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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s pick②] ‘다만세’ 한소희, 껍데기 뒤의 진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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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 사진 bnt포토그래퍼 윤호준] “한 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의 장점이 있다면 그것은 정보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일 테다. 한소희를 검색창에 입력했을 때 그의 직업은 ‘대한민국의 배우이자 모델’이라는 말로 소개되고 있다. 그렇기에 질문했다. “모델이고, 또 배우다. 이른바 ‘투 잡(Two Jobs)’이지만, 대중에게는 아직 낯설다. 모델 겸 배우 한소희를 소개하자면?”이라고.

그러자 그는 웃음과 함께 “투 잡은 아니다”라고 단호히 대답했다. 이어 그는 “이제 갓 데뷔한. 모델 타이틀을 벗고 싶은 한소희라고 한다”라는 말로 배우 한소희를 강조했다.

21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극본 이희명, 연출 백수찬)’에서 그는 주인공 성해성(여진구)의 동생 성영준(윤선우) 여자친구이자 병원장 딸 이서원을 연기했다. 이서원은 ‘패션지 기자.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아온 티가 팍팍 난다’라는 글로 묘사되는 인물.

또한, 그는 남자친구 성영준과 전(前) 과외 선생님 차민준(안재현)을 앞에 두고 “나 이름에 준 자(字) 들어간 남자 좋아하나 봐”라고 호들갑 떠는 유머까지 갖춘 캐릭터다. 굴곡 없는 인생을 살았기에 대중은 그에게 가지는 선입견은 뭐든 제멋대로인 부잣집 공주님이었다. 그러나 사랑을 건넬지언정 자신의 욕심을 앞세우는 이기주의자는 아니었다.

‘다시 만난 세계’는 그의 첫 연기 작품이다. 비중 있는 역할은 아니었지만, 편견을 깨부순 부잣집 딸 이서원을 연기한 한소희를 만나보고 싶었다. 또한, 한소희는 앞서 강조했듯 모델로서 유명세를 떨쳤던 바 있다. 그를 대중에게 알린 광고는 한 과자 광고였다. 한소희는 “따라올 수 없는 바삭함”이라는 말과 도회적 외모로 뭇 남성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델로 시작해 ‘다시 만난 세계’의 이서원으로 거듭난 한소희를 bnt뉴스가 만났다.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bnt's pick①] ‘다만세’ 한소희, 미모에 홀리다
[bnt's pick②] ‘다만세’ 한소희, 껍데기 뒤의 진면목


Q. 이서원의 특징 ‘아름답다’는 한소희에게도 적용된다. 대중이 한소희를 처음 주목한 시기는 한 과자 광고에 출연했을 때다. 약 6백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 중인 광고에서 도회적 외모로 주목 받았다. 광고가 화제를 모았을 때의 심정은 어땠는가? 사실 ‘CF 스타’ 호칭은 유명하지만, 영광을 손에 거머쥐는 신인은 그리 많지 않다.

“내가 울산 사람이다. 서울 올라와서 혼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델 일을 갓 시작했을 때 갑자기 ‘리츠 크래커’ 광고 출연이 결정됐다. 사실 그때는 이렇게 화제가 될지 몰랐다. ‘나 과자 광고 찍는다! 출연료 많이 준다!’라는 생각에 찍었다. (웃음) 후에 한두 분씩 나를 알아보기 시작하더라. ‘걔, 걔, 빨간 옷’이라며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그때는 마냥 기분 좋았다. ‘더 알리고 싶은데. 사람들한테 내 존재를 더 알리고 싶은데’라는 생각 속에 고민하다 보니까 평소보다 더 열심히 하게 되고, 그래서 다른 광고도 찍게 됐다.”

모델을 꿈꾸게 된 계기를 묻자 한소희는 “이쪽에 항상 꿈은 있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울산에서 서울로 꿈을 좇아 온 그는 첫 아르바이트 장소로 호프집을 택했다고 한다.

“그 안에서 만난 어떤 언니가 사진과 재학 중이었다.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라고 말씀하시더라. 그 언니 집에 가서 사진을 촬영했는데, 갑자기 그 사진이 퍼져나갔다. 조이리치라는 일본 브랜드가 있다. 조이리치 촬영이 내 생애 첫 브랜드 촬영이었다. 어쨌든 시급을 받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보다 사진 촬영 일이 돈을 더 많이 줬다. 생활비도 급했고, 레슨비도 필요했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 시작한 모델 일이 결국 여기까지 이어졌다.”


이어 그는 “어떻게 하다 보니 여기에 앉아 있게 됐다”라는 말과 함께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하다 보니’라는 표현은 개인이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일이 시간의 흐름 속에 점층되어 지금에 다다랐다는 것과 일맥상통할 테다. 먼저 그룹 샤이니(SHINee)의 뮤직비디오 ‘텔 미 왓 투 두(Tell Me What To Do)’를 이야기의 화두로 꺼냈다. 여기에서 한소희는 멤버들과 함께 일탈 청춘을 표현했다. 홍일점(紅一點)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SNS로 연락이 왔고, 그때는 회사가 없어서 혼자 미팅을 갔다. 워낙 ‘텔 미 왓 투 두’ 뮤비 콘셉트 자체가 좋았다. 내 취향이었다. 약간 자유분방한 20대 영혼이 영상에 담겨 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내 옷이 몇 벌 나온다. 즐거운 촬영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소희는 모델 한소희일지언정 아직 배우 한소희가 되기 전이었다. 무언가 이루고 싶었지만 그 꿈이 무엇인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때. 한소희는 아직 안개 속에서 목표점을 찾고 있었다.

미래로 넘어와 ‘2017 아시아 모델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개최된 ‘맥심 K-모델 어워즈’에서 한소희는 CF 부문 ‘올해의 모델상’을 수상했다. 이와 관련 그는 “앞으로 배우로서도 많은 활동을 보여드리겠다”라며 소감을 장충체육관의 모두에게 전했다. 안개 가운데 목표점으로 배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 광고가 그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단다.

“나는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내세우는 것과 구분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표현하는. 사실 광고나 잡지 촬영은 어찌 되었든 나의 예쁜 단면만 보여주게 된다. 한계가 있다. 그래서 다른 뭔가를 찾고 부족함을 느끼고 있을 때 CJ ‘그곳에 가면’ 광고를 만나게 됐다. 누군가와 호흡을 맞추고, 대사를 하는 것은 그 광고가 처음이었다.” 한소희는 처음이라는 단어에 힘을 주어 기자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감정의 크기가 가늠됐다.

“그러면서 욕심이 생겼다. 너무 다르지 않은가. 영상과 사진은. 영상에서 말을 하는 신을 본 것이 나에게는 많이 충격이었다. 재밌기도 했다.”


Q. 배우의 기본은 연기다. 공부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지금 계속 개인적으로 수업 중이다. 요즘에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아, 저런 연기도 있구나. 이런 연기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작품을 많이 보는 편이다. 일단 내 연령대에서 내가 맡을 수 있는 배역 위주로 보고 있는 중이다.”

최근 어떤 작품을 눈여겨봤는지 묻자 OCN ‘구해줘’가 답으로 돌아왔다. “서예지 선배님의 역할도 좋지만, 폭넓게 보고 있다.” 더불어 그는 “내 얼굴이 밝은 느낌은 아니다”라며, “그래서 밝고 말괄량이 같은 역할도 많이 참고 중이다. ‘다시 만난 세계’ 홍진주(박진주) 캐릭터가 정말 웃겨서 탐나더라. 많이 보고 있고, 앞일을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Q. 한소희가 생각하는 배우로서의 강점은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강점은 잘 떨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기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한)소희는 학원에 수업하러 올 때 사람 대 사람으로 자세를 취해서 좋다’라고. 사실 연기를 아무리 잘해도 앞에서 떨어버리면 전체 역량을 못 발휘한다. 그래서 앞에 스태프 분들이 많이 계시든, 누가 계시든 역할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 있어서 나는 광고든 화보든 뭐든 떨어봤던 적이 없다.”

“원래 강심장이 아닌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자신을 ‘쫄보’라고 소개하며 소심한 성격을 선뜻 드러냈다. 그리고 한소희는 생각의 중심을 타인 아닌 나 자신에게 두어야 한다는 교훈 같은 한 줄을 안겼다. “창피한 일은 연기를 수십 명 앞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명 앞에서 공연했을 때 연기를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인지 묻자 그는 떨리긴 한다며, 그런데 그것이 티가 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35회에서 도락순(윤미라)은 정정원(이연희)에게 다음을 이야기한다. “정원아 난 이렇게 생각했다. 내 인생에 남편이랑 지낼 시간이 덤으로 주어졌던 거라고. 희망이 없는 게 아니라 엄청난 행운이었다고.” 생각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는 이희명 작가의 생각이 투영된 대사였다. 앞서 언급했듯 이서원은 작은 역이지만 한소희에게는 엄청난 행운일 수도.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궁금했다. 배우 한소희가 추구하는 목표를 들었다.

“사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롤 모델은 아직 없다. 우선 한소희로서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는 그런 다음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한소희는 천천히 가고 싶다고 했다. “조금 천천히 걷고 싶다. 어쨌든 ‘CF 스타’라는 타이틀을 사람들이 봤을 때는 ‘쟤 얼굴 예뻐서, 운 좋아서 떴다’라는 선입견으로 다가오지 않겠나. 가까운 길을 멀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천천히, 탄탄하게 가고 싶다. 사람들이 나의 운이나 이슈, 얼굴에 주목하지 않도록 탄탄히 가고 싶다. 올라갈 계단이 있으면 그 끝을 향하는 것보다 내 앞의 한 칸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등고자비(登高自卑). 높은 곳에 오르기 위해서는 낮은 곳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사자성어다. 등고자비의 배우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빛내고 있었다.


앞서 한소희는 그의 강점으로 떨지 않는 자세를 꼽았다. 이 가운데 기자가 생각하는 강점은 역시 외모다. 도회적이고, 이국적이다. 하지만 배우가 외모로 완성된다면 그것이 곧 ‘외모지상주의’일 것이다. 한소희 역시 자신의 연기 대신 외모가 집중 받는 것을 우려했다.

미모의 장점은 대중의 즉각적 반응이다. 실례로 그는 4월 한 뷰티 브랜드의 모델로 발탁됐다. 배우 고아라가 메인 모델인 브랜드다. 단점은 외모에만 집중되는 시선이다. 연기가 어떻든, 배우의 캐릭터 연구와 고민 등은 발붙일 곳 없이 모두가 외모만 이야기하고 때로는 ‘발연기’라고 손가락질 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한 본인의 허심탄회한 생각이 궁금했다.

“나에게는 고마운 관심이다. 무관심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인간적이고 솔직한 모습을 어떤 방식으로든 드러낸다면 외모뿐 아니라 다른 면도 주목 받지 않을까. ‘예쁜데, 다른 면도 있더라. 미술도 한다더라. 연기도 잘하더라’라는 식으로 파생되지 않을까. 사실 어떻게 풀어낼지는 나도 아직 잘 모르겠다. 명쾌한 답은 연기를 잘하면 되는데, 그건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는 “지금 이 편견이 나쁘지 않다. 질타를 해도 관심은 좋다고 본다”라고 긍정하며 활짝 웃었다.

기자는 한소희에게 여러 번 놀랐다. 인터뷰에 앞서 첫 드라마에 출연한 신인이라는 배경은 답변의 평범함이 벌써부터 짐작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는 인터뷰 시작부터 모델 아닌 배우라는 점을 명확히 강조했고, 작은 역할이지만 인물을 구체적으로 파악했으며, 인생을 계단에 비유하는 마침표로 사람 대 사람이 만나는 자리를 마무리했다.

사실 놀랐던 부분이 하나 더 있다. 그는 외모 이야기를 하면서 “사실 외모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인데”라고 자조적으로 이야기했다. 껍데기. 외피나 겉면 등의 유사 단어와 달리 껍데기는 어딘지 모르게 부정적 느낌을 청자에게 전달한다. 화자 역시 껍데기는 부정의 의미로 해당 단어를 사용할 때가 많다. 예를 들어 ‘빈껍데기’라는 표현 같은. 이 가운데 미모를 배경으로 드라마까지 반경을 넓힌 한소희는 자신의 외모를 껍데기로 규정했다.

시간은 흐른다. 기자가 한소희를 인터뷰한 때부터 기사 송고를 위해 수천의 글자를 마주하고 있는 지금까지 정확히 일주일이 흘렀다. 인간은 늙는다. 그 어떤 미모의 소유자도 결국은 제 색을 잃었다. 배우의 노화는 어느 순간 개인이 나이 듦을 깨닫는 거울이 되었다.

열거할 수 없는 수많은 아름다움 중 젊음이 갖고 있는 힘은 한순간이다. 아마 그렇기에 이 시절의 배우가 지닌 미(美)는 그토록 밝게 빛나는 것일 테다. 그리고 한소희는 외모를 껍데기로 규정했다. 언젠가 자신의 곁을 떠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잘 안다는 뜻이다. 그가 선보이고픈 다른 면은 무엇일까. 지금은 가려져 있지만, 도회적인 껍데기 뒤로 숨겨진 배우 한소희의 또 다른 미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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