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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s pick] ‘완벽한 아내’ 남미스타일 아닌 허은정스타일을 말하다 (인터뷰)

2017-03-21 20:22:24

[임현주 기자 / 사진 조희선 기자] 감사함을 아는 배우 허은정을 만났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혹시 너무 쉽게 포기하지는 않는가? 용기가 나질 않아서, 두려워서, 확신이 없어서 갖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포기하기는 쉽지만, 포기하면 그 어떠한 것도 얻을 수 없다. 이 세상의 모든 노력은 간절함과 뜨거움에서 오니까.

그 뜨거운 노력을 샘내듯 꽃샘추위가 이어지던 3월, 배우 허은정과 bnt가 만났다.

“후회가 제일 무서워요. 혼자서 자세하게 상상을 해봤어요. 만약에 연기를 그만두고 내가 결혼을 했어. 빨래를 개고 있는데 TV에 내가 아는 애가 나와. 아니면 내가 저 역할을 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후회. 아직 한참 많이 남은 내 인생이 너무 불행할 것 같은 거예요”

어려움 하나 없이 지냈을 것 같은 이국적이고 예쁜 외모와 달리 그의 속마음에는 청춘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불안함과 좌절함이 있었고, 그러기에 그의 외모가 눈부시게 빛이 났다.

Q. 요즘 ‘완벽한 아내’에서 미스터리한 캐릭터 손유경 역을 맡아 눈길을 끌고 있어요. 소감이 어때요?

처음에는 너무 긴장도 되고 떨리고 설렜어요. 정말 너무나 하고 싶었던 일을 하게 되니까 부담감이 컸죠. 잘하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에게 채찍질도 많이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고... 요새는 진짜 감사한 마음이 가장 커요.(웃음) 이렇게 인터뷰 하는 것도 저한테는 너무 행복하고 감사해요.

Q. 대선배인 고소영 씨와 호흡은 어때요?

(고소영) 선배님 이미지가 도도하시잖아요. 아직 신인이라서 잘 모르는 부분이 많지만, 같이 현장에 있어보니까 인간적인 면이 많으신 것 같아요.(웃음) 제가 대사보다는 시선처리의 연기들이 많아요. 경험이 많지 않아서 좀 부족하다 보니 시선이 불확실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고소영) 선배님께서 많이 조언을 해주세요. 또 촬영장 분위기도 좋게 만들어주셔서 다들 항상 웃고 계세요.(웃음)

Q.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아요.

아 제가 첫 촬영 날 정말 많이 긴장하고 떨었어요. 그런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는데 바닥에 있는 마크 표시만 보고 걸었던 거예요.(웃음) 관계자 분들이 “유경이 지금 어디 보니~앞을 봐야지” 하셨던 기억이... 완전 얼어있었죠.(웃음)

그때 남기애 선배님이랑 붙는 신이었는데 제가 떨면서 “진짜 아니에요”라고 대사하는 장면이었거든요. 오히려 떨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나왔던 것 같아요. 진짜 떨었거든요.(웃음)


Q. 이번 작품에서 열연 중이신데 인물을 연기함에 앞서 어떤 부분을 제일 신경 쓰시나요?

유경이라는 인물이 행동이나 대사가 많이 없어서 베일에 싸인 인물이에요. 아직 이 아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표현함에 있어서 고민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시선 연기가 정말 중요해서 대본에는 없지만 제가 만든 독백 대사들을 속으로 생각하면서 촬영에 임하는 것 같아요.

Q. 원래 타히티라는 가수로 시작했잖아요. 그 이후 살짝 늦은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게 된 만큼 불안했을 것도 같아요. 그런데도 배우로 전향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원래는 연기자가 꿈이었어요.(웃음) 제가 연기와 노래를 다 해보니까 연기를 할 때 더 좋았고, 애정이 가더라고요. 그렇게 병행 아닌 전향을 결심하게 됐죠. 결심하게 된 이유 중 제일 컸던 게 나중에 더 어른이 됐을 때 ‘아 내가 좀 더 좋아하는 거 해볼 걸’ ‘정말 그것만 열심히 해볼 걸’하는 후회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거였죠.

Q. 힘들었던 적이 참 많았을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리프레시하는 본인만의 방법은?
한동안 작품을 많이 못했고 몇 년 동안은 계속 아무것도 안하고 지냈어요. 처음에는 너무 힘든 거예요. 당연히 사람이니까!(웃음) 되게 무의미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지고 ‘내가 왜 사는 거지?’하는 생각이 들고... 배우라는 직업이 계속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 시간이 좀 오래 걸린 것 같아요.

그걸 깨닫고 나서 ‘아 뭐라도 배워야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기도 연기지만 내가 무언가를 배워서 얻는 행복함과 만족감,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그래서 그때부터 운동도 열심히 하고 언어도 배우고, 혼자 등산도 다니고 배울 수 있는 걸 많이 하려고 노력했어요.(웃음)

Q. 듣다보니까 일상생활도 참 궁금해요.

우선 아침에 일어나면 테니스를 가요. 회사에 가끔 가서 같이 점심 식사도 하고. 그 다음에 집을 와서 영화도 보고 뜨개질도 하고 유화도 그리고! 패션 쪽에도 관심이 많아서 쇼핑도 하고. 집순이 끼가 살짝? 있어요.(웃음) 운동할 때 말고는 (집밖으로) 잘 안 나가는 것 같아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이 있을 것 같아요.

천방지축하고 밝고! 누구의 동생 이런 역할? 해보고 싶어요. 저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웃음)

Q. 같이 작업해보고 싶은 상대배우는 누가 있나요?

류승범 선배님이요! 정말 너무 매력 있으신 것 같아요.(웃음) 진짜 자기 색이 강하신 분이시잖아요. 같이 연기해보면 어떨지 궁금해요. (류승범) 선배님과는 동생으로 말고 로맨스로 만나보고 싶어요.(웃음)

Q. 그럼, 여배우들 중 롤모델은요?

이미숙 선배님이요! 너무 존경해요.(웃음) 정말 예쁘시고 아름다워요. 거기에 연기하실 때 카리스마가 진짜... 저도 시간이 흘러 나중에 그런 카리스마를 닮고 싶어요.

Q.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같이 있다 보니 (허)은정 씨의 매력을 알 것 같아요. 근데 이 글만 보시는 분들은 실제 (허)은정씨 모습을 많이 궁금해 하실 것 같아요.

전 밝은 에너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웃음) 고민거리도 잘 들어주는 사람이고, 상대방을 배려할 수도 있고... 제가 좀 이국적으로 생겼죠? 이게 장점인지는 모르겠지만.(웃음) 또 어떤 역이든 그 역에 맞춰서 카멜에온 같이 색을 바꿔가면서 할 수 있어요. 제 입으로 말하니까 너무 민망하네요.(웃음)

Q. ‘완벽한 아내’를 시청해주는 시청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완벽한 아내’를 보시면 아마 시청자 분들이 많은 생각을 하실 것 같아요. 처음에 봤을 때는 편하게 보실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하실 텐데, 스릴러 같기도 하고, 코믹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보시면서 점점 더 재미를 느끼실 거예요. 많이 많이 시청해주세요.(웃음)


허은정과의 인터뷰는 연예인과의 만남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의 시간이었다. 기자의 인터뷰였던 것 같기도 했던 시간. 그만큼 그의 대화법에는 배려가 깊었고, 겸손함이 가득했다.

“자존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끝없이 떨어지잖아요”라며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는 허은정의 눈빛에선 깊은 슬픔의 온도가 느껴졌다.

“사람들이 저를 보고 이름은 모르는데 아 어디서 봤지?만 해주셔도 너무 좋을 것 같아요”라는 허은정. 사소함에도 감사함을 느끼는, 그릇이 큰 사람이자 배우인 허은정에게 이 세상이 ‘완벽한 아내’라는 선물로 그 동안의 노력을 보상해 준 것이 아닐까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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