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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동욱, 도전이라는 두 글자 새겨준 작품 '천명'

2013-07-12 15:54:14

[윤혜영 기자 / 사진 정영란 기자] 도전은 언제나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하다.

배우 이동욱에게 KBS 드라마 '천명:조선판 도망자 이야기'(극본 최민기 윤수정, 연출 이진서 전우성)는 그야말로 '도전'이었을지 모른다. 큰 눈에 하얀 얼굴까지 언뜻 보면 '네덜란드 선교사'의 비주얼이지만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사극에 출연했고 결혼을 안 해봤지만 딸을 지극히도 사랑하는 아버지 역할을 맡았다.

최근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동욱(31)은 빡빡한 인터뷰 일정 탓에 조금은 지쳐 보였지만 그저 순리대로 사는 듯 다소 난감한 질문에도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배려하며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시원 섭섭 후련해요. 다친 사람 없이 무사히 잘 끝나서 좋았고 사람들하고 헤어지려니 섭섭하죠. 특히 이번에 상대역이었던 송지효(홍다인 역)는 물론이고 권현상(임꺽정 역), 김윤성(곤오 역), 조달환(덕팔 역)이 모두 1981년생 동갑이라 재밌게 촬영했어요."

사실 '천명'은 여러모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었다. 제작발표회 당시 KBS 측은 '추노', '공주의 남자'를 잇는 웰메이드 사극을 만들겠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KBS 사극팀이 엄청난 노하우가 쌓여있기 때문에 의상이나 헤어 등 고증에 관해서는 거의 걱정을 안 했다"고 말문을 연 이동욱은 "초 하나를 쓰더라도 왕과 이호(임슬옹)의 방에 있는 초들은 다 용 문양이 있고 문정왕후(박지영)의 침소에는 용이 없었다. 그런 작은 디테일마저 스태프들이 알아서 신경 쓰고 챙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첫 사극 도전은 참으로 날카로웠다. 방송 전, 사극과 부성애 연기 등 우려의 목소리에 이동욱은 "연구를 많이 했고 방송 보시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신 있다"고 말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녹록지 않았다.

"당연히 신경이 쓰였죠. 제가 생각했던 것과 시청자들이 받아들이는 것에 괴리감이 있었어요. '이러이러한 톤과 설정으로 연기를 하면 후반부에 조금 힘이 달라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초반 1, 2회는 시청자들이 사극 같지 않고 굉장히 가볍다고 하시더라고요. 어쨌든 시청자들이 보시는 게 정확하고 제가 잘못 판단한 거니까 제가 좀 더 고민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천명'은 이동욱뿐만 아니라 송지효, 임슬옹 등 다른 연기자들도 연기력 논란이 불거지며 초반부터 삐걱거렸다. 그래서일까. 분명 수목극 자체의 시청률이 저조한 것도 있었지만 '천명'은 끝까지 10%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막을 내렸다.

이동욱은 "시청률이 아쉽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라면서 "분명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게 전부를 차지하거나 그거에 따라 좌우되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촬영해서 방송하기 바빠서 시청률 어떻게 나오고 신경 쓸 여력도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외적인 면에서 안타까움이 많았던 작품이었던 만큼 이동욱의 말 곳곳에는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시청자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녹아있었다. 제목처럼 항상 도망을 다녔던 최원은 풀릴 듯하다가 계속해서 상황이 꼬이면서 20회 내내 달렸고 '이런 전개가 반복됐는데 어땠냐'고 묻자 그는 이번에도 시청자 걱정부터 했다.

"지루하고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시청자들한테 카타르시스를 드리고 시원하게 권선징악이 돼야 하는데 그러질 못한 거 같아서요. 하지만 이게 역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문정왕후는 인종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고 명종 뒤에서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인물이잖아요. 드라마 상 최종 악의 설정은 문정왕후였는데 역사를 뒤집어엎어 가며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게 약점이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워낙에 쫓기고 사건의 본질과 배후세력을 파헤치다 보니 최원은 홍다인(송지효)과 소백(윤진이)의 사랑을 받았지만 사실 러브라인은 지지부진한 편이었다.

그는 "멜로를 조금 더 세심하게 풀어나갔으면 좋았을 텐데 사실 쌓아놓은 얘기들을 해결하느라 여유가 별로 없었다. 항상 도망 다녀야 되고 아픈 딸 치료해야 되는데 그 와중에 멜로까지 끼면 이야기가 너무 퍼져버리게 될 거 같았다"라며 "애초에 '천명'이 멜로를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는 아니었으니까 제작진의 선택이 그 정도였던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그래도 여배우와의 애정신이 없어 개인적으로라도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이 질문에도 이동욱은 "그런 드라마를 처음 해본 건 아니다"라면서 "예전에 '파트너'라는 드라마에서 김현주와 주인공이었는데 가장 큰 멜로신이 둘이 손잡는 거였다. 단순히 농도가 짙은 스킨십을 한다고 해서 사랑이 커지는 게 아니고 감정이 얼마만큼 쌓이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괜찮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참했던 다인과 괄괄했던 소백이,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여자 중 개인적으로 호감이 가는 이성상은 누구일까.

"둘을 좀 섞어놨으면 어떨까 싶어요. 소백이는 소백이 나름대로 천진난만한 귀여움이 있고 다인이는 여성으로서의 아름다움과 넓은 마음이 있으니까요. 그걸 다 가진 여자가 좋긴 한데 굳이 따지자면 다인이가 더 가깝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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