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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종서는 동호대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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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재 기자] 5월17일 개봉작 ‘버닝’ 해미 役

점철일까 아니면 범벅일까. 누적 관객수 50만 7311명(6월4일 기준)을 기록 중인 영화 ‘버닝(감독 이창동)’은 수많은 은유로 가득 찬 영화다. 더불어 종수(유아인)가 발견한 햇빛부터 시작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는 ‘버닝’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다.

‘초록물고기’부터 시작해 이번 ‘버닝’까지 늘 관객을 긍정의 의미로 놀래온 이창동 감독. 그는 본인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감독이 아니라며 그저 관객이 영화를 느끼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버닝’은 ‘거장’ 이창동 감독이 내놓은 8년 만의 신작이다. 그저 복화술로 “미스터리한 영화”라고 중얼거리기에는 8년의 시간이 가지는 무게가 너무 크다.

배우 전종서는 8년의 시간 끝에 이창동 감독이 선택한 ‘버닝’의 해미다. 연출? 각본? 아니면 편집? 이창동 감독은 본인의 장기로 ‘캐스팅’을 언급했던 바 있다. 또한, 그는 ‘캐스팅’이 배우가 영화 속으로 걸어 들어와 극중 인물이 되는 가장 영화적인 방식이라고 했다. 그리고 전종서는 약 1년간의 촬영 연기 끝에 새로이 해미 역에 낙점된 배우다. “인간으로서의 저의 모습이, 인간 전종서의 어떤 면모가 마음에 드셨던 거 같아요. 오디션을 보며 제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거리낌 없이 다 말씀드렸어요.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는 다.”

5월의 어느 날 전종서를 만났다. 미처 몰랐는데, 그는 누구보다 고른 치열을 가진 사람이었다. 사람 얼굴이 집채만 한 크기로 커지는 극장서 미처 못 발견한 특징이었다. 더불어 그는 명함을 건네는 첫 만남에서 해미답지 않은 웃음 소리를 공기 위에 흩뿌렸다.

해미는 미스터리한 여자다. 길거리에서 춤으로 돈을 버는 그는 어렸을 적 친구 종수를 만나 성형을 당당히 고백한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며 지금의 “몸 쓰는 일”이 좋다고 한다. 종수에게 진실을 요구하는 장면에서 해미의 미스터리는 섹스 어필로 변모하기까지 한다.

해미에겐 빚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아프리카에 간다. 그냥 배가 고픈 리틀 헝거(Little Hunger)와 삶에 의미에 굶주린 그레이트 헝거(Great Hunger)를 구분하는 해미는, 해답 없는 답을 구하는 방황하는 ‘젊은이’ 혹은 배우의 말처럼 “현실은 시궁창이지만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삶에 진실한 ‘젊은이’다.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해미답지 않은 전종서는 점차 해미로 변해 갔다. 특히 그는 학교를 우물에 비유했다. 짜릿하지 않았다고 했다.

“왜 자꾸 웃으세요? (웃음)” 배시시 웃는 모습이 신기한 듯 전종서는 기자에게 왜 자꾸 웃느냐고 이유를 물었다. 두 인격이 만나 나의 이야기를 하고, 너의 이야기를 묻는 순간에서 웃음은 윤활을 위한 도구다. 그러나 전종서를 만날 때 웃음은 다른 의미를 가졌다. 그는 해미는 전종서의 일부일 뿐이라고 했지만, 인터뷰 어느 순간의 그는 분명 해미였다.

언론과의 첫 만남이 이뤄진 4월 제작보고회에서 전종서는 사시나무 떠는 듯한 목소리로 해미와 그의 닮은 점으로 감성적인 부분을 꼽았다. 프랑스 칸에 다녀온 후 전종서는 보다 여유로운 목소리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했다. 평소 속을 알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는 그를 향한 웃음은 도구나 윤활제보다 어떤 발견에 수반되는 반사 작용이었다. 의사가 작은 망치로 무릎을 쳤을 때 하퇴가 퉁 튕겨져 나가는 무릎 반사처럼 말이다.

“나는 해미를 사랑하고 있어요.”

주인공 종수는 해미에게 몸과 마음을 의탁한다. 이유는 해미가 가진 솔직함이다. 솔직한 해미처럼 전종서는 당당하고 싶다고 솔직히 말했다.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느끼고 있는지 당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배우로서 그 가치관을 세상에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해외 여행 경험은 이번이 처음인가요?

“프랑스 칸은 처음이에요. (*‘버닝’은 ‘제71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성인이 되고 외국에 나간 것도 처음이고요.”

-칸에서의 추억이 궁금합니다.

“팀 별로 스케줄 이동을 했어요. 그래서 다른 배우 분들을 접하진 못했어요. 의도치 않은 차단이었죠. 그렇지만 같이 일한 동료들과 함께 어딘가에 간 거잖아요. 그게 정말 의미가 컸어요. 촬영이 끝나면 굿바이(Goodbye) 하는 줄 알았거든요.”

-숙소는 편했나요?

“네. 그런데 너무 쓸쓸했어요. 정신없는 스케줄 후 방에 혼자 있는 게요.”

-‘칸영화제’입니다. ‘버닝’ 외에 어떤 영화를 봤나요?

“아무 것도 못 봤어요. 다른 영화를 볼 수 있는 스케줄이 아니었어요.”

-지금까지 ‘버닝’은 총 몇 번 봤습니까?

“세 번 봤어요.”

-공개 오디션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해미 역을 거머쥐었어요. 당신에게 해미 역을 맡긴 이유, 그러니까 캐스팅 이유를 감독이 설명했던 적 있나요?

“아니요. 아니요. 그런 말씀을 하셨던 적도 없고, 저도 여쭤보지 않았어요.”

-오디션 과정이 궁금합니다.

“일단 연기를 하고 집에 갔어요. 결과를 기다렸죠. 저는 이게 첫 오디션이었어요. 앞으로 ‘버닝’ 외에 많은 작품 오디션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 중이었죠. 그런데 감독님께서 찾으신다고 바로 연락이 왔어요. 보고 싶다고 하셔서 간 거예요. 그렇게 감독님과 몇 시간가량 얘기를 나눴어요. 얘기 나누고 집에 가는 과정이 수차례 반복됐어요. 크랭크 인 전에 제가 어떤 애인지 빠른 파악이 필요하셨던 거 같아요. 관심을 갖고 절 계속 탐문하셨어요.”

-오디션 과정을 들으니 영화 ‘박하사탕’과 배우 문소리가 떠오릅니다. 문소리도 당신처럼 높은 경쟁률의 공개 오디션을 경험했던 바 있어요. 그는 5차 개인 면담에서 만난 이창동 감독을 추억하며 “감독, 제작자 등 여러 영화인을 만났지만 신인에게 그렇게 정중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은 없었다”라고 했어요.

“선배님 말씀이 뭔지 99%는 알 거 같아요. 감독님은 들어주는 거에 있어서 너무 다른 거 같아요. 그렇게 제 얘기를 관심 갖고 들어준 사람은 없었어요. 감독으로서 배우를 심층 탐문한다기보다 인간으로서 인간을 이해하려고 하고, 관심 갖으려고 하고, 얘가 어떤 인간인지 실질적으로 궁금해 하시더라고요. ‘사람을 많이 사랑하시는 분인 거 같다’란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덕분에 저도 진솔해질 수 있었어요. 얘기가 막 나오더라고요.”


-원작 소설을 읽고 ‘버닝’에 임했나요?

“아니요. 원작 읽을 새 없이 바로 촬영에 투입됐어요. 서점 가서 책 찾을 시간이 없었어요. 촬영이 다 끝나고 나서야 소설을 읽었어요.”

-문소리는 ‘박하사탕’ 촬영을 추억하며, 이창동 감독이 경험이 일천한 신인 배우 문소리와 설경구를 현장 스태프가 무시하는 경우를 염려했다고 했어요. 두 사람을 향해 존댓말을 사용했다고 감독의 어진 마음 씀씀이를 알렸습니다. 그때도 이창동, 지금도 이창동이에요. ‘버닝’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감독님은 절 엄청 존중해 주셨어요. 그게 ‘얘는 아무 것도 아니니까, 이제 시작하는 애니까 다른 사람의 존중을 받아야 해’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 아니라, 제가 본 감독님은 정말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작은 것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분이시거든요. 저도 지나치지 않으신 거죠. 동등한 입장에서 한 작품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었어요.”

-일명 ‘파주 노을 신’이 아주 강렬했습니다.

“노을 지는 찰나가 되게 짧아요. 그 시간 내에 촬영을 해야 하니까 리허설만 며칠을 했어요. 그런데 본 촬영 때는 리허설을 다 잊어버리라고 하시더라고요. 준비하고 연습했는데, 슛 들어갈 때는 다 까먹고 하라고 하셔서 따로 틀이 없었어요. 준비한 걸 그대로 한 게 하나도 없었어요. 몇 번 촬영해서 ‘장면이 나왔다’ 하신 걸로 간 거 같아요.”

-그래서, 해미는 어디로 갔습니까?

“해미가 죽었는지 죽지 않았는지, 우물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고양이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사실 영화에서 중요한 건 그 사실의 유무가 아니라고 봐요.”

-해미 연기의 무엇이 가장 어려웠나요?

“첫 촬영이요. 영화 첫 장면이 첫 촬영이었어요. 엑스트라와 행인이 섞였고, 어느 한 명이라도 카메라를 쳐다보면 다시 찍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것 때문에 테이크가 많이 갔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저 때문이었거든요? (웃음) 제가 생각했을 때는? 계속 떨고, 얼어 있었어요. 호되게 신고식을 치루고 그 다음날부턴 융화가 됐어요, 팀과.”


“그래서 멀리서 관조하려고 해요.”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이건만, 수억 원을 호가하는 카메라가 눈앞에 있고 한 번 NG가 나면 숫자도 세기 힘든 스태프들이 다시 세팅을 해야 하는 프로의 현장에서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은 사람을 ‘멘붕(멘탈 붕괴)’에 빠뜨리는 가장 영화적인 순간이리라.

“최대한 떨어진 거리에 서서 관조하려고 해요. 그 거리가 아직은 좁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타격을 입어요. 멀리서 관조하면서 바라볼 줄 아는 법을 터득하려고 계속 발버둥 치고 있어요. 어제 유아인 선배님께서 말씀을 길게 하시다가 ‘그래서 결론은 바라볼 줄 알아야 해. 바라볼 줄 알아야지’ 이렇게 끝맺음을 하셨는데, 그 말이 요즘 이 시기를 겪고 있는 저에게 딱 필요한 말이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얘기했어요. 저한테 필요한 말이었다고.”

촬영장에서 관조를 연습하는 전종서는 이제 현실에서도 관조를 배워야 하는 유명인이 됐다. ‘칸영화제’를 위해 프랑스 칸으로 떠나기 전 유명인 전종서는 개인적 일로 눈물을 터뜨렸고, 퉁퉁 부은 눈을 옷으로 가리기 위한 그의 행동은 여론의 뭇매를 불러 모았다. “양면성이 있는 거 같아요. ‘좋다’ ‘나쁘다’ 이렇게 말씀드릴 순 없는 듯해요. 분명히 좋아요. 좋지 않은 부분도 있고요. 능숙하게 지나 보낼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너무 불편한 순간이 있고요. 불편한 순간이 있는가 하면, 또 그렇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순간이 있어요.”

-‘버닝’으로 무엇을 얻었나요?

“처음 알게 된 배우 분들, 처음 알게 된 감독님, 처음 알게 된 스태프 분들이잖아요. 처음이 주는 의미가 큰 거 같아요. 첫 경험은 강렬하잖아요.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절대 잊지 못할, 두 번은 오지 않을 그런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분명한 건 제가 연기 생활을 계속 한다는 전제 하에 모범적인 게 뭔지를 이번 처음으로 많이 본 거 같아요. 정답은 아니지만 왜 감독님께서 거장이신지, 왜 유아인 배우가 유아인 배우인지에서 오는 교훈이랄까요? 기준이 될 거 같아요. 감독님 말씀인데, 제가 앞으로 계속 연기 생활을 하게 된다면 ‘버닝’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될 거라고 하셨어요. 그 기준점을 너무 깨끗하게 잘 주신 거죠, 저한테.”

-말할 때마다 언뜻 해미가 겹쳐 보입니다.

“제 일부인 거 같아요. 접신을 해서 다른 사람이 되는, 그건 아니잖아요. 제 어떠한 모습이 많이 투영이 됐고요, 그게 캐릭터가 됐고, 그것도 제 일부의 모습인 거 같아요.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제 모습이 많이 투영됐어요.”

-제작보고회에서 이창동 감독은 당신을 뛰어난 잠재력을 가진 원석에 비유했습니다. 정말 단편 영화 출연조차 경험이 없었나요?

“네, 안 했어요.”

-연극 동아리는요?

“안 했어요. 학교를 거의 안 다녔어요.”

-학교를 다니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정해진 시간에 학교 가서 늦으면 학점 못 받고, 말도 안 되는 수업 들어가면서 관심도 없는데 무조건 학점 채워야 하고, 졸업장 하나 받기 위해서 4년의 시간을 투자하기엔 얻는 게 너무 없는 거예요. 학교는 배움의 터잖아요. 뭘 가르치려고 하는 지가 정확하지 않더라고요. 우물 안에 있는 거 같고, 짜릿하지도 않고, 그래서 박차고 나왔던 거 같아요.”

-현(現) 소속사에는 어떻게 들어갔나요?

“알아보는 기간이 한 2년 정도 있었어요. 주위 분들의 도움을 받아 그 2년 동안 웬만한 회사와 끊임없이 미팅을 했어요. 음, 제가 모르기 때문에 방향을 잡아줄 사람, 최소한 저라는 애에 대해서 수용이 가능한 사람, 제가 생각한 바를 높게 사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는데 그 가치관이 맞는 분을 못 찾았어요. 전 찍어내는 건 싫거든요. 제 본연의 모습 자체가 나갔으면 했는데, 그걸 발견해 줄 수 있는, 보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웠어요.”

여정을 무사히 끝마친 것을 안도하는 감정이 여행자의 가슴에 휘몰아쳤다. “결국 지금 회사를 만나기 위한 여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긴 여정이었죠. 기적적으로 정확한 타이밍에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과 제게 필요한 프로덕션이 바로 ‘버닝’이었던 거 같아요.” 그 순간에는 모른다. 사람은 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야 그것이 운명이었음을 깨닫는다. “모든 게 정해져 있었다는 듯 지나갔어요. 마치 일어났어야 하는 일처럼요.”


-영화로 데뷔하고 싶었습니까? TV 드라마로 데뷔하고 싶었습니까?

“그 둘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드라마 쪽 스케줄이 좀 더 힘들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영화를 좋아해요. 영화 보는 거에 항상 미쳐 있었어요. 왜 영화에 동경을 가졌는지 묻는다면,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동경하게 됐다고 말하고 싶어요.”

-인생 영화가 있나요?

“저는 ‘몽 루아’ 좋아해요. ‘나의 왕’이란 뜻의 프랑스 영화예요. 한 여자가 끝까지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는 영화인데, 그 여자의 감정선이 정말 진해요. 내면에 있는 게 징그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감정이 진한 영화를 좋아해요. 물론 마블 영화도 좋아하고요. (웃음)”

-요새 무엇에 버닝(Burning) 중입니까? 기자간담회에서 이창동 감독은 영화 제목을 ‘버닝’으로 지은 것에 대해 “버닝은 외국 말이긴 하지만, 젊은이들이 많이 쓰는 말이고 뭔가에 열중하고 싶을 때 쓰는 말”이라고 했습니다.

“옷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옷에 대해 궁금해요. 사람이 옷을 입는 게 뭔가를 뜻할 수 있는 것을, 옷이 하나의 메시지가 될 수 있는 것을 그동안은 미처 몰랐거든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메시지고, 그냥 옷에 관심이 많아요. 옷 좋아해요.”

-혹시 패션 테러리스트는 아니었나요?

“아니요. (웃음) 추리닝 걸, 추리닝 걸이었어요.”
 
외모에 미스터리가 묻어난다고 하니 그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에겐 줄곧 해미와 배우를 혼동하는 기자가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스터리로 보인 듯했다.

하지만 그저 난 전종서가 궁금했을 뿐이었다. “속을 알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근데 사실 전 좋고 싫고 기호가 굉장히 분명하거든요. 좋은 건 한없이 좋고, 싫은 건 너무 싫어요. 근데 왜 속을 알 수 없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자꾸 속을 알 수 없다는 말이 도니까 진짜 속을 알 수 없는 애가 되가는 거 같고, 말이 사람을 만들잖아요. 전 전혀 아닌데.”

-평소 성격은 어떤가요?

“실제 성격은 낙천적이고요, 낙천적이지 않을 때도 많고요, 밝고 쾌활하지만 어둡고 우울하기도 해요.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균형을 찾아가고 싶어요. 좋고 싫은 것도 균형이 생겼으면 좋겠고요. 너무 극명해서 문제예요.”


이창동 감독은 영화라는 매체가 ‘버닝’에 등장하는 비닐 하우스와 비슷하다고 했다. 멀리서 보면 무언가 형상이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 안에 아무 것도 없는 비닐 하우스와 영화는 타인의 채움으로써 완성되는 묘한 동질감을 지닌다.

그렇다면 배우는 어떨까. 배우 역시 비닐 하우스다. 배우 또한 비닐 하우스처럼 누구의 채움이 그를 완성하는 직업 아니던가. 그리고 배우를 채우는 역할은 그의 필모그래피와 극장을 나서는 관객의 몫이다. ‘버닝’을 보고 나오며 옥수동과 압구정동을 잇는 다리 동호대교가 떠올랐다. 낮에는 주황 철골이 돋보이는 이 다리는 밤이 되면 철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주황빛 조명과 하단의 파란빛 조명이 어우러져 강을 보랏빛으로 물들인다.

주위가 보라색으로 물든 동호대교의 왼쪽에는 최근 완공된 지상 123층의 건물이, 오른쪽에는 약 236m의 일명 ‘남산타워’가 있다. 서래마을에 살고 있는 “뭐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돈은 많은 수수께끼의 젊은 사람”인 ‘개츠비’ 벤(스티브 연)이 대교의 왼쪽이라면 “청년 실업 상황이 가장 빠른 속도로 나빠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청년 종수는 대교의 오른쪽이다.

두 빌딩 사이에서 다리는 그 둘을 잇는 매개체다. 그리고 한국의 종수와 케냐의 벤을 잇는 서울의 해미는 그 둘을 잇는 다리이자 곤경에서도 삶의 의미를 찾는 여자다.

만약 배우가 비닐 하우스와 같다면, 난 배우 전종서를 심상 동호대교로 채우고 싶다. 물론 해미는 벤이 안내한 어느 바에서, 파주 종수의 집 앞에서 그레이트 헝거의 춤을 춘다. 동호대교에 해미는 없다. 그럼에도 밤의 어둠 속에서, 이따금 나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는 해미가 보랏빛으로 물든 그곳을 마주하며 춤을 추는 순간을 생각한다.

《밤의 어둠 속에서, 이따금 나는 불에 타 허물어지는 헛간을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의 ‘헛간을 태우다’(문학동네, 2014) 中》.

“책이요? 책은 스티븐 연이 선물해준 거, ‘불안이 주는 지혜’라는 책 읽고 있고요, 영화는 요즘 퀴어 영화 많이 보고 있어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그리고 ‘빌로우 허’는 어제 보다 잠들었는데 끝까지 분명히 봤는데 내용이 기억이 안 나네요.” 헛간과 동호대교에 심취해 있는 사이 배우는 ‘버닝’의 해미 사이로 전종서의 속살을 내비쳤다. 이 신인 배우는 음악을 항상 듣는다며 예술이 없으면 매일이 너무 재미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삶의 의미는 여타 배우가 으레 말하는 ‘연기’가 아닌 듯 보인다. 거장이 인정한 원석은 학교를 박차고 나와 전종서 본연의 모습을 보존해줄 수 있는 이를 찾았다. 마치 일어났어야 하는 일처럼 ‘버닝’에 출연했다. 추측건대 아마 그에게 삶을 살아가야 할 이유는 전종서 자신을 유지하고 보존하는 것이다. 과연 전종서는 그 자신을 얼마나 유지하며 역할을 극에 녹여낼 수 있을까. 언제나 여배우 기근에 몸서리치던 한국 영화계에 뿌려진 전종서란 씨앗이 앞으로 어떤 꽃을 피워낼지 사뭇 궁금하다.(사진제공: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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