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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강남 1970’ 이민호, 예상 밖의 얼굴

2015-01-26 13:35:24

[bnt뉴스 박슬기 기자/사진 김치윤 기자] ‘백마 탄 왕자’인 줄 알았다.

KBS2 드라마 ‘꽃보다 남자’부터 지금까지 이민호의 이미지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랬다. 부드러운 미소, 다정한 눈빛, 여심을 설레게 하는 달콤한 역할들. 어느 누가 이민호를 넝마주이로 볼 수 있었을까.

최근 영화 ‘강남 1970’(감독 유하)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이민호는 그간의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을 깨듯 예상 밖의 얼굴을 내비쳤다.

“게임하는 걸 너무 좋아해요. 게임도 이제는 하나의 스포츠로 인정해야죠. E-스포츠로 불리기도 하잖아요. 전 자동차나 쇼핑 보다는 게임이 좋아요.”

“쉴 때 주로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에 소년처럼 “게임이요”라고 답하는 그에게서 친근함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는 특별히 이미지나 외모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 했고, 게임이나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여느 20대 청년이었다.

“사실 제가 있는 위치 때문에 사적으로 포기하는 건 많아요. 게임은 즐겨서 하지만요.(웃음) 하지만 일적으로는 팬들의 시선이나 물질적인 것 때문에 휘둘리고 싶지 않아요. 그러면 저의 색깔을 잃어버리는 것 같거든요. 그 때 그 때 나의 생각을 존중해주는 편이죠.”

소년 같은 모습을 보이다가도 일 이야기를 할 때면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확실히 욕심 많은 배우였고,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또 20대 후반에 영화를 시작하게 된 이유 역시 분명했다.

“‘강남 1970’ 완성본을 보고나서 기다렸다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억지로 짜낸 듯한 느낌이나 ‘무게감에 맞추기 위해 노력 했구나’라는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연기하면서 표현하려고 했던 감정들이 그 상황 속에서 어느 정도는 적절하게 표현된 것 같아요.”

‘강남 1970’ 속 김종대는 이민호가 연기했던 달콤한 재벌집 아들과는 정반대되는 인물이다. 찢어지게 가난하고, 성공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성공, 사랑,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피어나는 복합적인 감정을 꾹꾹 누른다. 드라마 연기에 익숙해 있던 이민호가 무거운 내면 영화 연기를 하기에는 다소 어려웠을 터.

“그래서 감독님이랑 현장에서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감정선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죠. 전 김종대라는 인물을 통해서 1970년대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70년대 사람이긴 하지만 전 지금 현실에서의 비슷한 감정들을 꺼내려고 했죠. 디테일한 부분들은 감독님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이 있었기 때문에 디렉팅을 따라 간 부분도 있고요.”

이민호는 김종대에게 20대 초반 본인이 느꼈던 막막한 감정을 녹여내려고 했다. “본인이 김종대에 특별히 공감이 갔던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사실 20살부터 24살 때까지가 제 인생의 암흑기였어요. 교통사고 때문이었죠. 그 사고로 인해서 실제로 2명이나 죽었고, 저는 1년 동안 병원에 있으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종대만큼은 아니겠지만 그 때 당시는 물질적으로나 감정적으로나 너무도 답답했고, 힘든 시기였죠. 종대처럼 정말 출구 없는 인생 이었어요”라며 김종대에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를 털어놨다.


이민호의 힘들었던 과거 때문이었을까. 그는 김종대에 점점 젖어들어갔다. 거기에 거친 액션, 캐릭터의 어두운 성격 탓에 이번 현장은 유독 고단했다. “감정 잡고 연기하느라 현장 분위기도 많이 어두웠을 것 같은데”라고 말을 꺼내자 “말도 마세요. 너무 어두웠어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장르는 느와르고 현장에는 남자밖에 없고, 얼마나 어둡겠어요. 칙칙함의 끝이었어요. 그래서 분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래를 많이 들었었죠”라고 말했다.

“그래도 AOA 설현 씨가 있었잖아요?”라고 묻자 “설현이가 걸그룹이고 그래서 많은 분들이 상큼 발랄한 이미지를 생각하시는데, 실제로 되게 애어른 같고 조숙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제가 설현이라도 현장에서 밝게 못했을 것 같아요. 대선배들이 그렇게 많고, 장르도 느와른데 거기서 어떻게 웃고 떠들겠어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민호는 현장에서 유일한 분위기메이커였다. 타칭 ‘강남 1970’ 현장 DJ로 매 씬에 어울리는 노래를 선곡하며 감정을 잡았고, 현장 분위기도 살렸다. “촬영 당시 유일한 중간다리 역할”이었다는 그는 모든 스태프와 연기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그렇게 촬영을 이어나갔다.

‘강남 1970’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하 감독이 이민호를 유독 많이 아꼈다는 후문이다. 유하 감독 역시 이를 인정했고, “스크린에 잘 맞는 배우”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만큼 이민호에게도 유하감독은 특별한 존재였다.

“‘상속자들’ 출연을 결정했을 때쯤 ‘이제는 영화를 찍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유하 감독님의 대본을 받게 됐어요. 그 순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기존에 남자 배우들과 영화를 많이 하셨고, 그만큼 신뢰가 두터웠기 때문에 하게 됐죠.”

그렇게 이민호는 유하의 3번째 남자가 됐다. 하지만 유하 감독의 전작인 ‘말죽거리 잔혹사’ 권상우, ‘비열한 거리’ 조인성이 성공을 거둔 만큼 이민호도 부담감도 컸을 터. 특히나 첫 주연 영화인만큼 ‘흥행’에 대한 부담감 역시 지울 수 없었다.

“솔직히 ‘어느 정도 흥행을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은 있어요. 하지만 정말 흥행만을 노렸다면 전 이런 장르의 영화를 선택하지 않았을 거에요. 오락영화나 잘 짜여진 판의 영화를 선택했겠죠. 물론 이제는 흥행을 생각해야하는 배우이긴 하지만 그 전에 어떠한 발전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흥행’보다는 ‘발전’에 중점을 두었고, 깊이에 대해 생각했다. 그가 앞서 강조하던 한층 더 ‘깊이감’ 있는 모습이었다.


이민호는 365일 중에 150일 가량을 광고 찍는데 시간을 소비한다. 또 많은 시간들을 해외에서 보낸다. 하지만 그는 자신만의 시간이 부족함에도 불구 ‘만족’스러운 얼굴이었다. “2015년도 역시나 바쁘겠네요?”라고 묻자 핫한 셀러브리티의 핫한 계획이 나왔다.

“안 그래도 1년 치 계획을 미리 짜야하는 상황이라 스케줄 정리를 했어요. 작년 영화개봉이 밀리면서 작품을 안 한 게 됐는데, 올해부터는 1년에 2작품 정도씩 하고 싶어요. 그래서 올해는 중반기에 영화를 하고, 하반기에 드라마 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그런데 저 계속 영화 할 수 있겠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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