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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연석, 짝사랑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짝사랑

2014-01-14 09:10:39

[최송희 기자] 묘한 일이다. 짝사랑은 대게 힘이 없기 마련인데, 이 남자가 가진 짝사랑은 조금 남다른 힘을 가졌다. 흔히 더 많이 사랑하는 쪽이 약자라고들 한다. 그래서 늘 약자일 수밖에 없었던 이 남자는 아이러니하게도 브라운관 밖, 많은 이들을 또 다른 약자로 만들어버렸다. 기묘한 반복. 짝사랑이 만들어낸 또 다른 짝사랑이었다.

“사랑이라는 게 꼭 이뤄진다고 해서 다 사랑인 건 아니에요. 그런 부분에서 나정(고아라)애 대한 칠봉이의 짝사랑을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던 것 같아요. 짝사랑하는 캐릭터가 이런 매력이 있구나. 또 한 번 느꼈죠.”

최근 tvN ‘응답하라1994’(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를 마치고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배우 유연석은 짝사랑이 가진 힘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며 아끼고 있었다.

채 마침표를 찍지 못한 찬란하고 빛나는 마음은 온전히 유연석이 만들어낸 ‘짝사랑’의 힘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그 남자의 순정

‘응답하라1994’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였다. 단내와 짠내. 달달한 로맨스와 눈물샘을 자극하는 로맨스를 적절히 엮어낸 이 드라마 속에서 짠내를 담당했던 유연석은 스스로도 마지막 장면은 연기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21부 대본을 받아보곤 정말 슬펐어요. 대본을 보는데 눈물이 떨어지는 거예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야구장에 찾아온 나정에게 거기까지만 와달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이요. 애써 웃어 보이면서 나정이에게 말하는 모습은 연기하면서도 마음이 짠했어요. 나정이 앞에서 눈물 보이면 안 되는데…. 눈물이 떨어져서 NG가 나기도 했어요.”

연기하는 이에게도 아픈 장면이었겠지만 그를 응원했던 팬들에게도 마음 아픈 장면이었으리라. 오죽하면 팬들이 그를 가리켜 ‘염전’이라고 말했을까.

“감사하죠. 그렇게 감정이입해주신 거잖아요. 팬 분들이 얼마나 힘드셨으면 작가님께 ‘칠봉이 그만 좀 힘들게 해주세요’라는 한탄 글도 올려주셨겠어요. 그만큼 짝사랑하는 캐릭터에 공감하시는구나 싶었어요.”

극 후반부에는 쓰레기(정우)가 김재준 임이 거의 확실시 되면서, 유연석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기가 많은 바를 톡톡히 해내며 자리를 지켰다. 늘 그래 왔다는 것처럼. 자신이 키워낸 짝사랑처럼 말이다. 극 중간까지 ‘나정의 남편’ 임을 믿고 있지 않았냐고 묻자 그는 부끄럽다는 듯 배시시 웃었다.

“그건 다른 캐릭터들도 다 마찬가지였죠. 다들 처음부터 자기가 남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기대는 있을 수 있지만 사실 언젠가부터는 남편이 되고 아니고가 꼭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나정에 대한 칠봉의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까가 중요했죠. 다행히 칠봉이에 대한 마음들을 전달한 것 같아서 굉장히 만족하고 있어요.”

끝맺지 못했다. 그의 짝사랑은 문득 나정의 집에서 발견한 ‘야구공’처럼 아직 마음 한켠에 남아있을 수도 있겠다.

“에필로그에도 나와 있듯이 이후 칠봉이는 누군가를 만났을 거예요. 잠깐 등장했던 정유미 씨가 현재의 아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다들 궁금해하시는 부분이지만, 그것보다 칠봉이가 새로운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새로운 만남에 대한 가능성이라 밝혔지만, 나정과 꼭 닮은 정유미의 모습은 되려 ‘첫사랑’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이에 유연석은 “아직 나정을 다 잊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런 말을 들었어요. 여자들은 마음속에 사랑에 대한 방이 한 방, 한 방 따로 있다고요. 그런데 남자는 큰 방 하나뿐이래요. 그래서 다 사라지지 않는다더라고요. 첫사랑에 대한 기억으로 시작했겠지만 이후에는 달라졌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정하고 나긋나긋한 말투. 상대로 하여금 주의 깊게 듣게 하는 목소리며, 섬세한 마음 씀씀이는 많은 여성들에게 ‘서울남자’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6화에 등장한 유명한 질문과 칠봉의 답변은 수많은 커플들을 싸움에 이르게 만들지 않았나.

많은 남성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문을 닫으면 페인트 냄새에 머리가 아프고, 문을 열면 매연 냄새에 머리가 아프다. 여기에서 남자친구가 해줘야 할 말은?’이라 문제에 유연석은 “안 그래도 생각해봤다”며 입을 열었다.

“저도 그런 대답을 할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생각해봤는데 저라면 ‘너무 힘들면 공기청정기 하나 놔줄까?’라고 할 것 같아요.(웃음) 그럼 매연도 잡고 페인트 냄새도 잡잖아요.”

실제로는 경상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으며, 서울에서도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데. ‘응답하라 1994’에서 쓰레기와 칠봉이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느냐고 묻자 그는 “둘 다”라고 대답했다.

“전 사실 칠봉이와 쓰레기의 중간쯤이에요. 경상도에서도 절반을 살았고, 절반은 서울에서 살았으니까요. 무뚝뚝한 면도 있고, 때로는 남몰래 챙겨주는 속정 깊은 면도 있죠.”


◆ 끝나지 않은 노래

2년간 무려 9 작품을 찍은 배우. 쉼 없이 달리는 모습에 덩달아 숨이 가쁠 지경이다. 이에 유연석은 “팬들은 저한테 소라고 하던데”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소처럼 일한다고 유연소래요. 누가 시켜서 강요해서 한 건 아니에요. 제가 하는 일이 개인작업이 아니잖아요. 그러다 보니 어떤 캐릭터를 만나면 그와 동시에 수십 명의 동료들을 만나게 돼요. 그런 인연들을 만드는 점도 즐겁고. 하다 보니 작품 수도 많아 진 것 같아요.”

그야말로 모범생이다. 일이 많다는 핑계로 빠질 수 있겠지만 그는 “시간을 쪼개서 학교도 간다”며 수험생 같은 일정을 설명했다.

“즐기고 열정을 느끼니까 하는 거지 누가 시켰으면 못했을 거예요. 출석이 중요한 게 아니라 내 공부를 하는 거니까. 잠을 줄여가면서 했어요. 이런 제 모습에 어떤 분이 존경한다는 하신 적이 있어요. 그걸 보고 정말 고마운 거예요. 팬들이 이만큼 나를 신뢰하고 있구나. 그러니까 더 열심히 살아야지.(웃음)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더 열심히 살죠?”

하루도 쉰 날이 없단다. 심지어 앞으로도 쉴 계획이 없단다. 그는 “물론 사람인데 너무 쉬고 싶다”면서도 “그런데 너무 큰 사랑을 주셔서 작품 기다리는 중이라도 인터뷰 먼저 하면서 팬들에게 보답하려고 한다”고 팬들에 대한 남다른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인적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건 제시간 짬 내서 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정말이지 모범생 같은 구석이 있다. 한때 누군가를 위협하거나, 극중 연인들을 갈라놓았던 악역을 연기한 남자라고는 일절 떠올릴 수 없는 선한 얼굴이다. 이에 강렬한 악역과 지고지순한 순정을 가진 인물들을 스스럼없이 오가는 것에 대해 혼란은 없는지 물었다.

“다행히 취미들이 많아서 역할에서 금방 빠져나오는 편이에요. 또 다음 캐릭터들을 준비하는 과정 속에서 전 캐릭터들을 조금씩 잊어가는 것 같고. 새로운 모습들 보여드리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요. 외모도 한쪽으로 치우친 게 아니라서 그런 면에서 다양한 이미지 들어오는데 긍정적인 것 같아요.”

세상엔 수많은 캐릭터가 있고, 사람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아직 ‘도전’할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유연석은 “꼭 하나의 이미지를 정해놓지는 않았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핸디캡을 가진 캐릭터들에 대해 연민을 많이 느껴요. 그 핸디캡을 극복해나가는 걸 보여드리고 싶고요.”

이토록 짠내 나는 역할을 했으니, 팬들에 기대에 부응해 ‘진한 멜로’는 어떠냐고 물었다.

“짠내 한 번 진하게 풍겼으니 이제 단내나는 것도 한 번 찾아봐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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