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좋은 친구들' 김민호 "연정훈, 한가인 위해 담배도 끊었다"

2013-03-28 21:24:17

[윤혜영 기자] 2005년 찍기 시작한 영화 '좋은 친구들'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무려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일본 야쿠자 총격 사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좋은 친구들'은 배우 최정원에게는 첫 영화였고 김영훈에게는 20대 마지막 작품, 연정훈은 이 영화를 찍고 군대를 다녀왔다.

모두에게 의미가 깊었을 이 작품은 경환 역을 맡은 배우 김민호에게는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처녀작이었던 '좋은 친구들'의 개봉을 기다리면서 함께 출연했던 많은 배우들은 승승장구했고 인고의 시간 동안 그는 더욱 단단해졌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민호는 개봉 소감을 묻자 "처음 2~3년 정도는 '개봉해야 되는데 왜 안 하지?'라고 생각하지만 8년 정도 시간이 되면 포기하게 된다"며 "오래전 영화이기 때문에 구식스러워보일 수도 있으니까 일단 기쁨 반, 걱정 반이다"라고 운을 뗐다.

"개인적으로 배우로서는 무조건 극장에 걸리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제작기간도 거의 3년 정도였고 제작사가 계속 바뀌면서 고생한 영화니까. 개봉이 늦어진 이유도 제작이 늦어진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이에요. 제작된 것도 기적이죠."

몇 마디 들었을 뿐인데 그간의 고생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첫 영화'라는 점이 그를 버티게 했다.

"처음이니까 오히려 '원래 이런가 보다'하며 불평불만 없이 받아들였다"는 그는 "우여곡절 끝에 제작이 끝나니 주변 사람들이 그러더라. '고생할 거 이번 한 편으로 다 했다.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든 잘 적응하고 감사할 줄도 알 거다'라고. 처음에 고생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긍정을 넘어서 달관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최초로 HD 촬영을 할 정도로 꽤 혁신적이었던 '좋은 친구들'은 제작 등에서 문제가 생기면서 개봉이 늦어졌고 그동안 한국 영화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여기에 수준급의 액션 느와르 장르 영화가 속속 등장하면서 8년 전 영화가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의 시선들이 나왔다.

"가편집본을 봤을 때는 '(관객들이) 이해가 좀 덜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저야 시나리오도, 촬영과정도 봐서 어떤 장면을 봐도 연결고리를 알지만 제작여건이 힘들어서 표현하고자 했던 디테일한 감정들이 다 들어가지 못했던 거죠. 총 촬영 회차가 40회차도 안 되니 만나면 무조건 찍기 바빴어요. 감독님도 배우들도 제일 속상한 게 그런 부분인 거 같아요. 의도한 부분이 분명 더 많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잘 안 담긴 거죠."


인터뷰 곳곳에서 영화에 대한 그의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사실 '좋은 친구들'에 화제성은 충분했다. 연정훈, 최정원 등 괜찮은 배우는 물론이고 일본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제작됐다. 하지만 제작 자체도 힘든 와중에 타지에서의 촬영은 견딜만했을까.

그는 "되게 힘든 것 같다"고 손사래를 치며 "일본은 관할 구청에 신고하고 해당 장소뿐만 아니라 주변 반경도 다 허락을 받아야 한다. 시간 같은 경우도 넘어가면 우리나라는 돈을 드리거나 하면 되는데 일본은 일단 무조건 퇴장하고 다시 절차를 처음부터 밟아야 한다. 대기하는 시간이 길게는 일주일 이상 간 적도 있고 차 안이나 길거리, 주차장에서 도둑 촬영한 적도 있다"고 고생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러나 일본이라는 묶인 장소에서의 촬영은 배우들을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 기약 없이 대기하는 동안 남자들은 작품 이야기도 하고 술을 마시며 그야말로 '좋은 친구들'이 됐다.

"시간이 많이 남는데 관광하거나 쇼핑을 할 수는 없고 장난삼아 역할을 바꿔서 대본 연습도 했어요. 술도 많이 마셨죠. 특히 일본 남자들은 얌전한 편이어서 시골이긴 하지만 바 같은데 가면 우리가 제일 불량스러웠어요. 일렬로 서서 담배 피우면서 걸어가면 사람들이 피했죠."

홍일점인 최정원에 대해서는 "남자들끼리는 모여 있는데 혼자 여자다 보니 숙소도 따로 잡혔고 외로워서 힘들었을 거다"라면서 "하지만 남자들끼리는 좋았다. 친한 사람들은 오랜만에 봐도 어색하지가 않다. 저희도 그랬다"고 전했다. 특히 당시 한가인과 결혼한 지 얼마 안 돼 신혼이었던 연정훈을 위해 한가인이 일본을 찾았다고.

"한가인 씨가 보름 정도 일본에 있었어요. 정훈이는 일과 끝나면 가인 씨랑 관광도 다녔겠죠? 가인 씨가 워낙 성격이 털털해 다들 친했어요. 쇼핑몰 같은 데도 혼자 자전거로 놀러다녀서 '그래도 되나?'했는데 '괜찮아요'라며 한 시간 정도 있다가 오고 저희한테 자랑도 했죠."

보기만 해도 훈훈한 연정훈-한가인 부부, 신혼 때라 닭살스럽지는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저희 앞에서는 정훈이가 기본적인 걸 챙겨주고 했지만 당연히 좋으니까 결혼했을 거고 불편한 상황도 없었다. 보기 좋았다"고 답했다.

이어 "가인 씨가 워낙 털털해 오히려 정훈이가 여성스러워 보였다. 가인 씨 대하는 거 보면 정훈이는 부드러운 거 같다. 그 당시에 담배도 가인 씨 때문에 끊었다. 지금은 피우는지 안 피우는지 잘 모르겠지만 원래는 흡연했는데 일본 촬영 때부터 금연했다. (한가인이) 돌아간 후에도 안 피웠다"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 GDA엔터테인먼트,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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