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G기자의 사만모] 하나령, 짱구를 사랑한 장난꾸러기...런웨이에 오르다 (인터뷰)

2018-12-18 20:54:48

[김강유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사.만.모. 서울패션위크 취재 9년 차 기자가 ‘사심으로 만난 모델’들을 소개한다.

2016년 3월 서울패션위크 때의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앤디앤뎁 패션쇼의 백스테이지는 유독 신비로웠다. 모델들은 하얗게 칠한 눈썹조차 부족해 새하얀 속눈썹까지 붙였고, 선명하게 돋보이는 붉은 입술이 대조적으로 눈에 띄었다. 긴 머리는 모두 의상 속으로 감추었고 그 의상까지도 온통 하얗고 검었다. 마치 동화 속에서 만날 법한 거대한 인형가게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느끼기 충분했다.

그날 앤디앤뎁 패션쇼는 런웨이 위에 거대한 체스판을 올렸다. ‘배드 비숍(Bad Bishop)’을 테마로 펼쳐진 컬렉션에서 모델들은 검고 하얀 체스말로 변했다. 무채색으로 가득한 런웨이 위에서, 동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인형들로 채워진 체스판 위에서, 그 곳에서 처음 만난 얼굴이 이번 인터뷰의 주인공 모델 하나령이다.

하나령은 당시 17세,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다. 선배 모델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돋보였던 그의 첫 인상은 정말로 ‘인형’이었다. 176cm의 키와 작디작은 얼굴은 비현실적인 비율을 이뤘고, 소녀티를 채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은 더욱 그를 인형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쇼가 시작되기 전 백스테이지에서 수줍고 조용했던 그는, 런웨이에서 신인답지 않은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쇼를 보며 단번에 슈퍼루키의 탄생을 직감했고, 바로 그 다음 시즌부터 그에게 카메라를 집중시켰다. 여담으로 앤디앤뎁의 김석원-윤원정 디자이너는 ‘핫’했던 그날의 패션쇼를 준비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하나령의 발견’을 꼽기도 했다.

그 후 3년을 꾸준히 지켜보다가 새롭게 [사.만.모] 코너를 준비하며 그를 첫 주인공으로 선정했다. 런웨이에서 내려와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만난 하나령은 어떤 모습일까.


인터뷰 사진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서 만난 하나령은 패션쇼장에서 만난 하나령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천진난만한 웃음을 가득 머금고 인사를 건네는 그는 카리스마를 품은 프로모델보다 발랄한 여고생에 더 가까웠다.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에 임하면서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하자 “안녕하세요. 저는 YG케이플러스 모델 하나령이라고 합니다”라며 더없이 간결하고 순수한 소개를 꺼냈다.

올해로 19살, 고등학생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그에게 10대의 순발력을 테스트해봤다. “단순한 소개는 따분할 수 있으니까 본인 이름으로 삼행시를 해볼까요?” 돌아온 대답에는 소녀다운 순수함과 포부(?)가 담겨있었다.

“하.하염없이 모델 일을 하던 / 나.나령이는 / 령.영원한 세계스타 모델이 되었다.”

미래지향적인 삼행시를 무사히 마무리한 그는 이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시작부터 만개한 웃음꽃 사이로 이름의 뜻을 물었다. 처음 들었을 때부터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터였다.

“비단 나(羅)에 방울 령(鈴)을 써요. 옛날부터 비단은 귀하게 여겨졌고 방울소리는 좋은 소리잖아요. 그래서 귀하고 좋은 소리만 듣고 자라라는 의미입니다.”

누가 지어줬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어... 작명소를 가지 않았을까요”라며 연이어 웃음을 선사했다. 천진난만하고 엉뚱발랄한 여고생은 언제부터 모델 일을 꿈꿨을까.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중3 시절, 꿈에 대해 고민하다가 주변에서 모델을 권유해줬어요. 그때 마침 부산에서 YG케이플러스 아카데미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오디션에 지원했죠. 합격하고 아카데미에서 하는 모델 공부를 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본격적으로 관심 갖기 시작했어요.”

아직 대중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모델 아카데미. 처음 들어갔을 때 느낌은 어땠을까.

“처음에는 자세교정부터 시작하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고 워킹 같이 새로운 것들을 배워가는 게 정말 좋았어요.”


이제는 어느덧 당당한 프로모델 하나령이기도 하지만, 꿈을 위해서 자라온 부산을 떠나 홀로 서울생활 중인 여고생 하나령이기도 하다.

“처음 서울 올라왔을 때는 아무래도 혼자 있으니까 외로웠죠. 부모님도 친구들도 보고 싶어서 많이 울기도 했었고, 울다가도 주말마다 부산에 내려가서 놀다오고 그랬어요. 지금은 서울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서 이젠 엄마가 좀 내려오라고 하세요.(웃음)”

“혼자 사는 것도 많이 적응돼서 생활에 힘든 점은 없어요. 부산 친구들도 계속 연락하고 있고, 이번 여름방학 때 그 친구들이랑 일본으로 여행갈 계획을 짜고 있어요.”

아무래도 학창생활을 보내고 있는 만큼, 친구들의 이야기는 빠질 수가 없어진다. 모델로 데뷔한 모습을 지켜본 친구들은 어떤 반응이었을까.

“친구들한테 모델(아카데미) 합격됐다고 하자마자 넌 될 줄 알았다며 축하해줬어요. 부모님도 좋아해주셨고요. 서울패션위크 쇼 하나 끝내고나면 친구들이 라이브 방송한 걸 캡처해서 잘 봤다고 메시지를 보내줘요.”

고등학생 하나령과 모델 하나령의 차이가 있을지도 궁금했다.

“모델 하나령이 런웨이나 촬영장에서 진지한 모습이라면, 고등학생 하나령은 밝고 발랄하고 장난기 많은 소녀 같아요. 평소에 친구들과 정말 많이 장난쳐요. 거의 반이 장난이에요.”

“친구들 사이에선 아무래도 키가 크고 말라서 빼빼로, 면봉, 젓가락 같은 별명이 많아요. 아직 제 맘에 드는 별명은 없는 것 같아요. 친구들이 머리를 좀 더 써야 해요! 제가 장난기가 많으니까 흔하지 않고 특이한 별명을 지어주면 좋겠어요. 한 번 들으면 기억될 수 있는?”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예민한 ‘고3’과 모델 일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의 생활과 졸업 후 꿈꾸는 모습들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저는 고3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는 것 같아요. 아, 친구들이 공부한다고 잘 안 놀아줘서 심심해요.(웃음) 평소 취미는 산책하는 걸 좋아해요. 음악도 자주 듣고, 요즘 소설책에 빠져서 많이 보고 있어요. 음악은 장르 가리지 않고 다 듣는 편이고, 소설책은 트와일라잇 시리즈 읽고 있어요. 추리소설도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대학 진학에 대한 생각은, 아무래도 학업과 일을 같이 하기보단 모델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고등학교에서도 힘든 점이 있었으니까. 스무 살부터는 학교 스트레스 없이 일에 집중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성인이 되고 (어린) 이미지가 변하면 좀 더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일들의 기회가 왔으면 좋겠어요. 10대 티를 벗으면 주얼리 모델도 해보고 싶어요!”


하나령은 올해 2월부터 뷰티브랜드 페리페라의 전속모델로도 발탁되어 활약 중이다. 데뷔 3년 차에 벌써 뷰티브랜드 모델이라니! 소감을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뷰티모델 일도 재밌어요. 표정 연기가 조금 있어야 해서 집에서 거울보고 연습 많이 하고 있어요. 브랜드 쪽에서도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뷰티모델로의 활동까지 점점 더 다양하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하나령. 각각의 영역의 매력이 다를 법하다. 하나령이 느끼는 매력은 어떤 점일까.

“런웨이는 음악이 깔려서 그 음악 리듬에 따라 워킹하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에요. 그 위에선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하죠. 패션화보 같은 경우에는 포즈 연기에 중점을 두고 뷰티화보는 표정 연기나 손동작에 신경을 많이 쓰는 부분이 다르게 재밌어요.”

“자신 있는 분야는...전부 다요! 아직 많이 경험해보진 않아서 모든 일을 다 경험해보고 싶고 다 잘할 자신 있어요.(웃음)”

2016년 하나령의 데뷔 때를 돌아보면 상큼한 단발머리였지만, 이후 꾸준히 긴 머리를 고집하고 있다. 다른 스타일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은 없을까?

“확실히 긴 머리가 다양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다행히 저희 학교가 두발자유라서 약간씩이나마 머리색도 바꾸고 있어요. 숏컷은 아직 용기가 안 나지만 나중에 한 번 쯤은 해보고 싶기도 해요. 완전 생금발 머리도 멋있는 것 같아요.”


런웨이에 오른 하나령은 유독 눈길을 끄는 모델 중 한명이다. 176cm의 키는 예전에 비해 평균 신장이 낮아진 런웨이에서 그를 더 돋보이게 만든다. 여기에 모델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작은 얼굴로 전체 비율은 가히 ‘압도적’이다. 특별히 관리하는 포인트가 있을까?

“주변에서 그렇다고 해주시더라고요.(웃음) 예전에는 관리를 잘 안했어요. 그러다보니 살이 오르더라고요. 요즘은 1일 1식하고, 걷는 걸 좋아해서 산책을 많이 하고 있어요. 학교 다닐 때도 버스 타지 않고 20분 거리를 걸어서 다녀요. 패션위크 시즌에는 두세 달 전부터 스쿼트를 엄청 열심히 하면서 관리해요.”

“식단은 학교에서 나오는 급식만 먹거나,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은 4~5시 정도에 한 끼만 먹어요. 메뉴는 야채를 별로 안 좋아해서 하루 한 끼만 먹되 내가 먹고 싶을 걸 먹자는 주의예요. 주로 육류죠.(웃음)”

최근 런웨이 모델들의 변화는 키에서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10대들이 활발하게 데뷔하고 활동하면서 평균연령도 상당히 낮아졌다. 같은 또래인 하나령이 보기엔 어떨까.

“제가 데뷔했을 때가 17살이었는데 요즘은 중학생 친구들도 많아요. 18 F/W 시즌에는 부산에서 15살 친구가 서울로 올라왔더라고요. 대단하기도 하고, 겉으로 티는 안내지만 긴장하기도 해요. 10대 또래들이 런웨이에 많아지는 점은 친구들이 많아지는 거니까 좋아요.”

하나령이 언급한 ‘15살 친구’는 이번 시즌 첫 런웨이를 밟으며 갓 데뷔한 모델 김사라다. 4살 어린 후배를 의식하는 19살 하나령에게 계속 성장할 시기이고 아직 긴장할 시기가 아니지 않냐며 말을 건냈더니 “아니에요. 사라가 이번 시즌에 (쇼를) 정말 많이 했더라고요”라며 동향 후배를 자랑했다.

모델계의 변화만큼이나 디자이너들도 변화의 흐름에 민감하고 다양하게 반응하고 있다. 평소에 관심이 있거나 러브콜을 받고 싶은 디자이너가 있는지 물었다.

“비욘드클로젯의 고태용 디자이너님. 캐주얼 룩을 선호하는 편이라 많이 보고 있어요. 비욘드클로젯 말고도 노앙, 참스 같이 또래 친구들이랑 같이 볼 수 있는 패션쇼가 관심이 가죠. 특히 비욘드클로젯 홍일점 모델로 런웨이를 밟아보고 싶어요. 이성경 선배님, 이호정 선배님처럼요. 남자들 사이에서 홍일점으로 걷는 게 너무 멋지더라고요. 만약 고태용 디자이너님에게서 러브콜이 오면 소리 지르면서 뛰어다닐 것 같아요! 언니 저 됐어요~!!”


어느 직업인들 그렇지 않겠냐마는 패션모델은 롤모델이 본인의 성장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직업이다. 6개월 여 후엔 ‘학생’ 타이틀을 떼게 되는 하나령의 롤모델은 누구일까.

“패션쇼 영상을 처음 봤던 게 이성경 선배님이 올라갔던 비욘드클로젯 쇼였어요. 그리고 모델 준비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성경 선배님이 롤모델이 됐죠. 워킹도, 연기도, 노래도, 다 잘하시잖아요. 매력도 엄청 많으시고. 아직까진 롤모델이 변하지 않았어요. 해외 모델 중에는 바바라 팔빈이요. 너무 예쁘시더라고요.”

바라보며 성장하는 롤모델이 있다면, 옆에서 함께 성장하는 친구도 있다. 평소 친한 모델들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었다.

“친한 모델은 엘리스랑 최윤영 언니, 쌍둥이 모델 서현이랑 서윤이도 자주 만나요.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아요. 만나면 정말 평범하게 놀아요. 맛집 찾아가서 먹고, 노래방가서 소리 지르면서 스트레스 풀고. 요즘엔 볼링이 재밌더라고요. 지금까지 두 번 쳐봤는데 진짜 재밌는 거예요, 이게! (웃음)”

“같이 쇼핑가면 (최)윤영 언니가 꼼꼼하게 잘 봐줘요. 서로 뭘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아직 서울을 잘 몰라서 가는 곳만 가요. 주로 가로수길, 홍대, 강남 세 군데만 돌아다녀요.”


대화를 하다보면 여고생의 상큼발랄함이 톡톡 터지는 그였지만, 그래도 데뷔 3년 차 프로모델아닌가. 더군다나 고향을 떠나 나 홀로 타향살이 중인 프로 중의 프로다. 모델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있었을 테다.

“아무래도 페리페라랑 니(NII) 전속모델이 된 게 가장 기억에 남아요. 둘 다 비슷한 시기에 계약을 하기도 했고요. 처음엔 ‘내가 벌써 이래도 되나’ 싶기도 하고, 너무 기쁘기도 하고. 부모님도 되게 좋아하셨어요.”

하나령은 뷰티브랜드 페리페라는 배우 이열음, 정다빈과 함께, 캐주얼브랜드 니(NII)는 가수 신원호, 모델 방주호와 함께 전속모델로 활동 중이다. 니는 올해부터 여성 제품 라인을 확대 운영할 계획 아래 하나령을 새로운 뮤즈로 삼았다. 평소 캐주얼 스타일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캐주얼 브랜드의 뮤즈 자리까지 앉게 된 하나령. 그의 스타일링 팁을 살짝 들어봤다.

“며칠 전에, 한 번 입고 안 입었던 롱코트를 버리기 아까워서 숏코트로 수선을 했어요. 잘 입지 않는 옷들은 수선해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요. 수선 할 때는 눈으로 어림잡아 하지 말고 무조건 입어보고 수선할 부분을 정확하게 체크해서 가는 게 중요해요.”

“개인적으로 귀걸이를 항상 하는 편이에요. 안 빼요.(웃음) 그래서 집에 귀걸이 종류가 많아요. 캐주얼 룩에 귀걸이 같은 주얼리를 매치할 때는 너무 화려한 건 제외하고, 옷과 컬러 톤을 맞춰서 매치하면 잘 어울려요.”

“꾸미는 걸 좋아해서 평소 미팅 갈 때는 직접 메이크업도 해요. 메이크업 할 때는 피부 화장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또래 친구들에게 메이크업 팁을 주자면, 눈과 입술 중에 한 군데만 포인트를 주는 거예요. 눈 화장이 진하면 입술은 과하지 않게 하는 게 좋죠. 평소 친구들은 메이크업 방법보다 제품에 대해 물어봐요. ‘너 입술 뭐 썼어?’ 이런 식으로. 이럴 때 마다 페리페라 광고를 해요.(웃음) 페리페라에서 새로 제품이 나오면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10대 모델의 스타일링 팁을 물었을 뿐인데 의도치 않게 전문가의 영업(?) 실력이 드러났다. 이야기 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고 밝아 보이는 그에게 지금 가장 중요한 것 3가지를 꼽아달라고 요청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옆에 있어주는 친구들, 애니메이션 캐릭터 짱구. 짱구를 되게 좋아해요. 밥 먹을 때나 씻을 때도 짱구 틀어놔요. 지금 폰 케이스도 짱구 잠옷 케이스예요. 이번에 짱구 이불도 샀어요. 여름 이불로! 짱구가 중요해요.(웃음)”

“짱구가 엄청 천방지축이잖아요. 혼나도 기죽지 않고 마이웨이! 귀여워요. 짱구 말고도 애니메이션 캐릭터들 좋아해요. 미니언즈도 좋아하고, 헬로키티는 피규어도 있어요. 오버액션 토끼 이모티콘도 좋아해요.”


마지막 질문은 뻔하게도 모델로의 혹은 그 이후에 대한 꿈을 물었고, 장황한 대답이 돌아왔다.

“모델로는 누가 봐도 멋진 모델이 되고 싶어요. ‘저 사람 진짜 멋지구나’ 생각하게 만드는. 모델 이후의 꿈은 예능? TV에서 너무 재밌어 보여서 가끔 상상할 때가 있어요. ‘내가 저 자리에 있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상상을 하다보니까 나가고 싶어지더라고요. ‘아는 형님’ ‘하트시그널’ ‘맛있는 녀석들’ 같은 것들. 다양하게 봐요.”

“많~이 나중에는 빵집을 차리고 싶어요. 베이커리, 요리 좋아해서 스무 살 되면 요리학원 다녀서 자격증부터 따려고 준비 중이에요.”

“버킷리스트는 미국이나 세부 쪽으로 여행을 가는 거예요. 혼자도 좋고 두셋도 좋을 것 같아요. 저의 최대 목표가 세계일주하기입니다. 하하. 모델 일 하면서 이루기는 어려운 목표일 수 있는데, 세계를 무대로 모델 활동하면서 돌아다니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곳도 다녀보고 싶어요.”

19살. ‘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나’에 대해 결정해야 하는 나이.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이다. 확실하게 혹은 막연하게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시기이기도 하고. 하나령도 그랬다. 진지하게 고민하기도 하고, 확실하게 준비하기도 하고, 막연히 꿈꾸기도 한다.

데뷔 3년 차 19세 모델 하나령은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을 ‘학생’이면서 ‘프로’로 보냈다. 갈등과 고민이 누구보다 많았을 테다. 시간은 무심히 흘렀고 하나령은 열심히 해냈다. 인터뷰 중간 친구들에게 아쉬운 점은 없는지 묻기도 했었다. 고민하던 그는 짧은 답을 꺼냈다.

“친구들이 ‘너는 공부 안 해도 되니까 부럽다’ 이런 소리를 하긴 하는데,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모르니까 많이 부러워하긴 해요. 맨날 놀면서 일한다고 부러워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나도 많이 노력하면서 이 일을 하고 있는 걸 알아주면 좋겠어요.”

대상이 무엇이든 겉모습에 대해 판단하는 것은 쉽다. 화려해 보이는 것들은 더욱 그 대상을 쉽게 판단하게 만든다. 겉으로 화려하게 비춰지는 것은 모델의 숙명이자 어쩌면 본질이다. 쉽게 판단되어 지는 것은, 옳고 그름을 떠나 모델이란 이름 속에 항상 감내하게 될 족쇄다.

하나령의 짧은 토로는 비단 10대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나이를 떠나 떨칠 수 없는 고민일 테지만 가족과 친구, 그리고 머리맡의 짱구는 항상 얘기하고 있을 것이다. 충분히 잘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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