뮤지컬 학원, 작곡 등을 다 아우르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아카데미가 됐다. 분야가 다양해졌지만 모래공장의 방향성은 하나다. 필드에 바로 적용시킬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을 하는 것.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음악적인 목표는 연습생 친구들이 자신만의 음악을 필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도록,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싱어송라이터로서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접하게 된 연기 쪽으로는 직접 배운 적이 없어 아직 미숙하지만, 우연찮게 수많은 배우들의 발성 트레이닝을 했던 이력이 있다. 많은 배우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직접 연기를 할 수는 없어도 연기의 트렌드와 교육에 대한 방향성에 대한 이해도는 높은 편이다. 따라서 연기도 입시보단 매체에 바로 뛰어들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데 방향성을 두고 있다. 뮤지컬 교육도 마찬가지다.

또 한 가지의 목표는 뉴미디어 시대에 맞는 엔터테이너를 키우는 일이다. 요즘엔 데뷔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현시대엔 지망생과 프로 중간의 시장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인플루언서, SNS 스타들이다. 꼭 TV에 나오는 가수가 아니어도 음악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도록 뉴미디어에 맞는 엔터테이너를 키우고 싶다. 그런 시장을 키우기 위해 현재 공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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