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릴레이 인터뷰] 여성 힙합 뮤지션⑤┃후디, 시작에 지나지 않았다

2015-06-18 08:07:54

[bnt뉴스 김예나 기자]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 장르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부터 음원 차트, 언더그라운드 씬까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그들은 말한다. 성별을 떠나 그저 묵묵히 힙합의 길을 걸어왔노라고. 똑같은 힙합 뮤지션일 뿐이라고. 우리가 이제껏 몰랐던 혹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반짝이는 화려함보다 은은하게 영롱한 분위기가 참 예쁘다. 독보적인 존재감을 내뿜기보다 주변의 합에서 비롯된 시너지가 더 특별하다.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 펼칠 그의 팔색조 매력, 정말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가 릴레이 인터뷰 다섯 번째 여성 힙합 뮤지션으로 후디(Hoody)를 만났다. 후디는 지난 2013년 첫 싱글 ‘마이 라이드(My Ride)’를 발표, 이듬해 두 번째 싱글 ‘베이비 오 베이비(Baby oh baby)’를 선보이며 음악 팬들의 눈도장을 톡톡히 받았다.

뿐만 아니라 후디는 기린(Kirin) 2집 정규 ‘사랑과 행복’(2014) 타이틀곡 ‘요즘세대 연애방식’, 메이슨 더 소울의 첫 정규 ‘포토그래퍼(Photographer)’(2015) 수록곡 ‘하우 아이 필 어바웃 유(How I Feel About You)’ 등에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 보컬에서 프로듀서로

“원래 어린 시절부터 노래하길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밴드부에서, 대학교에서는 흑인 음악 동아리에서 보컬 활동을 했어요. 유명한 해외 알앤비 곡들을 많이 따라 부르면서 제 보컬적인 면을 부각시켰어요.”

무작정 휴학을 했다. 무료한 나날이 이어졌고, 1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휴학한 시간마저 아깝다고 생각이 들던 찰나 친구로부터 믹스테잎을 만들어 볼 것을 권유받았다. 노래를 부르는 게 좋았던 것 뿐 그 이상의 창작이나 표현은 해본 적 없었기에 긴가민가했지만 무어라도 해보고 싶었던 후디는 한 달 동안 작업에 매진했다. 그 결과 첫 번째 믹스테잎 ‘바이 마이셀프(By Myself)’가 탄생했다.

“집에 진짜 좋지 않은 노트북이 있어요. 그 노트북으로 작업을 했어요. 환경은 열악했지만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제 스스로 다 했어요. 장르는 여러 가지였어요. 제가 좋아하는 알앤비가 기본이지만 슬로우잼도 있었고 피아노로만 이뤄진 미니멀한 곡도 있어요. 지금 들어도 곡 자체가 나쁘지는 않아요. 기술적인 면은 많이 부족하지만요.”

온라인 발표 후 믹스테잎의 반응은 크게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몇몇의 뮤지션들과 DJ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서서히 아는 뮤지션들이 생겼고 그들과 친분을 쌓아 갔다. 그러던 중 뮤지션 진보(Jinbo)에게서 ‘레인보우 페스티벌’ 무대에 함께 서 보자는 제안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뮤지션으로서의 첫 시작이었다.

“처음 제안 받았을 때 좋기도 좋은데 너무 떨리더라고요. 왜냐하면 처음으로 제가 좋아하던 뮤지션과 한 무대를 서는 기회가 온 거니까요. 게다가 보통 큰 무대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진짜 긴장을 많이 했어요. 합주 전에 혼자 연습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 여성 뮤지션, 그 시선

후디는 힙합, 알앤비 음악을 기반으로 구성된 여성 아티스트 크루 AMRT(Amourette) 멤버다. 여성 래퍼 키디비를 주축으로 후디, 니아, 세리로 구성된 AMRT는 랩, 보컬 등의 플레이어 역할 외에도 프로듀싱, 아트웍, 영상 작업 등 제각각 맡은 포지션이 다르다.

“우연히 키디비와 친해지게 됐는데 여성 크루를 만들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키디비가 영상 하나를 찍을 건데 같이 촬영하러 올 수 있냐고 했어요. 그날 네 사람이 처음으로 만난거에요. 당시 저는 크루를 하고 말고를 떠나서 그저 재밌게 놀면서 친해지려고 갔다가 크루에 동참하게 됐죠. 같이 음악 하면 재밌을 것 같아서 결정했어요.”

각각의 활동으로 인해 현재 AMRT는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 “아쉽지 않느냐”고 묻자 “지금은 네 사람 모두 너무 바쁘다. 언젠가 시간이 흘렀을 때 다시 한 번 힘을 합쳐 작업해 보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이 크게 주목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여성들로만 이뤄진 크루라는 점 때문이다. 여성 뮤지션들의 존재감 자체가 미미한 상황에서, 생기 있고 활기 넘치는 여성 크루의 등장은 이슈가 될 수밖에 없었을 터. 후디에게 “몇 년 전에 비해 요즘은 여성 뮤지션들의 활약이 대단하지 않느냐”고 운을 떼자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수 적으로 많아진다면 여성 뮤지션들의 시장이 커지면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여성 뮤지션들이 활동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 아무래도 힙합 하면 남성 뮤지션들의 음악에 더 익숙하지 않느냐. 여성 뮤지션들도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꾸준히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많이 내비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 비밀병기 콕재즈

후디에게는 특별한 지원군이 있다. 지난 두 번째 싱글 앨범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프로듀서 콕재즈(Cokejazz)다. 현재 후디는 가을 발매를 목표로 팔로알토 ‘또봐’ 비프리 ‘코리안 드림(Korean Dream)’ 앨범 등에 참여한 콕재즈와 힘을 합친 새로운 프로젝트 앨범 준비 중이다.

이날 인터뷰에는 콕재즈가 자리를 함께 했다. 콕재즈는 프로젝트 앨범에 대해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고, 후디가 좋아하는 음악이 있다. 그 두 음악의 접점 같은 부분을 새 앨범에 담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후디는 “각자의 강점들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시너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 제 음악 작업을 할때는 총괄을 직접 하니까 제 음악 색깔이 고스란히 담겨요. 그렇지만 콕재즈와 함께 하면 프로듀싱 적인 면에서 전적으로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 더 좋은 결과물이 탄생하는 것 같아요. 서로의 강점들을 더 잘 살릴 수 있잖아요. 저는 보컬적인 면을 강화시키고, 콕재즈는 프로듀싱에서 더욱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니까요.”

대단히 특별한 작업 과정을 거치는 건 아녔다. 두 사람 사이의 특별한 교감과 충분한 소통이 이뤄질 시간, 그리고 서로의 음악적 취향을 향한 존중과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과정이었다.

“저희 두 사람의 음악적 색깔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맞추는 데 있어서 쉽지 않은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그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이유는 저희가 너무 어렵게 고민하거나 연구하지 않기 때문일 거라 생각해요. 되도록 즐기면서 음악 작업을 하려고 해요. 예를 들어 맥주 한 잔 하면서 ‘한 번 해볼까?’라고 할 수도 있고, 잼 식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후디에게 뮤지션으로서의 꿈을 물어봤다. “죽기 전에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한 곡을 남기고 싶다”고 대답한 후디는 풋 웃더니 “제 꿈이 너무 원대하느냐. 제가 음악적인 욕심이 정말 많은 편이다. 아직 프로듀싱 면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경험이 많아지게끔 노력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또 그는 “지금까지 보인 건 지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앞으로 다양한 앨범을 통해 여러 가지 면모를 보이겠다. 기대를 갖고 관심 많이 가져달라”고 전했다.

한편 후디&콕재즈 프로젝트 앨범 선공개 싱글 ‘블루 호라이즌(BLUE HORIZON)’은 오늘(18일) 정오 각종 온라인 음원사이트를 통해 들어볼 수 있다. (사진제공: 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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