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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류드라마, 판권가와 인기의 관계

2014-12-23 10:46:48

[bnt뉴스 박슬기 기자] 언제부턴가 중국 수출 판권 금액이 드라마의 흥행을 이끌기 위한 홍보 수단이 됐다. 드라마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제작사와 방송국은 ‘중국 수출 판권’이라는 타이틀로 줄줄이 홍보하기 시작했고, 각종 드라마에는 한류 스타들이 등장해 판권의 가격을 높였다.

이러한 한국의 활발한 판권수출 행태는 이번 해 2월 종영된 SBS ‘별에서 온 그대’(극본 박지은, 연출 장태유, 이하 ‘별그대’)를 기점으로 볼 수 있다. ‘별그대’는 당시 회당 3만5천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판권을 수출했지만 ‘별그대’ 신드롬 이후 그에 따른 파급력으로 ‘닥터 이방인’ 7만 달러, ‘운명처럼 널 사랑해’ 12만 달러,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20만 달러, ‘피노키오’가 회당 28만 달러로 한국 드라마들의 판권이 나날이 높아졌다. 그야말로 ‘별그대’가 2014년 한류 드라마의 판을 흔든 것이다.

그러나 해당 드라마들이 과연 판권금액만큼이나 중국에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몇 가지 의문점이 생겼다. 과연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중국내에서 파급력이 큰 것인지, 또 한류드라마의 인기가 중국 내에서 얼마동안 지속될 것인지 말이다.

▮ 한류 드라마, 중국에 수출하면 다 인기?

2014년 한 해 동안 한국 드라마는 위기를 겪었다. 내로라하는 한류 스타들을 기용하고, 인기를 끌법한 소재들로 제작됐지만 흥행에는 참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는 ‘별그대’를 시작으로 다양한 한국 드라마에 관심을 기울였다.

중국 매체 후메이일보의 쯔디엔 잡지에 따르면 한국드라마 ‘별그대’를 통해 치맥은 두말할 것 없거니와 앱스토어 200위 외에 위치해있던 메신저 어플 ‘라인’은 드라마 노출로 인해 20위로 순위가 상승했다. 또 도민준이 즐겨보던 동화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은 보름간 5만권 이상이 판매됐다. 그만큼 중국 내 ‘별그대’의 파급력은 엄청났고, 대륙의 드라마라고 불릴만큼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별그대’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SBS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극본 노지설, 연출 박형기)는 방영 전부터 회당 판권 20만 달러라는 금액으로 중국에 수출됐다. 특히 한류스타 비와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 크리스탈의 만남으로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드라마는 기대와는 달리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며, 한 자리 수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비의 열렬한 팬인 중국인 전* 씨(25)는 “사실 ‘내그녀’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며 “그런데 비가 나와서 시청했다”고 다소 냉정한 의견을 전하기도 했다.

또 ‘내그녀’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 토도우에서 첫 선을 보인지 19일 만에 누적 뷰 1억을 돌파했다고 전했지만 ‘별그대’ 누적 조회수인 25억이라는 수치를 보았을 때 1억 뷰는 그다지 큰 수치가 아닌 것이다.

이처럼 판권가격이 드라마의 인기를 뒷받침 해줄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부합하지 않는 사례들이 생겨나면서 중국에서는 다양한 한국의 드라마와 한류 스타들에 관심이 많을 뿐, 모든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드라마 업계 관계자들은 “요즘 드라마들이 한국에서 시청률이 저조해도, 중국에 수출하면 수익적인 부분에서 이득을 보기 때문에 판권 수출은 꼭 필요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 중국 내 한국드라마의 흥행, 2015년에도 이어지나?

지난 9월 윌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외국 TV 드라마나 쇼 등의 콘텐츠를 전체의 30% 이내로 제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15년 중국 내 한국드라마의 흥행이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동안 중국은 공중파와 케이블, 위성TV 등에서 외국 콘텐츠를 제한해왔으나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크게 하지 않았다. 이에 대규모 동영상 사이트인 유쿠 토도우, 소후 등이 해외 콘텐츠의 판권을 구입해 자막을 넣고 바로 업데이트하는 형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해왔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나날이 높아지는 한국 드라마 판권가격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자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지만 지난 19일 미래창조과학부가 개최한 ‘한-중 방송콘텐츠 프로젝트 피칭’ 현장에서는 한국과 중국 양국의 주요 방송사와 유수의 미디어기업 38곳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해당 행사장에서 중국 방송관계자들은 ‘별그대’ ‘런닝맨’ 등의 뒤를 이을 흥행작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현재 방송되고 있는 SBS ‘슈퍼주니어M의 게스트하우스’와 같이 방송국(SBS)과 제작사(SM C&C), 중국의 동영상 사이트(요쿠)처럼 공동 제작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양국의 방송 관계자들이 파트너를 찾기에 바빴다는 후문이다. 이와 같은 의미는 한류드라마의 열기가 당분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아진다.

또 현재 한국 드라마계는 전통적인 스토리 방식이자 고질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에서 벗어나 한국 사회를 다루거나, 전문직 소재들을 다루며 작품성을 인정받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드라마의 변화는 중국에서도 신선하게 받아들여지며, 새로운 한류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상태다.

특히 중국의 최대 도서, 영화, 음악 리뷰사이트인 더우반닷컴에서는 ‘미생’의 평점이 9.3점으로 ‘별에서 온 그대’ 8.4점을 넘어섰다고 평가해, 한류 드라마의 새로운 콘텐츠와 스토리에 대한 무궁무진한 발전을 짐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렇듯 2015년에도 중국 내 한류바람이 계속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사진출처: SBS ‘별그대’ ‘내그녀’ ‘피노키오’, tvN ‘미생’,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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