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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응답하라 1988’ 박보검, 아직은 프롤로그

2016-02-07 13:49:46

[bnt뉴스 김희경 기자 / 사진 백수연 기자] 24살. 아직은 어리지만 마냥 순수하다고 할 수 없는 나이 중 하나가 아닐까. 하지만 박보검의 24살은 마치 아무도 밟지 않은 깨끗한 눈밭과 같았다. 어디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그 모습이 낯설거나 꾸밈이 없게 느껴졌다.

최근 종영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에 출연한 박보검은 bnt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8살의 최택과 24살의 자신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촬영이 끝난 뒤 바로 푸켓에서 아프리카를 다녀온 그는 “아직도 드라마가 끝난 게 실감나지 않는다”며 얼떨떨한 모습을 보였다.

‘응답하라 1988’ 마지막 회는 순간 시청률 21.8%를 기록하며 지상파 못지않은 기록을 세웠다. 이에 대해 박보검은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라며 감사의 뜻을 밝혔다.

“사실 케이블 시청률이 어느 정도가 나와야 잘 나오는 건지 몰랐어요. 막연하게 ‘잘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어느 정도의 파급력이 있었는지도 몰랐고요. 이렇게 전 국민적으로 사랑을 받은 작품이 돼서 정말 기뻐요.”


‘응답하라’ 시리즈의 일등 공신이라 할 수 있는 신원호 PD와의 호흡에서도 박보검은 존경의 마음을 가득 드러냈다. 배우들을 위해 감독으로서의 딱딱한 권위를 내려놓은 것을 언급하며 “안 좋은 날이 없었다”는 박보검은 마냥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

“제가 지금까지 함께 한 감독님들 모두가 좋았지만 신원호 감독님은 굉장히 유머러스하신 분이에요. 현장에서 화내시는 걸 본 적도 없죠. 게다가 미술, 소품, 연기, 노래 등을 현장에서 세세한 부분을 전부 체크하시는 꼼꼼한 모습도 갖추고 계세요. 피곤하실 텐데도 언제나 농담을 건네주시고 연기적으로 좋은 말씀을 많이 주셨기 때문에 저는 언제나 현장 가는 발걸음이 즐거웠어요.”

‘응답하라 1988’은 다른 시리즈보다 더 많은 가족애가 담긴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는 1993년생의 박보검이 1988년의 청춘을 연기하는데도 무리 없이 그려낼 수 있는 진솔한 감정선이기도 했다.

“드라마를 찍으면서 따뜻한 감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택이가 방에 없어도 모두가 택이 방에 다 있는 모습에서도요. 서로가 말하지 않아도 뭐가 필요한 지 아는 것 같고 밥상에 김치찌개만 하나 있던 택이네였는데 다른 집에서 준 반찬으로 서로 채워가는 것들이 서로간의 배려와 정을 느낄 수 있는 모습이었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고, 비밀이 없고, 서로 시기나 질투 하지 않는 이웃 간의 사랑이 참 감동적이었어요. 지금도 그러한 이웃 간의 정을 느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최택은 ‘응답하라’ 시리즈 중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중 하나. 특히 사랑을 위해선 자신의 전부였던 바둑을 뒤로 할 줄 아는 ‘사랑꾼’이자 ‘승부사’의 모습을 보여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어찌 보면 배우로서의 한 부분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는 결과지만 박보검은 이에 대해 겸허한 태도를 보였다.

“제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길 정도로 제가 연기를 잘 했는지는 모르겠어요. 솔직히 바둑도 더 많이 시간을 투자했다면 더 좋은 퀄리티를 보였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굳이 10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면 제가 아니라 최택과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주신 감독님과 작가님들에게 드리고 싶네요.(웃음)”

“다들 제 일에 대해 기뻐하시지만 그러면서도 제게 ‘이럴 때일수록 신중하고 겸손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말씀하세요. 가족은 물론 회사 식구분들도 제 일에 대해 항상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보시거든요. 못한 게 있으면 지적을 해주시고, 마냥 ‘내 아들’ 혹은 ‘내 배우’라고 생각하고 칭찬하기 보단 제겐 그런 지적이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응답하라’ 시리즈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의 뒷이야기도 존재한다. 최근 들어 대중들 사이에서는 ‘응답하라 저주’라는 말이 뜬소문처럼 퍼지고 있다. 그 내면에는 ‘응답하라’ 배우를 향한 과한 기대치의 악영향일수도 있을 터. 이에 박보검은 “그게 왜 저주인지 모르겠다”며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응답하라’가 많은 분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다음 작품이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응답하라’를 통해 제 얼굴과 이름을 알릴 수 있고, 큰 사랑과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건데요. 부담감은 있겠지만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최선을 다해 제 작품을 사랑한다면 그건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응답하라 1988’을 보신 분들 중에 저를 처음 보시고 ‘너를 기억해’를 보고 계시다는 분들도 많아요. 앞으로도 제가 작품을 하면 그때 제 작품을 보고 ‘응답하라 1988’을 보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 마음 속에는 언제나 모든 캐릭터가 간직되어 있고요. 이 마음을 토대로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어요.”

2016년의 목표에 대해 묻자 박보검은 특유의 어리고 풋풋한 미소를 지으며 “연기에 흠뻑 빠져든다는 칭찬을 받고 싶다”고 답했다.

“요즘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더 나이 들기 전에 교복 입고 청춘물을 찍고 싶어요.(웃음) 1993년생 동갑내기 배우분들과 연기하는 것도 꿈이고요. 제가 배울 게 많은 분들이에요. 그리고 더 다양한 역을 해보고 싶어요. 제가 하지 못했던 많은 역을 만나며 모델이 옷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것처럼 저도 저만의 매력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박보검은 외유내강의 모습도 갖고 있었다. 마냥 순수해보이지만 앞으로 자신의 인생에 닥쳐올 일들에 대해선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그중 인상깊었던 대목은, 자신의 이름에 쓰인 보배 보(寶)와 칼 검(劍)의 유래를 예시로 든 점. “한 나라의 임금이 언젠가 올 한 때를 위해 귀한 칼을 쓰라”는 뜻을 설명한 그는 “사람이 살다보면 순리대로 살아가야 할 때가 있다”는 다소 어른스러운 답변을 내놓았다.

짧은 인터뷰 동안 그가 말한 순리의 정답을 찾을 순 없었지만, 그가 이야기했던 많은 부분을 통해서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 택이에게 전하는 말은 박보검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깊은 애정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택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짠해요.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너무 수고했고, 아프지 말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 회에서 친구들과 모두 이사를 떠났지만 이후에도 오래 오래 연락하길 바라고 많은 분들의 상상 속에서 살아있길 바래요.”


뜨거운 인기만큼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박보검이었지만, 인터뷰가 끝난 뒤 박보검은 모두에게 깍듯이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를 연신 전하며 밝은 미소를 보였다. 다른 곳에서 쉬이 찾아볼 수 없는 단정함은 어색하지 않아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필자는 박보검의 삶이 아직은 광명을 맞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언젠가 이 모든 것들이 먼 훗날 그의 인생을 돌아봤을 때 아주 간단한 프롤로그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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