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인터뷰] ‘LOVE AND FALL’ 바비의 네 번째 서바이벌

2017-09-18 19:41:42

[김영재 기자] 바비에게 첫 솔로 앨범은 기회다.

가수 바비(BOBBY)가 대중과의 접점을 찾은 순간은 지난 2013년 여름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고 Mnet에서 방송된 서바이벌 프로그램 ‘윈: 후 이즈 넥스트(WIN: Who Is Next)’에서 그는 래퍼로서 팀의 데뷔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 가운데 시청자는 YG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되기 위해 카메라를 마주한 2011년 당시의 바비를 브라운관 앞에서 시청했던 바 있다. “집이 약간 힘든.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다 일을 하신다. 근데 형도 일하고 그래서. 열심히 스타가 돼서 집안을 힘 있게. 인생을 걸고 싶다. 멋진 스타가 될 몸이다. 잘 키워달라. 부탁드린다.” 해당 영상에서 심사위원은 “기특하다”라고 말한다. 바비는 가족을 위해 성공을 희망하는 기특한 연습생이었다.

약 6년의 시간이 흘렀다. 가을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가운데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한 카페에서 바비를 만났다. 그간 그는 한 번의 서바이벌과, Mnet ‘쇼미더머니3’라는 두 번째 서바이벌, ‘믹스 & 매치(MIX & MATCH)’란 세 번째 서바이벌을 거친 후 그룹 아이콘(iKON)의 바비가 됐다. 그리고 14일 솔로 앨범 ‘러브 앤 폴(LOVE AND FALL)’을 발표했다.

보통의 음반은 앨범의 이름이 대문만한 크기로 전면에 배치된다. 그러나 바비의 실물 앨범은 파도가 부숴지는 바다 앞에 눈을 감고 있는 바비의 모습만이 기자의 눈에 들어왔다.

“가수로서 솔로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는 것은 큰 업적이다. 큰 기회고, 좋은 기회다. 그때는 이렇게 앨범을 낼 수 있다는 생각조차 못 했다.” 이어 바비는 “만약에 돌아갈 수 있다면, 어린 나에게 말할 수 있다면, ‘너 정말 잘 될 테니까 열심히 해’라고 말해주고 싶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슬럼프도 있었고 힘든 개선의 단계도 있었다. 얼마 못 왔지만, 그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바비는 보여드리고 싶은 만큼 꽉 채운 정규 앨범을 발표하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마치 엔진에 예열을 가하듯 싱글이나 미니 앨범으로 음악 인생을 시작하는 것이 현 가요계의 흐름이다. 하지만 바비는 온전히 그의 이름을 내건 정규 앨범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총 열 곡이 수록된 신보에서 바비는 전곡을 작사했고, 작곡에도 공동 작곡가로 이름을 올렸다.

“2015년에 ‘런어웨이(RUNAWAY)’를 처음 썼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즐기면서 노래를 만들었고, ‘이걸 꼭 해야지’라는 생각보단 취미 생활을 하듯 즐기면서 열심히 했다. (양현석) 회장님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끈질기게 곡을 보내드렸다. 한 달에 적으면 한 곡, 많으면 서너 곡. 회장님을 귀찮게 해드려서 정규 앨범이 나온 것 같다. (웃음)”

그는 “평소 내 노래는 자기 전에 듣기 좋은 노래가 아니다. 쿨하고, 거칠고, 터프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다”라며, “이번에는 감성적 모습, 로맨틱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무드 있고 달달한 노래를 썼다”라고 방향을 설명했다. 또한, 바비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자기 전에도 들을 수 있는 노래’였다. ‘얘 이런 모습도 있네. 감성적 부분도 있네? 목소리도 마냥 거칠지만은 않네’라는 평가를 듣고 싶다”라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가수를 희망했다.

왜 자기 전일까. “자기 전에는 잠에 들기 위해 사람이 예민해진다. 나도 자기 전 상상을 많이 한다. 무대 위의 내 모습이라든지, 어떤 상황이라든지. 그것이 자연스럽게 꿈으로 이어지더라. 예민해서 불도 다 끈다. 그 상황에도 내 노래를 듣고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듣기 좋은 노래이고, 편한 노래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목표와 달리 바비는 “‘들으면서 자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노래를 듣진 않는다”라는 말로 웃음을 불러 모았다. 웃음 소리가 커지자 바비는 앞으로는 그의 노래를 들으면서 잠에 들겠다며 멋쩍어했다.


바비는 신보에서 ‘런어웨이’와 ‘사랑해’를 더블 타이틀곡으로 내세웠다. 작업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런어웨이’라고. “곡을 2년 전에 썼다. 그때는 발음 문제도 있었고, 보컬 부분에서도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서 많이 힘들었다. 더 잘 들리게 해야 하고, 노래를 잘해야 하고. 그런 부분 때문에 수정이 많았고, 힘든 기억이 있는 곡이다.”

다음은 ‘런어웨이’ 가사 중 일부다. ‘거울 속에 왜 / 더 이상 내가 알던 내 모습이 아닌데 / 꿈을 좇고 싶은데 / 내 어깨에 책임이라는 짐이 걸릴 때 / 비틀거리는 나를 보고 있다면 / 여기서 나를 데려가 줘 멀리 / 아이 워너 런어웨이(I Wanna Runaway)’. 더불어 바비는 앨범 발표 며칠 전 “꿈을 좇아 달려가는 상황에서 모든 것이 힘들고 지쳐서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을 표현했다”라고 곡을 소개했던 바 있다.

“일탈이란 소재를 두고 곡을 썼다. 20살 때의 일이다. 또래 친구들이 어딘가 놀러 가면 사진을 항상 찍어서 보냈다. ‘우리 이렇게 놀고 있는데 너 뭐해?’ 같은 문자도 받았다. 나는 함께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일탈에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같이 끼지 못하고, 그럴 때마다 추억에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고. 하지만 일탈보다 좋은 것은 음악이다. 음악에 집중하고 싶어서 지금 이렇게 노력하고 있기에 옛날만큼 섭섭하거나 슬픈 감정은 없다.”

일탈의 경험을 안 물어볼 수 없다. 이에 “편의점”이라고 답한 바비. 취재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편의점을 보고 없이 가는 것이 일탈이었다. 요새는 항상 보고만 드리면 어디든 갈 수 있다. 하지만 언젠가 핸드폰 찾기도 귀찮고, 너무 배고파서 보고 없이 편의점을 갔던 적이 있다. 라면이랑 삼각 김밥을 사는 것이 가장 큰 일탈이었다.” 무대 위의 바비는 야수성 짙은 래퍼지만, 동시에 그는 회사의 관리 아래 있는 아이돌이었다. 둘 사이에는 일치되지 못하는 장단점이 있을 테다. 갑갑할 수 있지만 바비는 그것을 개의치 않아 했다.


양현석 회장은 칭찬에 인색하다고. 회사의 수장에게 노래에 관한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 묻는 질문에 바비는 “(양현석) 회장님은 원래 칭찬을 잘 안 하시는 분이다. 칭찬은 듣기 어렵다”라고 답했다. 더불어 그는 “직접적으로 듣진 못했지만 솔로 앨범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큰 칭찬이다. 기회를 주신 것 자체가 칭찬이기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타이틀곡을 고르는 것이 어려웠는데, 회장님께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라고 덧붙였다.

가요계 주류 유통 채널은 CD 대신 스트리밍이다. 스트리밍의 강점은 원하는 곡만 들을 수 있다는 것. 대중은 신보에서 타이틀곡을 먼저 듣고, 유명한 가수가 피처링한 곡을 그 다음에 듣는다. 두 곡 내지 세 곡이 먼저 청자의 선택을 받는 셈. 앨범의 존재 이유는 전곡으로 완성되는 완결성이다. 스트리밍이 주류로 떠오를 때 대다수 음악가는 이는 앨범이 난도질 당하는 것이라며 시류를 반대했다. 몇 곡만 듣는 것과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전체를 듣는 것 중 어느 쪽이 옳을까. 정답은 없다. 대중 음악이고, 선택은 대중의 몫이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바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열 곡의 트랙 중 타이틀곡은 아닐지라도 음악 팬의 선택을 받길 원하는 곡이 있는지. 답은 ‘파이어워크(FIREWORK)’란다.

“‘파이어워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취향저격’ 때 노래를 하긴 했지만, 처음으로 보컬을 집중적으로 쓰게 된 노래가 ‘파이어워크’다. ‘파이어워크’ 노래 자체의 비트나 분위기가 무겁다. 하지만 뭔가 로맨틱하고 듣기 편한 노래가 또 ‘파이어워크’다. 센 노래인데도 그렇다. 그래서 ‘파이어워크’는 꼭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바비와 대중과의 접점은 ‘윈: 후 이즈 넥스트’였지만, 대중에게 각인된 기회는 단연 ‘쇼미더머니3’였다. 여기에서 그는 힙합 레이블 일리네어레코즈의 래퍼 도끼(Dok2), 더 콰이엇(The Quiett)과 손을 잡고 쇼의 챔피언이 됐다. ‘가’부터 ‘연결고리#힙합’ ‘L4L(Lookin’ For Luv)’ ‘가드올리고 바운스(Bounce)’까지. 혹자는 “다 된 밥에 ‘YG’ 뿌리기”라며 그의 참여를 경계했지만 결국 바비는 방송의 흥행을 이끌었다. 온전히 바비의 몫은 아닐지라도 시청률 또한 이전 시즌에 비해 3배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신보에는 흥행의 시초 래퍼 도끼와 더 콰이엇의 참여가 없어 궁금증을 모은다.

바비는 “도끼 형이나 더 콰이엇 형에게 조언을 물어보진 않았다”라며, “다만 냉정한 귀가 필요하고, 냉정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송)민호 형에게 의견을 구했다. ‘이건 별로야’ 혹은 ‘저건 좋아’라고 말씀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라고 그룹 위너(WINNER) 멤버 송민호의 조언을 언급했다. 새 앨범에서 두 사람은 남성 듀오 맙(MOBB) 때를 회상할 수 있는 5번 트랙 ‘업(UP)’으로 다시 한번 뭉쳤다. 저번 앨범에 수록되지 못해서 너무 아까운 곡이었다고.

무대가 놀이터인 것처럼 뛰어다니는 바비의 모습을 기대한 음악 팬이라면 ‘러브 앤 폴’은 기대에 어긋나는 앨범일 수도 있다. 바람과 상반되는 음악을 한다는 것. 걱정은 없었을까. “걱정보다 오히려 기대가 된다. 항상 보여드리던 모습만 선보이다가 전혀 다른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니까 그것이 기대된다. 로맨틱하고, 서정적이고, 밤에 듣기 좋은 노래를 쓰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 자체가 기대가 되고, 또 기쁘다.”


바비의 이번 솔로 데뷔는 음악 외적인 면에서 관심을 집중시킨다. 아이콘은 5월 새 싱글 ‘뉴 키즈: 비긴(NEW KIDS: BEGIN)’에 수록된 더블 타이틀곡 ‘블링 블링(BLING BLING)’ ‘벌떼(B-DAY)’ 모두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며 뼈아픈 위기를 겪었다. 이 가운데 8월 팬덤 아이코닉(iKONIC)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향해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과도한 스케줄 강행, 빈약한 국내 활동, 계속되는 활동 계획 번복 등이 팬덤이 언급한 보이콧 이유였다.

먼저 바비는 “성적이 나쁘게 평가된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부족하다는 증거니까 더 열심히 하자고 각오를 다졌다. 하루 빨리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서 아이콘 멤버들끼리 밤낮 안 가리고 열심히 하고 있다. 동기 부여라고 생각한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현재를 인정하고, 또 반등을 목표했다. 또한, 팬덤의 보이콧에 관해서는 “갈증의 표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부족해서 앞에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혼내신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정말 멋있는 모습으로 다가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라고 기다림을 부탁했다.

아이콘의 컴백에 관해서는 “내일이라도 나오고 싶다. 우리가 목표를 잡고 있는 것은 ‘올해 안에, 가을이 지나기 전에 꼭 나오자’라는 바람이 있다”라고.

‘러브 앤 폴’ 활동은 아이콘의 성적 부진 이후 약 4개월 만에 이뤄진 결정이다. “그 시기 후에 앨범이 나온다는 것이 전혀 부담되지 않는다. 성적이 잘 나오면 좋겠지만,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을 보여드린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온 것에 감사하다. 그렇기에 부담감은 없다.” 기회에 감사하는 한 남자가 눈 앞에 있었다.


바비는 아이콘의 멤버이며, ‘쇼미더머니3’의 우승자다. 대중이 그를 떠올릴 때 머릿속을 스치는 것은 이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과연 그는 이것에 만족할까. 어떤 가수로 대중의 기억에 남고 싶을까. “아직 생각은 못 해봤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 생각을 못 한 이유는 사실 하고 싶은 음악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레게도 해보고 싶고, 록도 해보고 싶고, 펑크도 해보고 싶고, 디스코도 해보고 싶고, 다 해보고 싶다.” 이어 그는 “모든 것을 잘하는 가수, 힙합을 포함해서 모든 것을 잘 소화하는 가수로 남고 싶다”라고 미래를 희망했다.

사실 바비는 모든 장르를 소화하고 싶다는 희망을 취재진에게 한 차례 더 건넸던 바 있다. 가창도 선보였다는 언급에 그는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라며 다수의 장르를 소원했다.

답변의 유사성은 질문의 유사성에 기인하지만, 어쩌면 답의 재현은 진실로 원하기에 재차 하나뿐인 바비의 입을 통해 세상으로 나온 것일 테다. 록을 하는 바비는 낯설지만, 스펙트럼을 넓힌다는 말은 대중과의 접점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과 일치한다. 혹자는 음악의 깊이가 얇아질 수 있다고 걱정하겠지만, 그는 무려 세 번의 서바이벌을 겪은 남자다. 그리고 솔로 가수로서 네 번째 서바이벌을 앞두고 있다. 하고 싶은 음악이 많은 바비. 지금의 욕심을 무기로 또다시 쇼의 우승자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바비(BOBBY)는 14일 오후 6시 타이틀곡 ‘사랑해’와 ‘런어웨이(RUNAWAY)’가 포함된 첫 번째 솔로 정규 앨범 ‘러브 앤 폴(LOVE AND FALL)’을 발표하며 본격적 활동을 시작했다.(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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