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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지호, 김혜수-전혜빈과 러브라인… 하지만 '돌아와요 정유미?'

2013-06-26 09:47:23

[윤혜영 기자] 남자주인공이 멋있지 않아도 충분히 좋을 수 있다.

KBS '직장의 신'(극본 윤난중, 연출 전창근 노상훈)의 장규직(오지호)은 유치찬란 초딩 멘탈에 보기만 해도 웃음 나는 파마머리까지 드라마에서 흔히 등장하는 꽃미남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오지호는 자신만의 코믹연기를 완벽히 수행해내며 '빠마머리씨'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오지호(37)는 장규직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파마머리를 풀고 나타나 시종일관 보조개 들어가는 웃음을 지으며 유쾌하게 인터뷰를 이끌어 나갔다.

"정말 장규직처럼 변한 것 같아요. 목소리도 커지고 말도 많아지고 팬들한테 대하는 태도가 좀 친근해졌달까요? 감독님은 '장규직처럼 돼서 어떡하지? 지호야 미안해'라고 하기도 했어요. 근데 사실 배우는 드라마가 끝나고 빨리 돌아오는 게 좋죠. 그래서 저는 드라마가 끝나면 머리를 바꿔요. 그래야 거울을 봐도 그 캐릭터가 생각이 안 나거든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지호에게선 묘하게 장규직의 느낌이 풍겨 나왔다. 그는 서글서글하게 어떠한 질문에도 꾸밈이 없는 듯 거침없이 대답했지만 그 속에는 함께 했던 배우들을 아끼는 그만의 배려심이 녹아 있었다. 마치 장규직처럼.

◆ 미움 많이 받았냐고요? "사람들이 착해서 착한 사람을 좋아하는 거겠죠"
분명 장규직은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지만 여자를 무시하고 계약직을 우습게 여기는 '비호감'의 모습을 완벽히(?) 갖췄다. 오지호는 제작발표회 당시 '악역'은 없다고 했지만 사실상 장규직이 악역을 맡았던 셈.

그는 "욕먹을 짓을 많이 했다"며 "봐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매번 원리원칙으로 하지 않았느냐. 근데 좀 고민됐던 건 박봉희(이미도)가 임신했을 때였다. 이거 나가면 진짜 나쁜 사람인데 감독님한테 '해야 되는 거죠?'라고 묻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다행히 포장마차 신이 이해하게끔 그려졌다"면서 "사람들 마음이 착하고 순수한 거다. 착한 사람을 좋아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착하디착한 무정한(이희준)은 장규직을 더 나빠 보이게 만드는 효과(?)까지 이끌어냈다. 여러 상황에서 장규직은 무정한과 전혀 다른 행동을 취했고 결국 비교되기에 이르렀다.

"장규직은 조직을 이끌어가기 위해 못된 짓도 해야 되는 직급이에요. 군대로 치자면 상병인 거죠. 이등병이 상병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사실 못된 부분만 나와서 그렇지 이 조직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은 장규직이긴 해요. 현실적으로 장규직 같은 사람이 많아야 회사가 돌아가는 거죠. 무정한의 마음씨와 장규직의 추진력이 들어간다면 좋은 사회가 될 거예요."

겉은 그렇지만 사실 장규직은 아픔이 있는 인물이다. 그 상처를 미스김과는 다른 방식으로 승화시킨 캐릭터인 것. 오지호는 장규직의 인간적인 면을 완벽히 파악한 듯 그의 말 곳곳에서는 장규직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오지호의 완벽한 연기력 덕분일까. 장규직 그 자체였던 오지호와 그 반대였던 이희준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사뭇 달랐다.

"이희준은 여의도에서 식당에 갔더니 회사원들이 밥값을 내줬대요. 근데 나는 아주머니가 아무 말도 않으시다가 갑자기 '으이그'라며 내 등짝을 때리셨죠. 어떤 분은 지나가다가 '미스김 좀 그만 괴롭혀라'라고 한 적도 있어요."

'신입사원', '내조의 여왕' 등 유난히 직장인 역할을 많이 맡아온 오지호는 "회사원 얘기가 재밌다"며 "일단은 안방극장에서 하는 드라마는 재밌어야 되고 이 재미가 찌질하든 어떻든 뭔가 특별한 사람이어야 된다. 이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도 미스김이 특별했고 장규직처럼 만화 같고 유치한 캐릭터도 처음 봤다. 이런 건 꼭 해야 한다"고 자신만의 캐릭터 선택 노하우를 즐겁게 설명했다.


◆ 아쉬웠던 러브라인 '돌아와요 정주리'
매회 에피소드는 미스김(김혜수)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미스김은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해 척척 해결하며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드라마가 미스김에 집중되면서 여타 드라마에 비해 러브라인은 다소 적은 편이었다.

'러브라인이 적어 아쉽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오지호는 대번에 엄청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게 제일 아쉽다"고 말했을 정도.

그는 "그전에는 미스김과 적대적으로 티격태격 코미디가 있었다면 7~8부나 9~10부 정도 드라마가 올라갈 때쯤 멜로가 나왔어야 했는데 그게 안 나왔다"면서 "아마 여러 사람에게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까 시간이 좀 없지 않았나 싶다. 20부까지 했으면 나왔을 수도 있는데…"라며 계속해서 아쉬움을 토해냈다.

처음은 남자 같았지만 속을 알아가면서 계속해서 끌렸던 미스김, 그리고 자신만을 바라봐주던 금빛나(전혜빈)와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장규직이었지만 오지호는 의외로 "정주리(정유미)와의 러브신이 너무 빨리 끊어져 아쉬웠다"고 털어놨다.

"정주리가 초반에 갑자기 저한테 등을 돌리더라고요. 그쪽에서도 러브라인을 형성하다가 미스김으로 넘어와도 됐는데 갑자기 휙 돌아섰잖아요. 내가 좀 나쁜 짓을 하더라도 정주리는 좀 더 나를 바라봐도 좋았을 텐데… 너무 연을 빨리 끊는 게 아닌가 했죠."

그렇다면 오지호는 김혜수, 전혜빈, 정유미 중 누가 실제 이상형에 가까울까? 그는 "실제 배우분들은 복합적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선택하기가 어렵다"라고 난색을 보이더니 "캐릭터로 따졌을 때는 현실적으로 대한은행 딸인 전혜빈이 좋지 않나.(웃음) 미스김은 떠나버리고 정유미는 계약직이잖아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 이보다 더 즐거울 수 없었던 현장 "김혜수의 능력이죠"
'직장의 신'은 끝나고도 직신들이 모이는 인증샷이 여러 차례 올라올 정도로 가족 이상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과시했다.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은 물론이고 MT도 가고 조권이 출연하는 뮤지컬을 함께 관람하기도 했다.

"사실 카톡 방을 같이 한다는 자체도 대단한 거죠. 김혜수라는 배우의 능력이죠.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말은 조권(계경우)이 제일 많아요. (김혜수) 누님은 저희들의 건강을 책임지세요. 항상 건강에 대한 사이트를 알려주시죠."

그의 말처럼 '직신'들의 화합에는 미스김, 김혜수의 역할이 컸다. 김혜수는 보기만 해도 손이 모이게 하는 대배우지만 그는 빨간 내복을 입거나 각종 탈을 쓰는 등 스스로 여배우의 벽을 허물어뜨렸고 실제로도 배우, 스태프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면서 그들과 함께했다.

"스태프가 배우보고 '김씨'라고 부르기 쉽지 않잖아요. 정말 좋으신 분이에요. 애드립할 때도 처음엔 몰래 물어봤는데 항상 재밌다고 해주시니 나중에는 마음대로 했어요. '김혜수라는 배우가 정말 재밌게 일을 하시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체조도 진짜 열심히 하시던데요? 몸도 유연하시고…"

피곤함이 즐거움을 누를 수도 있었지만 오지호는 "이번 현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웃고 끝난 것 같다"고 회상했다. 특히 내심 연장을 기대했지만 연장 얘기가 없어서 아쉬웠다고 떠올렸다.

오지호는 "다들 연장이 없어서 아쉬워했다"면서 "우리끼리 연장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직장의 신은 16회 종영. 연장 없다'고 기사가 떴다. 보통 시청률이 좋아도 피곤해서 '왜 연장하는 거야'라고 하는데 현장에서 이런 게 처음이다"며 드라마와 배우들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

연장이 되지 않았다면 시즌 2는 어떨까. 실제로 많은 시청자들이 김혜수-오지호 조합으로 '시즌 2'를 하자고 요청했고 오지호 역시 각자의 길로 가다가 미스김과 장규직이 만날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엔딩이 '시즌 2를 생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시즌 2를 만든다면 장규직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과거가 있어서 그들을 위해서 헌신하고 좌천되긴 했지만 원래 가지고 있는 장규직의 캐릭터가 있거든요. 사람들에 대한 애정 이런 것들이 변할 수는 있어도 자기가 갖고자 하는 회사에 대한 마음은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개그우먼 정선희는 그를 보고 '서구적인 이장님 같다'고 표현했다. 이국적인 이목구비에 센스 있는 유머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을 편하게 만드는 말재주까지 오지호는 그 말이 딱 맞는 배우였다. (사진: bnt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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