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What If②] 러블리즈 진, 따뜻한 오므라이스 한 그릇처럼

2017-09-25 13:52:27

[임현주 기자] 있는 그대로.

what if...“다른 길을 선택했었다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이 질문. 화려한 스타들이라고 살아오면서 단 한 가지 꿈만 쫓았으랴. 그들의 마음속에 고이 접혀있는 또 다른 모습들을 꺼내보고 싶었다. 단지 말과 글로만 설명되어지는 것이 아닌, 실제 그 모습으로 꾸며진 채로! bnt 기획 인터뷰 ‘What If’는 스타가 꿈꿨던 다른 모습을 실체화 시켜본다. -편집자 주-


인생은 하나의 큰 무대다. 이 무대 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배역을 받아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고 이 세상을 꾸며준다. 그러나 때때로 우리는 타인의 평가를 과도하게 중시한 나머지 그들의 말들을 자신에게 족쇄로 채워 본인만의 개성을 쉽게 지워버린다.

‘What If’ 여덟 번째 주인공으로 2014년에 데뷔한 걸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진(박명은)을 만났다. 그는 22살이라는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족쇄’ 대신 ‘열쇠’를 믿고 꿋꿋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팀 내에서 메인보컬을 맡고 있는 진은, 러블리즈 데뷔 전 발표한 솔로곡 ‘너만 없다’로 특유의 감성적인 보컬을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댄스곡을 많이 부르는 걸그룹에게 감성보컬은 하나의 큰 산이라고 말한다.

“댄스곡이 발라드처럼 될 때 자괴감이 들기도 하지만 그런 저의 모습이 싫지는 않아요. 제가 노래 부르는 목소리를 내가 사랑할 줄 알아야 남들도 사랑해준다고 생각해요. 아직 많은 분들이 제 감성보컬을 모르시지만 언젠가 좋아해줄 거라고 믿어요. 팬 분들은 대중들이 빨리 알아주시길 바라시지만 전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아요. 사람은 다 때가 있잖아요. 저도 그 시기가 천천히 오는 것일 뿐이죠. 전 지금도 너무 행복해요. 앞으로도 더 잘 될 거고요.”

어떠한 일의 사실은 바꿀 수 없지만 자신의 태도는 언제나 바꿀 수 있다. 이 변화는 마음속 열쇠를 어느 곳에 어떻게 지니고 있느냐에 따라서 쉽게 가능하다. 박명은의 행복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왔다.

▶[What If①]에서 이어집니다.
[What If①] 러블리즈 진, 4차원 감성 메인보컬...조금 느리더라도
[What If②] 러블리즈 진, 따뜻한 오므라이스 한 그릇처럼

Q. 힘든 점도 많겠지만 대중을 친구로 삼기도 하고 발전의 원동력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연예인은, 걸그룹은 축복 받은 직업 같아요.

맞아요. 평소에도 많이 느끼지만 콘서트 때 정말 몸소 느끼고 있어요. 특히 무대에서 팬 분들이 응원 봉을 흔들어 주면 정말 너무너무 감사해요.(웃음) 그런 모습들을 보면 가수라는 꿈을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아요. 출퇴근길에 편지도 주시거든요. 차에서나 숙소에서 읽는데 내가 이런 분들에게 편지를 받는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정말 감사하다는 말 뿐이죠.


Q. 가수 외에 또 다른 꿈으로 오므바그(오므라이스+함박스테이크) 가게 주인을 꼽았더라고요.

제가 일본 드라마에 빠져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게 됐어요. 거기서 야마자키 켄토가 오므바그 집을 운영하는데 그걸 보면서 ‘아 나도 오므바그 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말 단순하죠.(웃음) 오므바그 집을 운영하는 야마자키 켄토의 모습도 너무 멋있었지만 그 드라마 속 가게가 너무 예뻤어요. 소품 하나하나가 아기자기하고. 때마침 그때가 과일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어질 찰나였어요.(웃음) 과일가게 하면 여름엔 벌레도 많이 생기고... 팬 분들도 이 상황을 알고 계세요. 많이들 저한테 왜 꿈이 바뀌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사람은 바뀌는 거니까 그렇게 말씀드렸죠.(웃음) 근데 이젠 절대 바뀌지 않을 거예요!

Q.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 봐요?

잘 못해요.(웃음) 엄마가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활동하면 바쁘니까 숙소에서 음식 할 시간이 없기도 하고. 한번은 계란프라이를 했었는데 식용유 대신 올리고당에 했던 적이 있어요.(웃음) 이젠 진짜 잘할 수 있어요!

Q. 올리고당이라니... 조금 걱정이 되지만 가게를 낸다면 어떤 오므바그 집으로 만들고 싶어요?

드라마랑 똑같이 하고 싶어요. 극중 야마자키 켄토가 기찻길 앞에서 오므바그 집을 하고 있거든요. 저도 기찻길에 아기자기한 가게로 똑같이 꾸며서 하고 싶어요.(웃음)


Q. 어떤 손님을 맞이했으면 좋겠어요?

화 안내는 손님이요.(웃음) 제가 핸드폰으로 요리하는 게임을 했었는데 손님들이 음식을 주문한 지 5분도 안됐는데 막 화를 내더라고요. 심장이 두근거리고 무서워서 이 게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탈퇴를 했는데 실제로 가게를 내면 화내는 손님이 정말 무서울 것 같아요. 근데 이런 말해서 아무도 안 오는 건 아니겠죠? 그래도 제가 다 맞춰드릴 순 있어요. 그럴 자신도 있고요. 좀 무섭긴 하겠지만(웃음)

Q. 그때 멤버들이 와서 도와주기도 하고 놀러오고 하면 재밌겠어요.

다들 왔으면 좋겠고 아마 올 거예요. 오늘 현장에 놀러온 (서)지수언니는 맛있는 거 사들고 꼭 온다고 했어요. 기사로도 나가니까 언니는 꼭 올 거예요.(웃음) 팬 분들도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놀러오면 서비스도 많이 주고 그럴 거예요. 많이 놀러오세요 여러분!

Q. 야마자키 켄토가 나온 드라마를 보면, 일명 ‘츤데레’ 스타일로 많이 나오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 스타일이 명은 씨의 이상형인가 봐요.

이상형은 항상 바뀌는데 성격은 츤데레 스타일이 좋아요.(웃음) 전 착한남자보다 나쁜 남자가 더 좋더라고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서 켄토가 카나타로 나오는데 그 인물의 성격이 너무 매력있어요. 맨날 ‘빠가 빠가’하는데 너무 좋아요.(웃음)


Q. 인터뷰하면서 느낀 건데 명은 씨 특유의 말투가 참 매력적이에요. 본인이 생각하는 나의 매력은 어떤 점일까요?

음... 친근함? 모든 분들에게 공통될 수는 없지만 거리낌 없이 다가가는 성격인 것 같아요. 어렸을 때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 그런지 어른들이 어렵거나 하지 않아요.

Q. 평소엔 주로 뭐해요?

수영도 하고 자전거도 타고 일본어 공부도 하고 옛날 영화도 많이 봐요. ‘비긴 어게인’ 진짜 슬프더라고요. 재밌게 봤어요. 또 (서)지수 언니랑 산책도 많이 해요. 숙소에서 룸메이트거든요. 민낯에 모자만 쓰면 사람들이 저희인지 잘 모르더라고요.(웃음)

Q. 취미는요?

차에 타고 창밖을 바라보며 노래 듣는 걸 좋아해요.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는 게 좋더라고요. 드라이브가 제일 좋죠. 근데 그걸 해줄 수 있는 분이 매니저 오빠뿐이라... 사옥에서 연습하다가 숙소에 갈 때 그 시간으로 만족하고 있어요. 제가 액체괴물 만드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하나 만들면 해냈다는 그 뿌듯함이 좋아요. 이젠 가을이 오니까 레드 계열로도 만들어 볼 예정이에요.

Q. 지난 인터뷰들을 보니까 이성경 씨를 롤모델로 꼽았더라고요.

맞아요. 노래도 잘하시고 연기도 잘하시고 예쁘고 몸매도 좋으시고 다 잘 하시잖아요. 그런 모습이 좋았어요.(웃음) 근데 지금은 없어요. 롤모델을 정해놓으면 그 사람을 따라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제 인생의 방향이 롤모델로부터 정해지는 건 싫더라고요. 그냥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영향을 받는 정도가 딱 좋은 것 같아요.


Q. 이번 하반기에 신곡 발표하신다고 들었어요. 올해에 러블리즈 정말 바쁘네요.

바쁘고 힘든 게 좋아요. 활동할 때 진짜 바빠서 힘들었는데 막상 쉬면 생각도 괜히 많아지고 일하는 게 더 좋아요.(웃음)

Q. 러블리즈 진, 혹은 박명은의 앞으로 목표가 궁금해요.

러블리즈 메인보컬 진으로서 많은 분들에게 못 보여드린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아요. 저만의 색깔을 더 많이 알리고 싶어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팬 분들께서도 많이 안타까워하더라고요. 빨리 알려졌으면 하시는 마음인 것 같아요. 저는 괜찮은데.(웃음) 저희 엄마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병원에 가봐야 할 정도로 뭐든지 느렸다고 하더라고요. 5살까지 걷지를 못했으니까요. 근데 남들보다 느린 게 저의 성향인거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도 그런 거죠. 사람은 다 때가 있으니까 좌절하지 않아요. 기자님, 제가 데뷔 초에 비해서 지금도 정말 용 된 거거든요. 전 앞으로도 더 용 될 수 있다고 믿어요. 그럴 수 있기를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으니까 그 도전이 빛이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이번 기획 인터뷰를 위해 처음 미팅을 가졌던 날, 진은 ‘액체괴물’이라 불리는 슬라임 장난감을 가지고 왔었다. 미팅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었던 독특한 그 물건은 그를 마냥 귀엽고 어리게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선입견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느낀 박명은이라는 22살의 소녀는, 수많은 시선과 압박을 견뎌야하는 ‘연예인’이라는 세계 속에서도 자신만의 세계를 향해 천천히 그리고 용감하게 나갈 수 있는 큰 힘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것은 아마도 때묻지 않은 순수와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러블리즈 메인보컬로 대중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멤버는 케이일 것이다. 특유의 애교로 ‘꽃케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지도를 쌓고, MBC ‘복면가왕’에 ‘날쌘돌이 생쥐 제리’로 출연하며 가창력을 인정 받았기 때문.

하지만, 상큼발랄한 수줍음 속에 단련된 가창력을 지닌 진도 있다. 순수와 진심으로 단련된 감성 메인보컬 진. 안무를 함께 소화해야 하는 걸그룹에서 감성이 강점인 메인보컬은 상대적으로 티가 덜 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를 기다리며 멈추지 않고 성장 중인 진의 진심은, 마치 어느 한적한 기찻길 옆에서 마주한 따뜻한 오므라이스 한 그릇처럼 조용한 감동으로 대중에게 스며들 것이다.



기획: 김강유
진행: 김강유, 김치윤, 윤호준
인터뷰: 임현주 기자
촬영: 윤호준 bnt포토그래퍼
스타일링: 유어툴즈 최미선 디렉터, 이슬기 디렉터
의상: 레이즈(원피스, 슈즈), 하피러브즈잇(점퍼), 룩옵티컬(선글라스), 925(액세서리)
헤어: 박호준헤어 임은지 헤어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뷰티르샤 문하나 아티스트
장소: bnt스튜디오, As though I had wings(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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