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기대 미달 블랙핑크 콘서트, 발전 가능성 농후한 YG의 보석 (종합)

2018-11-11 12:59:02

[김영재 기자] 블랙핑크가 올림픽공원을 움직였다.

걸그룹 블랙핑크(BLACKPINK)의 단독 콘서트 ‘블랙핑크 2018 투어 [인 유어 에리어] 서울 X BC 카드(BLACKPINK 2018 TOUR [IN YOUR AREA] SEOUL X BC CARD)’가 11월10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이와 관련 YG엔터테인먼트 측은 “블랙핑크가 콘서트 제목 ‘인 유어 에리어’를 제안했다”며, “공연 전날 9일 오후에는 무대 동선을 비롯해 특수 장치와 음향을 세심히 체크했다”고 첫 서울 콘서트를 앞둔 블랙핑크의 설렘을 알렸다.

공연 첫째 날인 10일에는 프레스 초청이 이뤄졌다. 이날 블랙핑크는 ‘뚜두뚜두(DDU-DU DDU-DU)’ ‘휘파람(WHISTLE)’ 등의 히트곡을 포함 약 스무 곡을 열창했다.


LED 기둥이 좌우로 사라진 후 블랙핑크가 무대 위로 솟았다. 이어 넷은 첫 미니 앨범 수록곡 ‘뚜두뚜두’ ‘포레버 영(FOREVER YOUNG)’을 불렀다. 시작부터 팬덤 블링크(BLINK) 및 대중의 관심을 한 데 모을 수 있는 선곡을 택한 것.

“하나 둘 셋, 안녕하세요! 블랙핑크입니다!”

제니는 “우리 첫 서울 콘서트에 오신 걸 환영한다. 오늘을 너무 많이 기다렸다”고 블링크와의 만남을 고대했음을 알렸다. 이번 서울 콘서트는 블랙핑크 공식 팬 클럽 ‘블링크’ 1기가 창단된 후 공식적으로 팬덤과 아티스트가 처음 만나는 뜻 깊은 자리란 후문.

로제는 “서울에서의 첫 콘서트를 많은 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너무 영광이다. 너무 너무 신난다”고 팬과의 만남을 반겼다. 지수는 “데뷔 후 2년 만의 서울 콘서트에서 블링크를 가까이서 보게 됐다”는 말로, 리사는 “오늘 정말 많은 블링크 분들께서 찾아와주셔서 너무 떨리고 설렌다”는 말로 블링크가 무대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2집 싱글 타이틀곡 ‘스테이(STAY)’의, 리믹스 버전 무대는 일명 ‘플라잉 스테이지’가 등장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수 미구엘의 ‘슈어 싱(Sure Thing)’ 커버 역시 ‘플라잉 스테이지’에서 공연됐다. 지상에 착지한 블랙핑크는 1집 싱글 타이틀곡 ‘휘파람’을 연무 가득한 중앙 무대에서 불렀다. 6인의 댄서가 그들의 춤을 돋보이게 했다.

브릿지 영상 ‘이스케이프 룸(Escape Room)’에서 블랙핑크는 지수, 제니, 로제, 리사 네 사람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간에 갇혔다는 설정으로 호기심을 모았다. “여러분은 지금 공연장 가장 비밀스러운 공간에 갇혀 있다”고 경고하는 이는 그룹 빅뱅 승리였다. 이어 블랙핑크는 지수의 피카츄 개인기, ‘천’제니의 활약 등으로 콘서트장 귀환에 성공했다.

‘뚜두뚜두’부터 ‘휘파람’까지가 공연의 1부 ‘스퀘어 업(SQUARE UP)’이었다면, 다음은 2부 ‘참스(CHARMS)’의 차례였다. 지수는 ‘클래리티(Clarity)’를 커버 했고, 리사는 ‘아이 라이크 잇(I Like It)’ ‘페이디드(Faded)’ ‘어텐션(Attention)’을 춤으로 커버 했다. 로제는 ‘렛 잇 비(Let It Be)’ ‘유 앤드 아이(You and I)’ ‘나만 바라봐’를 커버 했다. 특히 피아노 반주로 서정성이 더해진 ‘유 앤드 아이’는 로제의 가창력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제니 솔로곡 ‘솔로(SOLO)’ 뮤직비디오가 재생되자 관객은 큰 함성을 보냈다. 저택에서의 독무, 다소 도발적인 코인 런드리 신, 제니의 눈물 연기 등이 눈길을 모았다. 특히 약 스무 명에 달하는 댄서와 제니가 추는 군무는 영상의 백미. 노래 ‘솔로’는 서로 다른 두 노래가 병합된 듯한 기존 YG엔터테인먼트 색의 노래다. 제니의 매력이 한껏 묻어난다.

대중에게 공개하는 ‘솔로’ 첫 라이브 공연에서 제니는, 뮤직비디오 속 군무를 블링크 눈앞에 직접 선보여 탄성을 모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솔로곡을 공개할 수 있게 돼 너무 영광이었다. 너무 설렜다”며, “대신 여러분 약속해 달라. 블링크만 노래를 알고 있었으면 한다”고 11월12일 음원 발표일 전까지 ‘솔로’의 함구를 부탁했다.

다음은 앞서 영상에서 등장한 승리의, 차례였다. 스크린에 영문명 ‘승리(Seungri)’가 등장하자 팬들은 여느 때보다 더 큰 함성을 그에게 보냈다. 심지어 그 함성은 블랙핑크를 마주했을 때보다 더 컸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서 즐겨주시기 바랍니다.”

멤버 제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지드래곤의 샤넬 브로치를 달고 나왔다고 농을 건넨 승리는, ‘뱅뱅뱅(BANG BANG BANG)’ ‘판타스틱 베이비(FANTASTIC BABY)’로 관객의 혼을 빼놓은 뒤 각종 예능으로 갈고 닦은 진행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또한, 그는 “이번에 블랙핑크 분들의 콘서트 게스트로 서게 돼서 굉장히 영광스럽다”며, “빅뱅 데뷔 콘서트를 체조경기장에서 했다. 우리 블랙핑크 분들도 이 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로 나갈 것을 확신한다”고 후배를 응원했다.

승리는 후에 또 한 번 등장해 “오늘 만 명의 관객 분들께서 오셨다. 내일까지 2만 명의 관객 분들과 함께할 예정”이라며. “빅뱅은 첫 콘서트 때 이렇지 못했다. 정말 대단하다”고 블랙핑크에게 응원을 불어 넣었다. 이날 콘서트장은 체조경기장을 수놓은 블랙핑크 공식 응원봉의 물결이 하나의 장관 이뤄 그 자체로 재미를 더했다.


승리의 ‘웨어 아 유 프롬(WHERE R U FROM)’ ‘셋 셀테니(1, 2, 3!)’ 후 3부 ‘프리즘(PRISM)’이 시작됐다. 가수 두아 리파와의 컬래버레이션 곡 ‘키스 앤드 메이크 업(Kiss and Make Up)’을 위해 땅에서 솟아난 멤버들. 핑크 의상 로제, 블루 의상 지수, 블랙-골드 의상 제니, 레드 의상 리사는 이어 걸그룹 원더걸스 ‘소 핫(So Hot)’을 커버 했다.

리사는 ‘키스 앤드 메이크 업’에 관해 “해외 아티스트와 처음 한 컬래버였다. 정말 좋은 기회였다”고 두아 리파와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로제는 “앞으로도 우리는 컬래버레이션이 오픈 돼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며, “콜 어스(Call Us)”란 말로 웃음을 모았다.

이어 제니의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께서 계신다”는 말과 함께 블랙핑크는 카드사, 의류 브랜드, 음악 스트리밍사 등 콘서트 협찬사의 이름을 열거해 관객을 실소케 했다. 가수도, 관객도 세상 가장 난감한 순간이었다.

첫 미니 앨범 수록곡 ‘릴리(Really)’의 레게 버전과, ‘씨 유 레이터(See U Later)’가 이어졌다. 특히 본 무대와 중앙 무대를 연결하는 브릿지 무대에서 공연을 펼친 ‘씨 유 레이터’는 무대를 폭넓게 사용하는 그들의 장점이 돋보였다.

또 하나의 브릿지 영상에서 블랙핑크는 자동차 경주를 선보였다. 노래 ‘눈’을 배경으로 한적한 시간을 보내는 가수 자이언티의 깜짝 등장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앞서 자이언티가 블랙핑크 첫 서울 콘서트에 특별 게스트로 출격한다는 소식이 공개돼 대중의 이목을 모았던 바 있다. 그는 콘서트 둘째 날인 11일 공연에 게스트로 무대에 설 예정.

공연의 4부 ‘인 유어 에리어(IN YOUR AREA)’가 시작됐다. 의상을 갈아입은 멤버들은 2집 싱글 ‘불장난(PLAYING WITH FIRE)’과, ‘16 샷츠(Shots)’ 댄스 무대를 관객에게 전했다. 특히 ‘16 샷츠’는 원거리 블랙핑크를 중계하는 카메라 동선이 눈길을 끌었다.

로제는 ‘16 샷츠’ 무대 후 “오랜만에 파워풀 하고 강렬한 퍼포먼스를 보여드리기 위해 연습하고 준비했다. 혹시 어떠셨냐?”며 가쁜 숨을 내쉬었다. 제니 역시 “괜찮죠?”라는 말과 함께 로제 못지않은 숨 가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그는 “이 구간을 준비하면서 ‘이 춤을 추고 과연 말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했다”고 안무의 고난이도를 간접 소개했다.

“여러분! 돌아오지 않는 시간입니다. 모든 체력을 다 쏟아서 즐겨야 해요. 알았죠?”

관객의 마지막 분발을 촉구하는 제니의 애교 섞인 주문 이후, 지수는 “단 두 곡밖에 안 남았다”는 안내로 블링크의 아쉬움을 모았다. 그의 말처럼 1집 싱글 타이틀곡 ‘붐바야(BOOMBAYAH)’와, 3집 싱글 수록곡 ‘마지막처럼(AS IF IT’S YOUR LAST)’ 후 총 4부로 구성된 블랙핑크 첫 단독 콘서트는 끝났다. 앙코르가 빠질 수 없다. 블랙핑크는 노래 ‘포레버 영’으로 앙코르를 연호한 관객 성원에 응답, ‘휘파람’ 리믹스 버전과 ‘뚜두뚜두’ 그리고 ‘스테이’ 오리지널 버전을 불렀다. “지금까지 블랙핑크였습니다!”


이날 공연은 몇 가지 문제를 노출했다. 첫 번째 문제는 공연 전 ‘화려한 연출’로 소개된 ‘플라잉 스테이지’에서 출발한다. ‘플라잉 스테이지’는 관객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퍼포먼스의 일환이었다는 전언. 하지만 공중 무대는 일부 관객과의 접점을 만들었을 뿐 전 관객을 아우르진 못했다. 또한, 단 두 곡에서만 사용돼 그 가치에 물음표를 남겼다.

일관성 없는 브릿지 영상도 흠이었다. 가수가 갇혔다는 설정의 ‘이스케이프 룸’은 아이디어가 좋았다. 하지만 멤버들의 레이서 영상은 그저 한 편의 시각 자극이었다. 콘셉트 없는 브릿지 영상의 나열은 가수가 콘서트에서 경계해야 할 지양점이다.

그리고 커버 무대가 너무 많았다. 물론 이해한다. 최근 그 기조가 해제됐을 뿐, 블랙핑크는 일명 ‘YG 보석함’의 대표 주자였다. 2016년 8월8일 데뷔한 그들은 약 2년 동안 총 11곡의 노래를 발표했다. 콘서트 하나에 약 20곡이 소요된다고 가정하면 그들은 아직 9곡이나 부족한 상황. 그래서 블랙핑크는 ‘슈어 싱’부터 ‘클래리티’ ‘렛 잇 비’ ‘유 앤드 아이’ ‘나만 바라봐’ ‘소 핫’까지 6곡의 가창 커버와, 4곡의 댄스 커버를 선보였다.

신인 그룹의 콘서트는 모두가 대동소이하다. 커버 무대가 다수다. 하지만 지수가 한글 가사를 붙인 ‘클래리티’를 제외하면 나머진 특별한 재해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더불어 ‘슈어 싱’ ‘소 핫’은 이미 방송을 통해 커버를 선보인 곡들이다.

승리의 게스트 출연은 이번 공연의 마지막 아쉬움이었다. 빅뱅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그가, 이번엔 블랙핑크 콘서트에 얼굴을 비췄다. 물론 그는 YG엔터테인먼트의 인재다. 승리가 무대에 등장하자 관객은 열화(熱火)와 같은 환호를 그에게 보냈다.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 무대에서 몇몇 관객은 이미 흥이 절정에 달하기도. ‘판타스틱 베이비’ 가사 속 ‘끝판 왕’이 블랙핑크에게 쏟아져야 할 흥의 일부를 앗아간 셈.

또한, 승리는 능수능란했으나 그의 진행을 너무 오래 선보였다. 혼자 한 번, 블랙핑크와 또 한 번. “존재감이 너무 강”한 그의 존재는 어쩌면 이번 콘서트의 독이었다.

그럼에도 블랙핑크는 블랙핑크였다. 공연의 여러 단점에도 불구, 그들이 총 11곡의 발표곡 중 6곡의 히트곡을 가진 대세 걸그룹이란 사실은 명명백백했다. 그들이 무대 위에서 힘껏 전달한 노래와 춤은, 블랙핑크가 대세가 된 배경엔 작곡가 테디뿐만 아니라 네 멤버의 재능 및 그들이 가수가 되기까지 흘린 땀방울도 있음을 알게 했다.

블랙핑크가 특별한 이유는 그들이 선배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음악성과 팬덤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것에 있다. 사실 골치가 아픈 쪽은 그룹 위너(WINNER)와 아이콘(iKON)이다. 빅뱅은 건재하고 두 그룹은 저마다의 색을 발전시켜야 했다. 하지만 블랙핑크의 활동 반경은 아직 투애니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블랙핑크는 YG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잘 세공된 보석이다. 회사가 과거에 선보인 보석과 빛깔, 투명도 등이 많이 흡사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만의 매력이 있는 최신 유행의 보석. 하지만 보석만 빛났을 뿐 이번 공연은 대중이 블랙핑크에 거는 기대에 못 미치는 콘서트였다. 컴퓨터로 따지자면 하드웨어와 OS는 훌륭하나 소프트웨어가 문제였다. 다행인 건 이번이 그들의 첫 서울 콘서트란 점. 다시 말해 블랙핑크는 향후 발전 가능성이 농후한 데뷔 3년 차 그룹이다. 벌써 그들의 차후 콘서트에 기대가 쏠린다.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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