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수삼'이 막장 드라마? 우리 주변에 진짜 있는 얘기다"-안내상

김명희 기자
2010-03-15 18:24:03

KBS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이하 ‘수삼’)에서 어딘가 좀 허술해 보이지만 동생을 끔찍이도 사랑하는 첫째 아들 김건강. 눈마저 내린 한 겨울, 반바지와 반팔 차림으로 동생을 괴롭히는 무리를 찾아가 눈밭에 내동뎅이처지면서도 “너네 우리 동생 한번만 더 괴롭히면 죽는다”고 외치던 모습은 마치 어린 시절, 동생을 괴롭히는 고학년 학생을 찾아가 무작정 주먹부터 던지고 보는 어린 시절 오빠이자 형의 모습과 닮았다.

이 허술해 보이지만 익숙한 모습을 연기한 배우는 연기 16년차 배태랑 배우 안내상. ‘막장 드라마’란 오명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눈이 가는 드라마 ‘수삼’은 그만이 이해하고 연기할 수 있는 김건강을 만들었다.

극중 김건강은 평범한 소시민들과 조금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두 번의 결혼과 한 번의 이혼, 그리고 재혼한 아내의 과거, 남의 자식의 아버지가 되기까지. 험난한 인생의 연속인 김건강을 안내상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김건강에 대해 책임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 내가 84학번인데 얼마 전 대학 동기들을 만났다. 한 10명 쯤 만났는데 그중 반이 넘게 이혼을 경험했더라. 그들이 건강에 대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때 ‘이게 현실이구나’ 느꼈다. 처음엔 과장된 부분들이 많아서 좀 우스꽝스럽게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허구의 인물이 아닌 현존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다. 흔하진 않아도 분명 존재한다”고 말하는 안내상은 이미 김건강이란 인물과 동화돼 있었다.
상황이 힘들어도 다시 실패하고 싶지 않은 마음. 함부로 그들을 ‘흉내’내지 않고 진심으로 건강에게 빠져있기에 많은 시청자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듯하다.

사실 안내상이란 배우를 대중에게 가장 유명하게 만든 작품은 2008년 종영한 SBS ‘조강지처클럽’이다. 이 드라마에서도 안내상은 조강지처를 버리고 바람을 피운 여자와 재혼한 ‘한원수’역을 맡았다. 조금은 한심하고 자기 멋대로 살아가는 아주 얄미운 역할이지만 안내상은 “오히려 시원했다”고 한다.

“할 수 있는 건 모두 해본 것 같다. 춤도 춰 보고, 소리도 지르고, 울어도 보고. 처음엔 ‘이래도 되나’하는 망설임도 있었고. 그런데 그냥 작가에게 맡기고 원수 안에서 놀기로 했다. ‘네 마음 데로 살아라’했더니 시원하더라. 원수는 그냥 자기 마음 데로 하고 싶은 데로 살고 싶어 하는 인물이었다. 그런 모습이 내 안에도 있었다. 그것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더니 쉽더라”고 솔직한 속내를 비쳤다.

이 때문일까? 사회적 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에고(ego)에 충실한 원수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안내상은 몇 편의 작품을 제외하곤 근엄하고 지적인 인물을 많이 연기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2007년 KBS ‘한성별곡’의 정조. 혹자는 안내상이 연기한 정조를 보고 “정조가 진짜 저랬을 것 같다”고 극찬하기도 하는 이 드라마는 안내상 개인에게도 잊지 못할 작품이라고.

“괜히 정조가 좋았다. 왕이기도 했지만 그냥 좋았던 것 같다. 초반엔 긴가 민가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발을 푹 담그고 있더라. 정조라는 인물의 인생이 너무 서글프기도 하고 아프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도 한참을 안고 살았다. 또 많은 분들이 사랑해 줘서 기분도 좋았다. 그때 ‘이래서 배우 하는 구나’싶기도 했다. 또 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느끼고. 그냥 정조 역할은 ‘안내상’으로 천하통일 했으면 좋겠다(웃음)”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안내상은 기계적으로 대본을 외우고 전달만 하는 연기는 지양해야 한다고 한다. “그 인물 안에 살려고 노력한다. 소리만 내서 엉엉 우는 것은 누가 봐도 빤히 거짓이 보인다. 또 ‘아 이다음엔 이렇게 하겠지’라고 예상하는 데로 움직이고 연기하는 것은 밀납인형이나 마찬가지다. 오히려 배우는 새로운 모습을 창조하고 각인시키고 보는 이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사뭇 진지했다.

연기를 일종의 ‘빙의’와 비슷하다고 말하는 안내상은 ‘어설픔’과 ‘빙의되지 못함’은 다르다고 말한다. 연기 시스템의 적응이 좀 덜 되거나 어색할 수는 있지만 가장 중요한 ‘진정성’이 있다면 그 어색함마저 대중은 감싸준다고 확신한다고. 진정성을 믿고 대중을 믿는 그는 이 시대의 진정한 ‘광대’의 모습이었다.

요즘 굉장히 바쁜 스케줄로 정신없다는 안내상의 다음 행보는 영화다. “인물의 캐릭터에 더 집중할 수 있는(그가 말한 일종의 ‘빙의’) 시간도 있고, 진중하고 철학도 가미된 영화를 많이 하려고 한다. 내 속에 있는 인물을 뜨겁게 끌어올리고 싶다”고 전한다.

현재도 이미 한 편의 영화를 마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노홍진 감독의 신작 <개 같은 인생>의 촬영을 하고 있다는 안내상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해 보였다.

한 아이의 성장드라마인 영화 <개 같은 인생>에서 안내상은 주인공 아이의 아버지 역할. “인생이 개 같다고 해서 제목이 <개 같은 인생>인데 이번에도 감독에게 나를 맡겼다. 상당히 천재적인 감독이고 디렉션도 탁월해 나를 맡기고 연기했다. 상당히 기대되는 작품이고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을 많이 경험했다“고 말하는 안내상의 얼굴은 자신감과 기대감으로 한층 고조돼 보였다.

한경닷컴 bnt뉴스 김명희 기자 gaudi@bntnews.co.kr
사진 김지현 기자 addio32@bntnews.co.kr

▶ 촉촉한 내 입술 “키스 미 달링~”
▶ '무법자' 이승민 "전라 노출 연기, 당당하게 해냈다"
▶ 정인 '무한도전' 출연, 청각장애 고백에 무도 멤버들 눈물
▶ 여배우들 '백마탄 왕자님'은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이벤트] 인기아이돌이 즐겨찾는 스트릿 브랜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