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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서경 "인사 덕에 '남사' 합류, 목숨 걸고 촬영했다"

2013-06-19 08:22:20

[김민선 기자 / 사진 정영란 기자] MBC ‘남자가 사랑할 때’(극본 김인영, 연출 김상호)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브라운관 첫 데뷔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긴 한 남자가 있다. 훈훈한 외모에 신인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된 연기력 그리고 주인공 한태상(송승헌)의 동생이란 중요한 역할까지.

주위에 아무도 남지 않은 태상을 위해 “내가 형을 지킬 거다”라고 선언하며 섬세한 감정 연기로 짧은 출연에도 오랜 여운을 남긴 배우 김서경(29)을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bnt스튜디오에 만났다.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에 얼굴을 알린 김서경은 대학 시절 호텔경영학을 공부했다. 하지만 그는 늘 배우를 꿈꿨다고.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기보단 공부도 하고 사회도 경험해본 뒤에 해도 늦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어린 애랑 어른이 이야기하는 것과 어른 대 어른이 이야기하는 건 다르니까. 그래서 순조롭게 시작했죠. 거기다 하고 싶은 거 하게끔 도와주시는 부모님도 계시니….”

김서경은 ‘남자가 사랑할 때’를 통해 처음으로 브라운관에 모습을 비췄지만 이미 영화 ‘범죄와의 전쟁’ ‘은교’ ‘통통한 혁명’ ‘반창꼬’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기초를 확실히 다진 배우다. 아무리 단역이라도 쉬지 않고 연기했다는 그는 어김없이 영화 오디션을 준비하던 중 이번 드라마에 캐스팅되는 기쁨은 안았다.

“사무실에 갔다가 한 남성분을 만났어요. 그냥 지나가는 식으로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했는데 그분이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그분이 ‘남자가 사랑할 때’의 김상호 감독님이었어요. 저희 사무실 연기자 선배님을 만나러 오셨던 건데 그때 제 인사가 인상에 남으셨는지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다고 하셔서 준비를 하게 됐죠.”


김서경은 정말 운이 좋아 작품에 합류했다고 설명했지만 사실 그리 말처럼 쉽게 기회를 잡은 건 아니었다. 워낙 신인이라 작품에 투입시키기 불안했던 김상호 감독은 대본 리딩 자리에서 그를 “내가 지켜보고 있는 앤데 여기에 왔다. 한번 봐라, 어떤지”라고 소개했고, 이에 김서경은 자신에게 호기심을 보이는 감독의 마음을 확실하게 잡기 위해 괌 촬영에 동행하기도 했다.

결국 기회를 잡은 김서경은 “목숨 걸고 촬영했다”라는 말로 당시의 각오를 설명했다. 영어 대사로 강한 임팩트를 남기며 첫 등장한 그는 이후 외국어 대사를 자신이 직접 준비하는 열의를 보이며 캐릭터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원래는 영어 대사가 하나도 없었는데 첫 촬영 때 감독님께서 어떤 단어를 주시고 영어로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한국어 대사 밖에 준비를 안 했지만 그래도 요구를 하시니 연기했죠. 근데 그게 반응이 좋더라고요. 그 이후 저를 생각해주시는 감독님과 작가님께서 중간 중간 영어나 중국어를 쓰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저도 욕심을 냈죠.”

무더운 촬영장 날씨마저 좋았을 정도로 ‘남자가 사랑할 때’를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이라 표현한 김서경은 그럼에도 지나치게 열심히 하려 했던 게 가장 후회로 남는다고 말했다.

“저 때문에 바쁜 시간을 뺐기고 있는 제작진을 생각해 NG를 안 내려고 악을 써서 했어요. 근데 어느 날은 연기하면서 OK 받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자연스럽지가 않아서. 하지만 결국 다시 찍지는 못했죠. 나중에 배우 선배님들께 말했더니 틀려도 된다고 조언해주시더라고요. 그래야 제가 더 좋은 걸 찍을 수 있다고.”

남경읍, 송승헌, 김성오, 연우진 등 많은 선배 배우들 사이에 연기한 김서경은 특히 김성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같은 소속사 식구인데다 벌써 작품을 세 개나 같이 했다고 밝힌 그는 김성오를 자신의 멘토이자 롤모델이라 소개했다.

“제가 오디션 보러 갈 때 늘 성오 형에게 연기 검사를 받고 갔어요. 형이 바쁘면 전화 통화로라도 조언을 얻었고 촬영 중이면 밤에 전화를 다시 해 주시거나 촬영이 끝나고 12시 넘었을 때라도 저를 위해 만나러 와 줬어요. 정말 고마운 형이라 제가 형의 반의반 만이라도 쫓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기력은 제걸 찾아야 하니까 닮고 싶다고 생각 안 하는 데 형을 보면 ‘사람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게 있어 그걸 배우고 싶어요.”


계속해서 드라마나 영화, 특정 장르나 역할 모두 가리지 않고 도전해보고 싶다는 김서경의 최종 꿈은 무엇일까?

“제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누군가가 저를 보고 배우라는 꿈을 키웠으면 하는 게 제 꿈이에요. 단 한 명이라도 저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제 목표를 이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하시는 아버지 덕에 순조롭게 연기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는 그는 “제가 연기 전공자도 아닌데 그냥 단지 ‘하고 싶다. 해보고 싶다. 절실하다’만 가지고 저를 믿어주셨어요. 덕분에 제가 여기 있는 거죠. 이건 제 복이라 생각해요. 감사의 말을 하는 건 아직 좀 이른 거 같고 좀 더 잘 돼서 좋은 자리에서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서경은 올 하반기 영화 ‘깡철이’로 다시 대중들을 찾을 예정이다. 그냥 무심코 지나친 많은 단역 중 하나였던 그가 ‘남자가 사랑할 때’를 통해 확실하게 눈도장을 찍은 지금, 이번엔 어떤 연기변신을 보여줄지 그의 앞으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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