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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도’ 유아인, 열정이 빚어낸 연기학개론

2015-09-16 10:19:26

[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연기에 대한 열정을 깊은 연기로 풀어낸다. 그 열정이 고스란히 연기에 묻어나오는 배우, 유아인이다.

최근 영화 ‘사도’(감독 이준익) 개봉을 앞두고 유아인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났다. ‘사도’를 대중 앞에 보여주기 까지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만큼, 그는 영화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사도’는 어떤 순간에도 왕이어야 했던 아버지 영조와 단 한 순간만이라도 아들이고 싶었던 세자 사도의 이야기를 조선역사에 기록된 가장 비극적 가족사로 풀어낸 작품.

“사실 모두가 알고 있는 이야기죠. ‘사도가 영조에 의해 뒤주에 갇혀 죽었네’ 하는. 그런데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었다’ ‘광인이었다’와 같은 조금씩의 곁가지는 있었어도 과연 제가 이 이야기를 한 줄 이상으로 알고 있는가, 이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나 하면 별거 없더라고요.”

그는 실존인물인 사도를 과감하게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우리가 한 줄로 알고 있는 이야기의 구체적인 상황들을 궁금해 하지 않을까. 또 이 영화는 인물의 감정이나 심리가 더 부각된 극이라고 생각한다. 사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흥미진진한 방식일 수 있겠다 싶었다”며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내고, 지금까지 와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해나가는 것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지난해 이맘때쯤 촬영이 끝났는데 전 이 영화가 빨리 개봉하길 기대했어요. ‘사도’는 아주 오랫동안 준비하고 머릿속에 그려왔던 작품이에요. 정확히 ‘사도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보여주고 싶었던 연기, 스타일, 캐릭터였기 때문에. 개봉시기에 대해 여러 논의들이 있었는데 ‘이건 제 20대 때 무조건 나와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12월 찬바람 불 때라도 개봉합시다’고 했어요(웃음).”


그는 “배우의 본질은 예술가인데 그 본질에 가장 가까운 욕망을 성취하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제가 어떠한 극 안에서 했던 그 아이도 청춘이지만 청춘을 적극적으로 표현한 작품, 이 시대의 감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작품들을 해보고 싶었다”며 자신이 욕심냈던 20대의 청춘물을 남기지 못한 점을 아쉬워했다.

“20대를 돌아보면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배우로서 훨씬 더 크게 이뤘어요. 스타라는 수식어와 광고들, 주연배우로 살아가는 일들을 감히 크게 기대 못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욕심낸 건 오로지 하나였어요. 20대의 저를 담을 수 있는 청춘물 같은 거죠. 그것에 대한 강한 욕심이 있었고, 그것을 위해 타협하기도 했어요. 그 순간을 위해 힘을 길러야지 하며 계산기를 두드린 적도 있어요.”

10여 년간 20대 배우로 살아온 그는 “나이라는 게 양날의 칼 같다. 어느 정도를 해내도 연기적인 평가에 있어서 냉정한 경우가 있다. 답을 예측할 수 없다는 말이 기대일수도 있고 신뢰를 가질 수 없다는 말이 될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이점도 있다. ‘베테랑’(감독 류승완)에서 유아인이라는 젊은 배우가 그 악역을 자기식대로 소화해냈을 때, 제 연기력 이상으로 평가해 주시는 걸 보면서 서운한 마음이 씻겨 졌다”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제가 계단을 밟아 왔던 길이 있어요. 그런데 어딘가로 가고 있다 해도 제가 원하는 곳에 도착할지는 미지수죠. 그런데 제가 지닌 성질을 가지고, 이 방향으로 나아갔을 때 마주한 과녁에 사도가 있었어요. 옳고 그름은 아닌데 저라는 배우의 방향성, 또 제가 그리는 정방향 안에서는 사도가 그런 캐릭터였어요.”

그의 연기 인생의 계단 중 정방향에 있는 캐릭터에 사도 세자가 있다. 극중 유아인은 따뜻한 정을 그리워 하지만 차가운 냉대뿐인 아버지 영조에 대한 원망과 분노로 인해 서서히 광기가 어리는 모습을 완벽하게 자신만의 사도로 표현해냈다.


그는 “‘좋지 아니한가’ ‘앤티크’를 할 때는 다른 것들을 의식하지 않고, 연기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몰입해 그 인물이었던 상태였다. 드라마를 하면서는 분리된 자아가 있는 것처럼 또 다른 거울, 저를 지켜보는 제 3의 눈을 갖게 되면서 외부를 의식하고 슬럼프를 갖게 됐다. 혼란의 시기였다”며 사도를 그려내기까지 밟아온 계단들을 돌이켰다.

“지금은 꽤나 잘 분리된 상태로 독립적이게 영향을 주고받고 있어요. 제3의 눈은 이성, 배역을 연기하는 순간은 감성 이렇게. 학교도 다니지 않았지만 오로지 저 자신을 분석하면서 만들어낸 저만의 연기학개론이라고 할 수 있죠.”

자기 자신을 알고 정확히 연기했다. 어떻게 해야 극을 더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했다. 그는 “‘밀회’를 촬영하면서 분리된 두 개의 내 자아가 완전히 분리된 상태로 같이 진행된 게 순간순간 있었다”며 “아주 짜릿한 경험을 했다”고 표현했다.

연기의 맛을 알고 재미를 느끼는 유아인의 모습에서 열정 이상의 무언가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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