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BTS PTD ON STAGE - LAS VEGAS, 뜨겁고도 선명한 밤이야

2022-04-11 05:04:12

[BTS PERMISSION TO DANCE TO CITY - LAS VEGAS / 현지 기획 및 취재: 박찬 기자]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의 청춘 아래에는 언제나 그 자체로 선명한 담대함이 함께한다. 진, 슈가, 제이홉, RM, 지민, 뷔, 정국 일곱 명이 빚어낸 삶의 조각들은 이제 문장이 아닌 서사가 되었고, 세계 속에 그 이름을 한껏 팽창시키며 진화했다.
2013년 ‘No More Dream’부터 지금의 ‘Permission to Dance’까지, 그 시간과 삶의 두께가 이들의 진심을 증명한다. 미국 빌보드, 영국 오피셜 차트, 일본 오리콘을 비롯해 아이튠즈,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전 세계 유수의 차트 정상에 음원을 꽂았으며 음반 판매량과 뮤직비디오 조회수 등 다양한 분야서 독보적인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는 시점.
그럼에도 이들은 지금의 휘황함에 머무르지 않고 한결같은 호흡으로, 밝디밝은 그 세상 앞으로 더 나아가 또다시 자문한다. 새로운 계절과 함께 돌아온 방탄소년단은 이번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S VEGAS’에서 이전 콘서트보다 한 단계 더 의미 있는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팬덤 아미(ARMY)는 무엇에 매료됐나

이번 공연에 시작하기 앞서 얼리전트 스타디움(Allegiant Stadium) 앞에 줄을 선 아미들을 발견했다. 한껏 상기된 얼굴의 그들은 “왜 BTS를 좋아하게 됐나?(How did you become a fan of BTS?)”에 대한 질문에 하나같이 또렷하게 답했다. “방탄소년단이 주는 음악적 에너지가 즐겁다(The energy that BTS made with music is fun)”라고.
아들과 함께온 로빈슨(Robinson) 여사는 유튜브를 통해 이들을 처음 접한 뒤 아미가 되었다고 전했다. “음악을 들을 때마다 경쾌한 에너지가 느껴져요. 한번 무대 영상을 보고난 이후로 빠지게 됐죠” 동갑 친구와 함께온 대학생 아만다(Amanda)는 룸메이트 친구의 소개를 통해 BTS를 처음 접했다. “‘2021년 그래미 어워드’ 영상을 접했는데 처음 본 ‘Dynamite’ 무대가 이색적이었어요”

이처럼 아미가 방탄소년단에 빠지게 된 계기는 저마다 가지각색이지만, 이들의 긍정적 영향력에 매료됐다는 점은 공통적인 부분이다. 물론 음악적인 내용 자체만으로도 메시지가 충분하지만,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 있는 연출력, 퍼포먼스가 주요했다는 견해. 한번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 이들의 행보에 ‘입덕’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나 눈여겨볼 만 하다.
이러한 행보에 힘입어 BTS는 매 순간 다채로운 얼굴로 무대를 완성했다. 팬들에게로 하여금 하나의 얼굴로 굳혀지는 것이 아니라, 무대의 구성을 실험과 실험을 거듭해 새로운 반향을 뿜어내는 것. 다시 말해서 하이브는 주요 팬덤인 아미들을 위해 다채로운 퍼포먼스를 개발하고 구축해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이번 ‘BTS PERMISSION TO DANCE ON CITY’는 그 아이덴티티를 이끌어내는데 주요 구심점이 된 셈이다.
이전까지의 콘서트와는 어떤 부분이 다른가

BTS는 데뷔 이후 크고 작은 공연들을 줄곧 보여줘 왔지만, 이번 ‘BTS PERMISSION TO DANCE ON CITY’가 특별한 점이 있다면 바로 ‘THE CITY(더 시티)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모든 역량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발전했다는 것.
특히 그중에서도 무대 퍼포먼스, 그리고 그것을 다룰 만큼의 역량이 크게 올라섰다는 반응이다. 물론 2018년 8월에 시작한 ‘LOVE YOURSELF’ 이후 미국,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여러 해외 투어를 진행한 만큼 설비적인 부분 또한 인상 깊은 발전을 이루었지만, 그보다도 중요한 부분은 바로 멤버들 개개인의 존재감과 아성. 한층 다채로워진 애드리브와 몰입도 있는 표정 연기, 여유로운 제스처 등 긴 시간 동안 성숙한 방탄의 마력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실제로 무대 공연 위 멤버들은 마치 서로의 감정과 사연을 유유히 풀어내는 것처럼, 흔들림 없이 팬들과 조우했다. 숙명인 듯 무대에 자기 자신을 밀어 올린 이들에게 불안감은 서로 간의 밀어가 되어 사라진듯 했다.
그러면서도 트랙과 트랙 사이에서는 멤버들 특유의 위트와 여유가 함께 했다. 지민은 자신을 소개할 때 ‘I’m Min Ji’라고 농담했으며, RM과 뷔는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하는 소감을 웃으며 전하기도 했다. 이는 방탄 멤버들이 공연을 통해 단순히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팬들과의 만남’에 핵심 가치를 두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제이홉은 팬들에게 “I’m your hope”라고 자연스레 인사하며, 팬들은 그런 제이홉에게 “You're my hope”라고 뜨겁게 반응한다. 무대라는 공간에서 아티스트와 팬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두드린다는 것. 그리고 결국 그 두드림은 교감이 되어 공기처럼 잔잔하게, 신록처럼 찬란히 이루어지기 마련.
달라진 세트리스트, 새로운 도시에서 보여준 낯선 물결

세트리스트의 변화도 특히나 인상 깊다. 방탄소년단은 오프닝곡 ‘ON’을 시작으로 ‘불타오르네(FIRE)’, '쩔어’, ‘DNA’를 연달아 내걸어 흥을 띄운 뒤, ‘Blue & Grey’와 ‘Black Swan’으로 애틋한 감정을 고조시켰다. 이후 ‘피 땀 눈물’, ‘FAKE LOVE’를 뒤섞어 선명하게 반짝이는 조합을 증명해냈으며, ‘Life Goes On’과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로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널리 전했다.
해외 아미들을 위한 극적 퍼포먼스는 이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간단한 대화를 마친 이후 글로벌 메가 히트곡 넘버 ‘Dynamite’와 ‘Butter’를 공개한 것. 팬들은 모든 소절을 따라 부르며 방탄과 한 마음 한뜻이 되었는데, 한층 펑키한 사운드로 편곡되어 라스베이거스의 무드에 깊숙이 잘 녹아든 모습.
이후에는 ‘잠시’와 ‘Outro : Wings’가 이어졌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늘 함께하고 있음을 느낀다는 내용의 ‘잠시’는 팬들과의 만남의 장인 이번 콘서트에서 그 의미를 더했다. 이어 선보인 ‘Stay’+‘So What’은 작년 ‘BTS PTD ON STAGE - SEOUL : LIVE VIEWING’에서도 보여줬던 강렬한 조합.

이전 곡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방탄의 또 다른 히트곡 ‘IDOL’이 울려 퍼졌다. 멤버들은 스테이지 곳곳에 흩어져 팬들과 열기를 함께 나눴다. 팬들과의 VCR 타임이 지나자 친숙하면서도 공허한 팬송 ‘HOME’이 흘렀다. 세계적인 아이돌이 된 뒤에도 느끼는 공허함, 그리고 이를 위로해 주는 팬들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HOME’이 월드 에어리어인 얼리전스 스타디움에 나타나자 그 메시지는 한층 깊게 다가왔다.
뒤이어 귓가에 한 번쯤 접해봤을만한 ‘Anpanman’ + ‘고민보다 GO’ 무대가 공개됐다. ‘Stay’+‘So What’과 함께 작년 서울 공연에서 이미 선보인 바 있는 조합. 끝으로 ‘Permission to Dance(이하 PTD)’가 오늘의 대미를 장식했다. 현실의 벽에 부닥치고 고단한 하루를 보낸 모두에게 ‘춤은 마음 가는 대로, 허락 없이 마음껏 춰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PTD’는 자유와 행복을 강조한 곡. 팬들은 이 공연의 타이틀이자 라스트 넘버인 ‘PTD’로 이번 만남의 시작과 끝을 동행했다.
끝과 시작, BTS는 변화하고 혁신한다

“업무 때문에 바쁘신 건 알지만, 여기까지 먼 길 오신만큼 최선을 다할 테니 저희 무대 꼭 재밌게 즐겨주세요”
리더 RM은 공연 시작 전 기자들에게 웃으며 인사했다. 털털한 남동생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무대를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글로벌 아티스트의 면모였다. 팀과 본인의 무대에 자신감이 가득 차 있는 듯한 얼굴을 보니 방탄소년단의 공연이 점점 기대되기 시작했다.

사실 돌이켜보면 매우 피곤한 일정이었다. 전날 더 시티 프로젝트 콘텐츠에 대한 취재 일정, 금일 오전 이루어졌던 임원 간담회와 해외 아미 팬들 취재까지, 숨 막히다고 하면 숨 막힐 수 있는 여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BTS의 무대가 막을 올리자 그 피로감은 말끔히 씻겨나갔다. 무엇보다도 방탄의 곡은 어렵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간단하지도 않다. BTS는 즉각적으로 반응할 만한 ‘퍼포먼스 특성형’ 아티스트이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열기가 잔존한듯했다. 이윽고 그 감정은 시간의 조각들로 재현돼 귓가에 다가섰고, 한곡 한곡 강렬한 흑백사진이 되어 추억을 잠식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공연장 내 ‘Dynamite’와 ‘Butter’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을 때. 팬들은 전주만 들었음에도 그 경쾌한 정취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느낄 수 있었고, 그 응원은 이내 음원으로 남아 세계화에 대한 방탄의 포부를 되짚었다. 멜로디만으로도 팬들의 걱정이나 근심을 잠시나마 잊게 해 준 순간일 것.
혹자는 최근들어 방탄소년단이 지녀왔던 뜻깊고 진솔한 가사가 없다는 점에 이들의 글로벌 행보를 비판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주장에는 그럴만한 근거가 있다. BTS의 과거 앨범 시리즈 중 하나인 ‘LOVE YOURSELF’를 보면 더욱이 잘 알 수 있다. 순수한 소년이 사랑을 시작할 때의 감정을 담은 ‘承 Her’, 이별에 대한 이중적인 메시지를 담은 ‘轉 Tear’, 결국 나를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메시지의 ‘結 Answer’까지, 앨범에는 사랑과 감정에 대한 고찰이 주요했다.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인 ‘YOU NEVER WALK ALONE’에서도 그 사회적 메시지의 표현법은 남달랐다. ‘함께라면 웃을 수 있어’라는 메시지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에게 위로와 희망을 건네었던 그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은 이제 방향성을 잃어버린 걸까. 정답은 물론 그렇지 않다. 그 지점이 조금 달라졌을 뿐이다. 지난 2013년 데뷔한 이후, BTS는 마치 청소년기를 겪듯 여러 변화를 이루며 성장했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흘러간 지금, 이들은 음악이 주는 사회적 메시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저 음악이니까, 음악 안에서 즐길 수 있다’라는 뜻에 궁극적 가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그런 의미로 이번 ‘BTS PERMISSION TO DANCE TO CITY - LAS VEGAS’는 어떠한 깊은 고민과 형용 없이 ‘뜨겁고 선명한 밤’이라고 칭할 만 했다. 방탄소년단의 음악이 흐른 뒤, 식지 않을 오늘이 찾아왔다. 그 메시지는 여전히 ‘청춘’이라는 본색을 아우르며 가감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사진 제공: 하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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