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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원영 "'백년의 유산' 아닌 이름으로 불리고 싶다"

2013-07-10 13:59:47

[김민선 기자 / 사진 정영란 기자] “사람들이 자꾸 저를 ‘백년의 유산’이라고 불러요”

서른여덟의 나이에 데뷔 10년 차 넘는 배우가 다음과 같은 고민을 털어놨다. 큰 키에 훈훈한 외모 그리고 매력적인 목소리까지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그가 왜 이런 고민을 갖게 됐을까?

이에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백년의 유산’(극본 구현숙, 연출 주성우)에서 찌질한 마마보이의 모습을 밉지 않게 소화하며 ‘찌질파탈’이란 수식어를 만들어 낸 배우 최원영(38)을 가로수길 한 카페에서 만나봤다.

그는 기존의 마마보이와 다른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마마보이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과거 한 결혼정보회사가 미혼여성을 대상으로 ‘절대 결혼할 수 없는 이성의 생활상’을 조사했을 당시, 마마보이가 51%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1위로 꼽혔지만 ‘백년의 유산’ 속 김철규(최원영)만은 달랐다. 그러나 정작 최원영은 이런 김철규 캐릭터의 성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드라마가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어요. 첫 회를 보고 난 뒤에야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죠. 엄마(박원숙)가 정말 인상적으로 나와서 그 힘으로 재밌게 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어요.”

성공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최원영은 결국 김철규 캐릭터를 선택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갈 데가 없었어요. 고민은 할 수 있겠지만 안 하고 집어 던져 놓기엔 배우로서 그만큼 내 커리어나 역량에서 버틸 수 있는 밑바탕이 없으니까 무조건 해야 했죠”라며 겸손하게 말했다.

이후 즐거운 작품을 하게 돼 만족스럽다는 최원영은 김철규 캐릭터에 대해 많은 애정을 보였다. 처음부터 끌리진 않았지만 갈수록 철규에 몰입하다 보니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캐릭터란 생각이 들었다고.

“철규는 변화무쌍하지만 인간애적인 모습이 굉장히 많이 담겨 있는 인물인 것 같아요. 물론 손가락질받을 만한 구석이 많이 있지만 가끔씩 보이는 허술한 면이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또 매력으로 어필돼 많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백년의 유산’ 속 최원영의 연기엔 애드리브가 많았다. 그는 표정과 손짓뿐 아니라 작은 소품까지 챙기며 드라마에 재미를 더했다.

“거의 매 신에 애드리브가 있어요. 그냥 ‘술 마신다’라고 대본에 쓰여 있으면 어떤 행동을 어떤 뉘앙스로 표현해야 할지 등은 제가 생각하죠. ‘I'll be back’이나 ‘나 돌아갈래’ 같은 대사처럼 즉흥적으로 생각한 것도 있고, 대리운전 기사 할 때 쓴 ‘곧 부자’ 모자도 제 아이디어에요. 곧 부자가 되겠다는 철규의 마음을 대변한 모잔데 어떤 사람들은 뒤에 홍주(심이영)가 타고 있는 모습을 보고 ‘곧 부자’가 富者가 아닌 父子라고 생각하기도 하더라고요(웃음).”

드라마 마지막, 철규는 홍주와 재결합했다. 사랑 없는 결혼에 이혼도 했었지만 홍주가 자신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두 사람을 책임지기로 결심했다. 이처럼 사랑하지 않는 여자와 아이 때문에 재결합하는 게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최원영은 “대본이 아니라도 아마 철규는 같은 선택을 했을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아무리 사랑이 없어도 생명이 있다는 데 모르는 척 할 순 없을 것 같아요. 또 그 상황 전에 철규가 한결같이 채원(유진)을 봐오면서 느꼈던 감정을 아니까. 이렇게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리니까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이번 드라마를 통해 ‘마미철규’ ‘찌질파탈’ ‘칠푼이 반푼이 서푼이’ 매력을 마음껏 과시한 최원영. 열심히 하기로는 지구상에서 둘째가라면 서럽다는 그는 드라마가 끝난 뒤에도 쉬지 못해 부은 눈으로 마주했지만 끝까지 일에 대한 욕심을 보였다.

“제가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한창 일할 나이잖아요. 그냥 계속해서 재밌게 즐겁게 일하고 싶어요. 물론 기획가 되면 액션장르도 해보고 싶고 형사 역도 해보고 싶고요. 또 시간이 지나 여유가 생기면 전공을 살려 미술 전시회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요.”

이후 최근 한 영화 관련 행사장에서 극중 이름도 아닌 ‘백년의 유산’이라 불려 충격을 받았다는 최원영은 “오래 연기하고 싶은 것도 있지만 제발 사람들이 최원영이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요”라는 말을 남긴 채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미술학도에서 우연한 계기로 연기에 발을 들인 최원영. 그러나 마치 이것이 운명이라는 듯 매 작품마다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매력적이게 소화하는 그를 보면 다음 작품에선 또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가 높다. 또한 이름이 아닌 ‘백년의 유산’으로 불린다는 건 그만큼 그가 작품 안에서 큰 역할을 했단 의미로 이후 방송될 SBS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에선 또 얼마만큼의 존재감을 드러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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