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인터뷰①] ‘청춘시대2’ 박은빈, 송지원을 애정하다

2017-10-18 20:06:05

[김영재 기자] “송지원으로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

청춘(靑春).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단어는 대개 인생의 젊은 나이 혹은 그 시절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젊음은 곧 청춘이라고 정의해도 무리는 없으리라. 젊음이 청춘의 속성이라면, 이 가운데 아픔은 청춘의 과정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이가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을 받아들이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 기쁠 때도 있겠지만, 슬플 때가 더 많을 수 있는 것이 청춘이다. 그래서 푸르고 또 아프다.

이런 청춘에 시기를 뜻하는 단어 시대(時代)가 붙었다. 그리고 숫자 ‘2’까지 더해졌다.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극본 박연선, 연출 이태곤)’는 지난해 여름 방송된 ‘청춘시대’의 후속작이다. 비록 최고 시청률 2.508%(닐슨 코리아 기준)를 기록했을 뿐이지만, 작품 속에 담긴 청춘을 쓰다듬는 박연선 작가의 시선은 동시기를 살아가는 청춘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에 벨에포크의 하메(하우스 메이트)들은 약 1년 만에 대중 곁으로 돌아와 그들의 후일담을 안방극장에 전달했다. 누군가는 후일담을, 누군가는 새로운 이야기를.

박은빈이 연기한 송지원은 갈래의 정중앙에 선 인물이었다. 시즌1에서 송지원은 신발장 귀신이란 화두로써 윤진명(한예리), 유은재(박혜수), 정예은(한승연), 강이나(류화영)의 비밀을 끄집어냈다. 하지만 현재는 있을지언정 과거는 없었다. 이에 박연선 작가는 못다한 송지원의 이야기를 끝내겠다는 각오를 ‘청춘시대2’ 시작 전 밝혔고, 결국 송지원은 두 번째 시즌에서 다섯 하메 중 가장 돋보이는 존재가 됐다.

송지원의 상습적 거짓말은 친구 문효진(최유화)이 초등학교 선생님에게 겪은 아동 성폭력이 원인이었다. 결국 송지원은 목격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던 셈. ‘청춘시대2’에서 과거를 추적하고, 아픔을 발견했으며, 스스로의 이익을 버리고 진실을 추구한 송지원. 그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을 10일 서울시 강남구 한 카페에서 bnt뉴스가 만났다.

작품에 너무 몰입했던 탓일까. 박은빈과의 인터뷰에서 기자는 배우와 역할을 혼동했다. 물론 낯을 가리는 박은빈의 성향과 ‘여자 신동엽’을 자처하는 송지원의 특징은 판이했으나, 몇 회 독백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었는지 일일이 기억하는 열정은 마치 송지원의 현신이 취재진을 마주하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인터뷰 장소는 카페의 루프탑이었다. 어쩌면 쌀쌀할 수도 있었지만, 춥지 않았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Q. 시즌2 최고 시청률은 시즌1의 약 2배에 달하는 4.069%(닐슨 코리아 기준)을 기록했다. 호응이 대단했기에 종영 소감 역시 남다를 듯하다.

“시원섭섭하다. 아무래도 애정했던 작품이다 보니까 떠나보내기 아쉽다. 하지만 송지원으로서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렇기 때문에 지원이한테 칭찬을 건네고 싶다.”

박은빈은 시즌1 때는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기뻤고, 시즌2로 다시 모일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선물이었다고 회상했다. 더불어 그는 시즌2에는 다량의 에너지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시즌2에는 송지원이 해야 될 몫이 분명히 있었기에 책임감을 느꼈고, 웃음을 드리고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몫도 여전했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했다. 어렵고 힘들긴 했어도 무사히 잘 끝냈다는 생각이다.”

Q. 시즌1 10회 에필로그에서 송지원은 그의 거짓말에 대해 인터뷰하는 도중 “효진이”라며 혼잣말을 한다. 인터뷰어가 뭐라고 말했는지 묻자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시치미도 뗀다. 결국 문효진은 시즌1부터 내정되어 있던 셈이다.

“시즌1 때 송지원만 스토리가 빠진 이유는 아무래도 16부작에서 12부작으로 축소됐기 때문이다. 축소가 되면서 이야기가 빠졌는데, 아마 그때 (문)효진이 이야기를 했다면 다른 방향이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 박연선 작가님께서 못다 한 송지원 이야기를 끝내겠다고 시작하셔서 시즌2에 효진이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마지막회에 가서야 모든 것이 밝혀졌지만 말이다. (웃음)”

시즌1에서 송지원은 ‘여자 신동엽’이었지만, 시즌2의 송지원은 진실을 수호하는 참 언론인이었다. 그는 기억을 되찾은 이후 한관영(이무영)의 사은회에 참석해 진실된 사과를 요구한다. 물론 매사에 고민만 한 것은 아니다. 송지원은 시즌2에서도 심화된 분위기를 해소시키는 갈등 소화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한없이 밝고, 또 한없이 어둡고. 감정의 진폭이 큰 인물을 연기하며 어디에 중점을 뒀는지 궁금했다.

“시즌1 때만 해도 ‘내 인생은 너무 무난하다. 이렇게 살다 평범하게 죽으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을 가진 (송)지원이었지만, 시즌2에서는 큰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다. 아마 송지원 인생의 가장 큰 변곡점일 것이다. 감정선이 들쑥날쑥하고, 띄엄띄엄 전개가 됐기 때문에 지원이로서 조금이나마 일관성을 가지지 않으면 이중 인격으로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최대한 빈 공간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송지원을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문효진의 인생을 파탄나게 만든 초등학교 교사의 아동 학대는 시의성을 띄고 있기에 민감한 소재다. 13회와 14회의 경우 시작부터 ‘본 드라마에 나오는 특정 지명, 교명 등은 모두 실제와 관계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안내가 삽입됐을 정도. 시즌1의 화두가 ‘데이트 폭력’이었다면 시즌2의 화두는 ‘성인의 아동 학대’였다.

“다른 기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여자로 태어나서 직간접적으로 유사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또, 그것을 (송)지원이처럼 무의식에 숨겨놓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알게 모르게 미치는 영향과 상처로부터 우리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 속상하고 슬펐다. 개인적으로 메시지가 온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모두 볼 순 없었지만, ‘청춘시대2’가 그분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갔을지 조심스러웠다.” 더불어 그는 역할에 빠져들어 목격자이자 피해자로서 느낀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었다고 전했다. 온전히 잘 표현해서 그것이 위로로써 다가가길 바란다고.

11회 종반부에서 송지원은 문효진의 동거남(윤경호)과 공통의 인물 문효진을 회상한다. 해당 신에서 기자는 생경함을 느꼈다. 머리로는 이해 안 되지만, 가슴에는 와 닿는. “어느날 안 되겠다 싶으면 너 죽여버릴 거야”라는 말과 상반되게 송지원의 모든 질문에 순순히 답해주는 동거남 그리고 다섯 하메가 어둠 속에서 벌벌 떨며 찾아간 그 골목에서 햇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나란히 앉은 두 사람. 거대한 역설이었다.

“그 장면은 폭력 사건을 겪고 난 이후다. 송지원은 동거남이 그냥 가버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 자신이 얼마든지 죽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송지원이 알고 있는 송지원은 이미 죽은 셈이다. 아마 지원이는 (문)효진이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컸을 것이다. 꼭 그 남자를 만나기 위해 간 것이 아니라 효진이를 느끼기 위해 어느 날 불현듯 효진이를 찾아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이고, 앉아 있는데 그 남자가 나타났을 뿐이다.”

이어 박은빈은 송지원이 문효진을 알고 싶었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문효진이 왜 죽은 것인지 정확히 알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남들이 봤을 때는 뜬금없이 느껴질 순 있어도 물어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을 것이라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청춘시대2’는 인물의 독백 혹은 내레이션 돋보이는 작품이다. 송지원도 여러 차례에 걸쳐 독백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개중에는 배역의 속마음 아닌 박연선 작가의 생각이 전달되는 기분이 들 때도. 기억나는 독백을 묻자 박은빈은 “다 좋았다”라며 운을 뗐다.

“5회 같은 경우는 (송)지원이 어린 지원을 마주하면서 독백으로 이어지는 시퀀스였는데, 그 서정적인 분위기가 참 좋았다. ‘너 나 모르지’라며 대면하는 장면은 대본을 읽으면서도 소름 끼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잘 표현됐다.” 더불어 박은빈은 사소한 것에서 오는 인생의 달라짐을 이야기한 6회의 독백은 문효진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낀 송지원의 불안하고 그늘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고 소개했다.

또한, 13회에서 송지원은 다음을 독백한다. “그 시절에 그 아이는 어떤 삶을 꿈꿨을까? 평범하기를 바랐을까? 특별하기를 바랐을까? 모험을 꿈꿨을까? 사랑을 꿈꿨을까? 너무 늦게 나는 그를 애도한다. 헛된 것이 되어버린 그의 꿈을 애도한다. 기억하는 것도 기억하지 않는 것도 할 수 없었던 나의 친구 문효진. 오늘 나는 저들을 위해 기도한다. 비바람 따위 맞지 말기를. 어찌할 수 없는 일은 겪지 말기를. 답답하고 지루하더라도 평탄한 삶을 살기를. 그리고 또 나는 기도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을 겪었다면 이겨내기를. 겁나고 무섭더라도 앞으로 나아가기를. 있는 힘을 다해 그날의 내가 바라는 지금의 내가 되기를.”

박은빈은 송지원이 문효진과 같은 사람들, 또 송지원과 같은 사람들에게 독백한다는 점에서 같이 청춘을 응원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해당 신을 마음에 드는 장면으로 꼽았다.


사실 기자는 걱정했다. 독백의 내용과 회차를 읽기 쉽게 미리 적어둔 기자와 달리 박은빈에게는 아무런 원고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 배우가 머뭇거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허튼 걱정이었다. 그는 마치 어제 외운 것 같은 기억으로, 심지어 회차까지 외우는 정확한 내용 위에 자신을 의견을 쌓아올렸다.

“그걸 다 기억한다”라고 놀라자 박은빈이 웃으며 답했다. “물론이다. 아직 끝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물론 종영 후 사흘만에 이뤄진 인터뷰 자리였지만 그럼에도 몇 회에 어떤 독백이 이뤄졌는지 기억한다는 것은 박은빈이 ‘청춘시대2’와 송지원에게 얼마나 애정을 쏟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사진출처: 나무엑터스, JTBC ‘청춘시대2’ 홈페이지)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인터뷰①] ‘청춘시대2’ 박은빈, 송지원을 애정하다
[인터뷰②] ‘청춘시대2’ 박은빈의 인생은 길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