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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부탁해요, 엄마’ 손여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2016-02-24 08:34:36

[bnt뉴스 조혜진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손여은이라는 세 글자가 주는 분위기가 있다.

최근 KBS2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극본 윤경아, 연출 이건준) 종영 후 선혜주 역을 맡아 활약한 손여은과 bnt뉴스가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선혜주 캐릭터를 위해 외적으로 보여 지는 의상에도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려고 했다던 그는 공주처럼 튀지는 않지만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의 선혜주를 그대로 닮아있었다.

“처음 시놉시스 받았을 때, 캐릭터가 주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오랜만에 작품을 하게 됐어요. 선혜주라는 역할에 캐스팅 제의를 받고, 크게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혜주는 보기에 여리고 보호받아야할 것 같은 여자이지만 알고 보면 의외로 강단 있고, 배짱도 두둑해요. 가끔 주위사람을 놀라게 하는 사차원의 소유자이기도 하고, 평범하기도 해요. 단순히 ‘여성스럽다’ ‘청순하다’라고 한가지로만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라 다양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어 더 매력 있었어요.”

선혜주 캐릭터가 끌렸던 만큼, 캐릭터를 위한 준비 또한 헛되이 할 수 없었다.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혜주를 위해 저 또한 순수한 마음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제 안에 있는 순수하고, 계산되지 않은 것들을 찾아 끌어내려 했다”고 남다른 접근법을 전하기도. “모든 캐릭터를 할 때마다 그렇지만, 혜주처럼 살려고 했고, 또 6개월 동안 하다보니까 정말 그렇게 살게 됐다”며 만족스럽게 웃어보였다.

“실제로도 혜주처럼 차분한 편이에요. 정적인거 좋아하고, 평소엔 가만히 있는 걸 즐기죠. 그렇지만 혜주는 쉽사리 나서지 못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의외로 당당하게 이야기할 때도 있고, 이런 때 보면 오히려 저보다 혜주가 더 할 말을 잘 하는 것 같아요(웃음).”


“예전에는 인터뷰 할 때 말도 잘 못하고, 대화 할 때 상대방 눈도 못 쳐다봤었다”고 고백하며 웃어 보인 그의 눈에서는 답답하면서도 어리숙하게 귀여운 면으로 미소 짓게 만든 선혜주의 눈빛이 보였다. 하지만 의외의 당당함을 드러내며 형규(오민석)와 사랑스러운 연애를 이어가던 선혜주 캐릭터는 결혼 이후 부쩍 얄미워졌다며 시청자들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특히 혜주의 아들 산(길정우)과 새 아빠 형규와의 다리 역할을 잘 해내지 못 할 때는 그 미움의 소리가 배가 되기도.

“저도 그 점이 조금 아쉬웠어요. 혜주라면 분명 현명한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며느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하지만 완벽하지 못한 게 인간의 모습이기도 하고, 부족한 부분을 드라마에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도 생각을 해요. 혜주도 역시 완벽하지 못한 인물이었던 거죠. 재혼할 상황을 예측하지도 못했고, 혜주도 그 상황을 처음 겪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서툴지만 그 과정들을 겪어가면서 성장했던 것 같아요.”

손여은이 그려낸 혜주는 그의 말처럼 한 가지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있는 캐릭터가 아니기에 더욱 인상 깊었다. 집안의 결혼 반대 이후 다시 형규에게 찾아갔던 신은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캐릭터임을 확실히 부각시키는 장면이 되기도.

“맞아요. 그 점이 매력 있었어요. 혜주가 실수도 많이 하긴 하는데, 의도된 건 아니고 실제로 본인도 그렇게 될 줄 모르고 일어나는 상황들이 많아요. 사차원이라는 설정 자체도 혜주만의 세계와 소신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 같아요. 또 그 안에서 사는 인물이고요. 한없이 어리바리 하고, 여기저기 맞추고, ‘전 잘 몰라요’하는 인물이었다면 더 답답했을 수도 있잖아요. 자기 세계 안에서 사는 인물이기에 더 매력 있었죠.”

손여은이 느끼고 이해한 선혜주는 역시나 매력적이었다. 그가 직접 연기하며 경험한 혜주를 이야기할 때, 하나의 장면에서 보여 진 답답함과 얄미움을 최소화 시켰다. 단순하지 않은 혜주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아직 혜주를 떠나보내지 못했다던 손여은은 “오랜만에 한 작품인데다 저한테도 선물 같은 캐릭터다. 그런 혜주에게 고맙고, 그런 혜주를 만들어준 작가님, 감독님한테도 감사하다”고 작품 속 캐릭터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손여은이 연기자의 길에 들어선지 어느덧 10년이 지났다. 피아노를 전공하던 대학생 손여은에게 연기는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왔다. 그는 “서울에 놀러왔다가 하루에도 몇 장씩 명함을 받게 되니까 그 당시에는 제 운명이 이쪽인가 생각이 들었다”고 연기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렇게 직접 프로필도 돌리고, 매니지먼트사를 접하게 되면서 연기학원도 다니게 됐다던 그는 이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그렇게 그는 계속해서 작품에 얼굴을 비쳤지만 대중들에게 손여은이라는 세 글자를 각인시키기란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는 비로소 ‘부탁해요 엄마’를 통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었다.

“쉴 때는 학교를 다녔어요. 그렇게 졸업도 하게 됐고, 좀 쉬다가 광고 같은 것도 찍고 했어요. 저에게 ‘너는 이 길이 안 맞아’라고 말하는 상황들 때문에 힘들지는 않았어요. 다만 연기로써 답을 찾지 못했을 때나, 연기에 대한 고민에 빠질 때 ‘나는 연기에 소질이 없나’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못 알아보고 일이 적다는 것은 개의치 않았어요.”

손여은은 남의 시선에 아랑곳 않을 줄 아는 용기와, 선택 앞에 흔들림 없이 나아갈 줄 아는 곧음을 지닌 배우였다. 제 안에서 일이 풀리지 않을 때 가장 혼란스러웠다던 그의 말에는 일에 대한 애정과 욕심도 엿보였다. 그의 대답에 손여은이 그리는 앞으로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작품 하나를 끝낼 때마다 그 작품이 정말 소중해요. 또 다음 작품은 어떨까, 기대하고 설레는 시간이 좋아요. 어서 작품을 만나서 시청자 분들, 관객 분들과 교감하고, 그렇게 계속 그려나가고 싶어요. 제 모습이 어떨지 정해놓지는 않아요. 여태까지도 자연스럽게 그래왔고요. 그러다보니 다양한 역할들을 할 수 있었어요. 많이 알려지진 않았어도 다 다른 캐릭터들을 맡아왔고, 캐릭터마다 차이가 있었거든요. 그렇게 다양한 연기를 보여주면서 저도 재밌게 촬영하고, 보시는 분들도 ‘이 배우였어?’하고 놀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게 배우로서 보람 있는 삶인 것 같아요.”

작품 하나하나 소중하게 품어왔다. 배우 손여은으로서 꿈꾸는 앞으로의 모습은 ‘지금처럼’의 의미를 담고 있지 않았을까.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재미와 자긍심은 근사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대화를 나누면서 배우 손여은 이상의, 인간 변나연 자체로의 매력을 발견했다. 그가 꿈꾸는 삶의 목표에 귀기울여봤다.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행복한 게 멀리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순간순간을 긍정적이고 즐겁게 살면 그게 행복인 것 같아요. 행복이 멀리 있다고 생각 안 해요. 제 꿈도 잃지 않고 제 안에서, 또 일 안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으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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