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터뷰] 케로원(Kero One), 영원히 남을 그 무언가

2016-01-06 15:11:32

[bnt뉴스 김예나 기자] 지난 2007년 그룹 다이나믹 듀오의 ‘지구본 뮤직’ 피처링 참여부터 에픽하이, MYK, 페니 그리고 최근 그룹 블락비 박경의 ‘보통연애’ 프로듀싱 참여까지 국내 뮤지션들과의 활발한 협업을 이어오고 있는 샌프란시스코 출신 한국계 미국인 힙합 뮤지션 케로 원(Kero One)이 첫 프로듀싱 정규 앨범 ‘리플렉션 이터널(Reflection Eternal)’ 발매를 기념해 bnt뉴스와의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타이틀곡 ‘Only When’을 포함해 모두 12트랙이 수록된 이번 앨범은 케로 원 특유의 재즈 힙합 스타일 곡들의 향연을 느낄 수 있는 것과 동시에 그가 이제껏 시도하지 않았던 색다른 사운드의 구현에 도전했음을 엿볼 수 있다.

Q. 첫 프로듀싱 정규 앨범입니다. 소감은 어떤가요.
어메이징(Amazing)합니다. 지난 몇 달 동안 앨범 작업에 전념하느라 밖에 잘 나가지를 않았어요. 게다가 곡 작업 데이터를 잃을까봐 불안해서 컴퓨터를 항상 세 번씩 백업했습니다. 주변에서 데이터를 잃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이제 앨범이 나왔으니 마음이 놓이네요.

Q. 케로 원에 대한 국내 팬들의 높은 관심도만큼 첫 정규 앨범에 대한 반응도 클 것 같아요. 국내 팬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보낸 SNS 메시지와 인터넷에 올라온 좋은 글들을 읽었어요. 한국 투어 할 때 팬들을 직접 만나고 싶습니다. 그들의 반응을 실제로 보고 싶어요.

Q. 각 곡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려요.
1. Princess Diamond (Feat. Kelsey Bulkin)
이번 앨범에서 가장 먼저 만든 곡입니다. 재즈 풍 하우스 음악의 영감을 받으면서도 일렉트로닉과 힙합 영향을 받은 음악으로 앨범을 시작하고 싶었어요. 노래를 해준 Kelsey Bulkin은 미국의 그룹 Made in Heights의 보컬입니다.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직접 연락했습니다.

2. Funktion (Feat. Brandun Deshay)
Brandun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래퍼이자 프로듀서에요. 제가 속해 있는 농구팀에 그가 합류하면서 만나게 됐고, 매주 함께 농구를 했어요. 그는 래퍼지만 그가 노래할 때 목소리에서 묻어 나오는 특유의 펑크와 소울을 좋아했어요. 마치 70년대 클래식 소울 음악의 영감을 받은 것 같은 파티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3. Journey Together
이번 앨범에 보컬 피처링이 없는 곡을 한 곡 넣고 싶었어요. 이 곡을 들으면서 리스너들이 이야기를 상상했으면 좋겠어요. 제 음악 여행에 초대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 노래를 만들면서 정말 많은 비전을 떠올리고, 여러 감정을 느꼈는데 그 때의 그 느낌을 뮤직비디오에 담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제가 직접 연출하고 주연도 맡은 뮤직비디오여서 굉장히 기대가 큽니다.

4. Only When (Feat. Michael Blume)
네오 소울 사운드를 강한 재즈 느낌으로 다시 살리고 싶었어요. 제 대표적인 스타일이죠. 그래서 한국 앨범의 타이틀을 이 곡으로 정했습니다. 가사 중 ‘나무에 네온 잎이 자라고, 지구가 멈출 때, 그때 내가 당신 곁에 있을게요’라는 가사가 있어요. 헤어진 뒤 다시는 함께 할 수 없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5. Underwater (Feat. Blu)
Blu는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실력 있는 래퍼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저는 그의 클래식한 사운드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펑키한 트랙에 그를 참여시켰죠. 사실 저는 10년 전 그가 데뷔 앨범도 내기 전에 처음 만났는데, 데뷔 후 스타가 된 후에도 연락을 해줘서 참 고마워요.

6. Are You Down? (Feat. Jeff Bernat)
Jeff는 스무스하고 재지한 알앤비 스타일로 유명하지만 저와 음악을 들을 때는 새롭고 모던한 사운드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한 거예요. 항상 해왔던 스타일을 고집하지 않고 기존 색깔을 잃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 시도에 어려움에 동반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걱정은 뒤로 하고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는 것에 전념했습니다.

7. In Liberdade (Feat. Kesna Music)
이 곡은 5년 전 에스나와 작업했지만 완성하지는 못했었어요. 보사노바 재즈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에요. 가사는 에스나가 썼는데 ‘브라질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를 상상했다’고 해요. 개인적으로 제가 보사노바와 브라질 음악 스타일을 정말 좋아합니다.

8. Falling Apart (Feat. Lindsay Olsen)
Lindsay의 목소리에 큰 영감을 받았어요. Erykah Badu를 떠오르게 하죠. 이 곡의 따뜻한 사운드가 정말 좋아요. 특히 트럼펫과 베이스 기타가 들어오는 부분이 좋습니다.

9. Electric Touch (Feat. Tara Alesia)
제 고향 산 호세 만 근방에 내려갔을 때 음악 활동을 활발히 하는 친구에게 90년대 알앤비 스타일로 노래할 수 있는 현지 가수를 물어봤어요. 친구는 바로 Tara Alesia를 소개시켜줬고, 전 금방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정말 90년대 알앤비 가수들의 목소리와 꼭 닮았어요.

10. Roll With Me (Feat. Pkeys)
저는 이번 앨범에서 이 곡에서만 랩을 합니다. 랩 곡을 하나만 넣는 것이 재밌을 것 같았어요. 이 노래의 진행 방식이 참 마음에 듭니다. 이 곡은 평범한 힙합 곡이 아닙니다. 브릿지 이후 일렉트로닉 요소를 많이 넣었어요. 이 노래에서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말하고 싶었어요. 피처링을 맡은 Pkeys는 한국 사람이지만 흑인과 같이 노래를 잘 해요. 그의 노래는 항상 R. Kelly 같아요.

11. Dreamscape (Feat. Suhn)
Suhn의 목소리는 굉장히 소울풀하고 파워풀해요. 마치 70년대 가수처럼요. 아직 젊은데도 나이 든 흑인 아저씨처럼 노래를 잘해요. 현대 음악씬에서 그와 같이 노래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Q. 첫 정규 앨범이기에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이번 앨범에 의미를 부여하자면요.
앨범명인 ‘Reflection Eternal’은 무엇인가 영원히 남아있는 무엇인가를 뜻합니다. 이 앨범의 가사에서 주로 다루는 주제들은 ‘관계’에 대한 것들을 다루고 있어요. 천 년 전부터 항상 다뤘던 주제들이죠. 저는 ‘트렌디’하기만 하지 않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을 노래들을 만들려고 했어요. 요즘 힙합, 알앤비 노래를 들으면 트렌디한 사운드가 많잖아요. 저도 그런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죠.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에는 트렌디한 스타일을 넣고 싶지 않았습니다.

Q.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신경을 많이 쓴 트랙은 무엇인가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가장 신경을 많이 쓴 트랙은 아무래도 ‘Roll With Me’ 입니다. 가장 많은 시간도 할애했고요. 제가 노래를 프로듀싱하고 멜로디를 짜고 가사까지 혼자 써서 그런 것 같습니다. 랩까지 제가 했습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트랙입니다.

Q. 케로 원의 색깔이 보다 다양해진 앨범인 것 같아요. 전반적으로 녹여내고 싶은 분위기는 무엇이며 케로원 음악적 색깔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요.
리스너들을 힙합풍의 재즈, 알앤비, 소울 사운드의 여행에 초대하고 싶었고, 그 분위기를 녹여내고 싶었습니다. 제 음악 사운드를 설명할 수 있는 색깔을 꼽자면 오렌지일 것입니다. 저는 항상 ‘따뜻함’에 초점을 맞추려고 해요. 지금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데, 여기는 항상 해가 쨍쨍하고 따뜻해요. 성격도 항상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사람들을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요. 아무래도 제 음악이 제가 살아온 길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네요.

Q. 이번 앨범 작업에서 특별히 새롭게 시도한 부분이 있나요.
일단 평소에 쓰지 않았던 음악 프로그램들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처음으로 제가 전 곡의 가사를 다 쓰지 않고, 피쳐링 해줄 아티스트들이 자기 파트를 완성하기를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것이 힘들긴 했지만, 제가 생각하는 각 곡에 대한 해석과 피쳐링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과정을 조화롭게 완성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Q. 피처링에 참여하는 뮤지션들과의 컨택 방법은 주로 어떻게 이뤄지나요.
이번 앨범의 경우 대부분 과거 함께 작업했던 아티스트들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친구들이나 다른 아티스트들이 추천해준 사람들이었고요. 또 어떤 사람들은 제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찾았습니다. 저는 매일 새로운 음악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매달 로스앤젤레스에서 DJ를 하기 때문인데, 이 과정에서 새롭고 흥미로운 아티스트들을 많이 찾게 됩니다. 타라 알레시아, 피키스, 그리고 선은 저와 고향이 같은 아티스트들입니다. 피키스는 유투브 스타이기도 하고 ‘아메리칸 아이돌’에도 출연했습니다.

Q. 피처링 참여 뮤지션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우선적으로 목소리(사운드)가 훌륭해야 합니다. 어떻게 생겼든, 아이돌이 될 수 있든 없든 상관 없습니다. 그들의 재능만 봅니다.

Q. 그간 에픽하이, 다이나믹듀오, MYK, 페니 등 국내 뮤지션들과의 협업이 활발했어요. 주로 어떻게 이뤄지게 됐나요.
다이나믹 듀오가 샌프란시스코에 MYK를 보러 왔을 때 처음 만났어요. 저를 보자마자 제 팬이라고 얘기하면서 30개의 다른 비트(곡)를 들려줬는데, 그때 제가 ‘지구본 뮤직’을 골랐습니다. 그 뒤로 에픽하이가 ‘魂: Map The Soul’곡 작업과 자신들의 투어에 참여해달라고 연락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한국 음악 씬에 일부분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전에는 일본에서 활동을 많이 하기는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제 모국인 한국을 경험하고 싶었거든요. 정말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Q. 지금까지 국내 뮤지션들과의 협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언제인가요.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블락비 박경과 함께 카카오톡을 통해서 함께 작업 한 ‘보통연애’인 것 같습니다. 사실 이 곡을 만들 때 박경과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몇 달 동안 굉장히 열심히 곡 작업을 했던 기억이 남습니다.

Q. 박경의 ‘보통연애’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가장 큰 인기 요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당연히 박경이 훌륭한 아티스트기 때문이죠. 그는 좋은 멜로디를 짜는 데 재능이 뛰어나며 남다른 비전이 있습니다. 저는 그냥 저만의 재즈 힙합 사운드를 내놓았고, 한국 대중은 그 부분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가 만든 사운드가 한국에서는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그 곡이 더 독창적인 색깔을 띄웠던 것 같습니다. 조만간 박경과 또 다른 곡을 작업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Q. 현재 계획 중인 국내 뮤지션과의 협업에 대해 살짝 귀띔해 줄 수 있을까요.
최근 한국에 갔을 때 타블로에게 연락했고, 타블로가 자신의 새 사무실을 보여주며 하이그라운드에서 만들고 있는 새로운 음악들을 다 들려줬어요. 조만간 저도 타블로에게 저의 곡들을 보내주고 새로운 작업을 같이 해 볼 계획입니다.

Q. 국내 많은 뮤지션들이 케로 원과의 협업을 원하고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모르겠어요. 하하. 저 역시 한국의 많은 아티스트들과 일하고 싶어요. 최근에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음악이 정말 많이 발전했다고 느꼈고, 거기에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죠. 사실 10년 전에 왔을 때는 전혀 이렇지 않았어요. 항상 이런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저는 많은 미국, 유럽, 그리고 일본 아티스트들과 일을 했지만, 현재 한국 음악이 ‘탑 (최고)’이라는 점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Q. 국내 재즈 힙합 씬이 많이 커졌지만 아직 크게 활발하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국내 팬들 혹은 한국 대중에게 재즈 힙합에 대해 쉽게 설명해 준다면요.
재즈 힙합은 1990년대의 힙합과 같습니다. 이 같은 스타일을 갖고 있는 그룹들은 예전에 많았어요. 그리고 저는 그런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고요.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와 파사이드(Pharcyde)와 같은 그룹들이 있었죠. 하지만 그들의 음악을 ‘재즈 힙합’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였어요. 제 생각에는 앞으로 재즈 힙합 씬이 점점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재즈 힙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주시고, 한국의 음악 팬들이 이 음악이 무엇인지 알기 시작하면 말이죠.

Q. 앞으로 케로원의 음악 활동에 대한 계획을 듣고 싶어요.
한국 아티스트들과 더 많은 작업을 하고 한국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고 싶습니다. 이번 앨범 발매와 함께 라이브로 드러머와 싱어들과 함께 커스텀 비주얼 쇼를 보여드릴 예정이에요. 완벽한 경험을 팬들에게 주고 싶어요.

Q. 마지막으로 국내 팬들에게 한 마디 해 주세요.
사랑해요. @keroone에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메시지를 남겨주세요. (사진제공: 소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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