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릴레이 인터뷰] 여성 힙합 뮤지션①┃ 다른 누구도 아닌, 슬릭

2015-05-04 02:21:45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 장르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부터 음원 차트, 언더그라운드 씬까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이들은 말한다. 성별을 떠나 그저 묵묵히 힙합의 길을 걸어왔노라고. 똑같은 힙합 뮤지션일 뿐이라고. 우리가 이제껏 몰랐던 혹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bnt뉴스 김예나 기자] 싱긋 미소를 짓는 모습에서 자신감이 느껴진다. 차근차근 털어 놓는 이야기에서 진지함도 엿보인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한경닷컴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발견한 슬릭의 모습이다.

# 기본 프로필

이름: 슬릭(Sleeq)
데뷔: 1집 싱글 ‘라이트리스(Lightless)’ (2013)
소속 레이블: 데이즈얼라이브뮤직(Daze Alive Music), 스톤쉽(Stoneship)
소속 크루: 뉴웨이브독스(New Wave Dawgs)

“남들과 똑같은 게 싫었어요. 저는 다르고 싶었거든요. 예를 들어 일반 리스너들이 어떤 앨범의 타이틀곡만 듣는다면 저는 수록곡을 일부러 더 들었어요. 랩 가사를 직접 쓰면서 힙합 음악에 점점 더 빠진 것 같아요. 주로 제 이야기였죠. ‘저는 여자인데 랩을 한다’든가 ‘방에서 혼자 가사를 쓰고 있다’는 식이였어요. 공유하기는 두려웠어요. 피드백을 받고 싶어서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에 올리기도 했는데 반응은 없더라고요.(웃음). 고등학생 때 여성 힙합 커뮤니티에서 활동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공연 무대에도 선 것 같아요.”

대학 진학 후 힙합 음악에 대한 갈증을 느낀 슬릭은 “보금자리”와도 같던 흑인 음악 동아리에 안착했다. 이곳에서 소속 크루 뉴웨이브독스 멤버들을 만나게 됐고, “뮤지션” 슬릭으로 점차 진보해 나갔다.

“일주일에 무조건 한 곡씩 만들기로 했어요. 총 10곡의 믹스테이프가 결과물로 나와서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와 SNS에 올렸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라고요. 현역에서 활동 중인 래퍼들에게서 피드백도 오고요. 그때 제리케이(Jerry.K) 씨에게서 함께 앨범 작업을 해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학창시절부터 팬이었던 제리케이와의 특별한 인연은 슬릭으로 하여금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했다. 본격적으로 힙합 씬에 발을 들여놓는 기회였기 때문. 힙합 씬이 “마초적”이라 하는데 동의하느냐고 묻자 슬릭은 “힙합 음악 자체가 마초적이다”고 답했다.

“힙합 음악은 본질적으로 흑인 문화에서부터 비롯된 거잖아요. 박해받고 차별 받던 그 문화에서 여성의 인권은 보장되기가 싶지 않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힙합 씬이 마초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슬릭은 이어 여성 래퍼로서 느끼는 힙합 씬에서의 핸디캡과 특혜에 대해 입을 열었다. 매 질문마다 똑 부러지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슬릭의 소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인식에 대한 핸디캡이 있어요. 어떤 분은 여자 래퍼라고 하면 아예 안 들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아쉽기도 하고 속상하죠. 특혜를 꼽자면 여성 래퍼들끼리의 시장이 작으니까 경쟁률이 낮다는 거예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여성 래퍼들끼리 경쟁을 하지는 않아요. 제 경쟁 상대도 힙합 씬에 있는 모두거든요.(웃음)”

마지막으로 슬릭에게 “어떤 뮤지션이 되고 싶으냐”고 질문하자 “그 다른 누구도 아닌 슬릭 같은 뮤지션이길 바란다”며 강단 있는 어조로 대답했다.

“지금 저는 슬릭이라는 래퍼지만 나중에는 힙합 음악 씬에서 슬릭이라는 존재감 있는 뮤지션이고 싶어요. 요즘에는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루트가 많잖아요. 공연이든 방송이든 제 소신을 갖고 활동을 이어가다보면 뮤지션으로서 제 길을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한편 슬릭은 상반기 목표로 첫 정규 앨범 준비 중이다. (사진제공: 스톤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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