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단독인터뷰]배우 최진영 "외롭고 힘들어도 연기는 나의 전부"

서예림 기자
2009-06-16 15:28:59


배우 최진영이 연극 ‘한여름 밤의 꿈’(제작 ㈜ZERA, 극단 한양레퍼토리)으로 돌아온다.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6월27일부터 8월2일까지 5주 동안 공연된다. 최형인 한양대 교수가 연출을 맡은 '한여름 밤의 꿈'은 1995년 예술의전당에서 주최한 '세계명작가 시리즈, 셰익스피어 연극제'에서 최고의 흥행성적을 거둔 작품이다. 그 주역들인 이문식, 안내상, 홍석천이 13년 전과 동일한 배역을 맡았고 최 교수가 다시 연출을 맡았다.

최진영은 1989년 뮤지컬 무대에 선적은 있지만 연극은 처음이다. 늦깎이로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그를 연출가인 최 교수가 연극 무대로 이끌었다. 그는 동양인 최초로 연기 석사학위를 받은 연기 및 연출 전문가로 이미 1992년 사랑의 연극제에서 '한 여름밤의 꿈'으로 번역상을 받은 연출가이다. 최진영은 “큰일을 겪고 너무 힘들어 하고 있을 때 나한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분이 최 교수님이다"이라고 밝혔다.


누나 고(故)최진실의 죽음과 떨어질 수 없는 배우 최진영. 뒤늦게 학교에 입학해 다시 연기에 열중하고 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70년생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여리고 어린 외모를 지닌 그가 어울리지 않게 다소 건방진 말투로 말한다. 말투 때문에 오해를 많이 받는다는 그에게 도리어 사람냄새가 나는 건 아마 보이지 않는 아픔이 묻어나와서가 아닐까. 연기 경력 20년이 넘어가는 그와 연기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모델로 데뷔해서 연기 경력 20년이 넘는데?


생각해보니 벌써 그렇게 됐네요. 20년이라…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기도 하고 연기를 20년 하긴 했지만 잘하는 것 같지도 않고…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정말 모르겠어요.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해도 모르고 죽을 것 같아요. 사실 연기는 독특한 사람들이 하는 거에요. 본인이 노력해서가 아니라 타고난 게 특이한 사람한텐 연기가 편하겠죠. 그래서 나한텐 연기가 더 힘들어요. 난 평범한 쪽에 가까운 사람이고 늘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연기는 절대 채워지지 않는 것 같아요. 더 열심히 한다고 완성되는 것도 아니지만 '후회는 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으로 연기하고 있어요.

뒤늦게 학업에 돌아와 어린 친구들한테서 에너지를 많이 받을 것 같은데 신입생들이랑 수업 받는 건 어떤지?


1990년생들이에요. 정말 한참 어리죠?(웃음). 도리어 에너지를 뺏겨요. 한창 열정이 가득할 나이라 도리어 내가 휘둘리는 것 같기도 하고… 같이 공부하는 입장이지만 배울 점들이 많죠. 그래도 선배라고 지극히 대해 주는 것이 고맙죠. 학교에 와서 제일 좋은 건 최형인 교수님을 만난 거에요. 그 분 때문에 연기의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어요. 그냥 막연하게 연기를 했는데 교수님이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설경구씨와 이영애씨도 그분의 제자이기도 하고… 정말 열정이 가득한 멋있는 분이세요.

본인도 배우지만 어떤 배우를 볼 때 연기를 잘한다는 생각이 드는지?

연기 잘하는 분 너무 많죠. 본받고 싶은 선배님들도 많고… 특히 송강호씨와 이병헌씨는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병헌이는 내 친구이지만 본받을 점이 많아요. 진짜 프로다운 사람이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독할 수도 있지만 독하기 때문에 프로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것 같아요. 그 친구 멋있어요.


공부 하느라 연극 연습하느라 정신없이 바쁠 것 같은데?

아침에 수업 듣고 오후부터 연극 연습하면 보통은 10시에 끝나고 늦게 끝나면 2시에 끝날 때도 있으니까 잠잘 시간도 없는 거죠. 힘들 땐 술이라도 한 잔해서 스트레스를 풀면 되는데 다음날 수업이랑 연습에 무리가 갈까봐 요즘은 술도 안 마셔요.

이렇게 바빠서 연애 할 시간도 없겠어요. 외롭지는 않은지?


당연히 외롭죠. 하지만 그건 원초적인 외로움 아닐까요. 사랑을 해도 일이 바쁜 가운데에도 문득문득 올라오는 외로움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외로움 달래려고 하는 게 지인들이랑 술 한 잔 하면서 얘기하는 거에요. 예전에 술 잘 마실 때는 소주 4병도 마셨는데 요즘은 그렇게는 못 마실 것 같아요.


애인은 없더라도 이상형은 있겠죠?

대화가 통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너무 진부하려나. 어쨌든 만났을 때 느낌이 좋은 사람이 다시 보고 싶은 사람이잖아요. 첫눈에 반하는 사랑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처음부터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자꾸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사랑도 하겠죠. 아무래도 나이가 나이이다 보니(웃음) 사람의 직업도 별로 상관없고… 내가 사람에 대해 좀 더 여유로워지는 만큼 여자에 대해서도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결혼을 해야 좀 더 안정되지 않을까요?

결혼에 대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저한테는 제 가정보다도 어머니와 조카들이 훨씬 중요해요. 사람이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깐 내가 가지고 가야할 짐이 있는 거죠. 그런 의미로 보면 배우로서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요즘에 연극 연습하느라 조카들이랑 못 놀아 주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그런 면에서 어머니께 너무 감사해요. 나이 드셨는데 환희 보느라고 힘드실 거에요. 제가 더 잘해야죠.

남은 삶은 어떻게 보내고 싶은지?

나는 지금의 내 인생보다는 내 상황에 초점을 맞추고 살아야 하는 때에요. 어머니와 조카를 위해서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학교에 열심히 다니고 다시 연기에 몰입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어머니와 조카들 때문이에요. 내가 똑바로 서야 나중에 조카들에게 자랑스러운 삼촌이 될 수 있고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극 공연을 앞두고 있는데 연극에 대한 한 마디?


27일부터 시작해서 5주 동안 주 8회 공연해요. 저랑 효진이랑 단독 캐스팅이어서 5주 동안은 월요일 하루 쉬고는 계속 공연에 매진해 있을 거에요. '한 여름 밤의 꿈'은 작품 자체가 워낙에 유명하니깐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 교수님의 연출력도 대단하구요. 가족들이 보러 오면 좋은 시간이 될 겁니다.


한경닷컴 bnt뉴스 서예림 기자 qlqldo@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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